책방이곶

성동구 송정동에 위치한 '책방이곶'은 이곳의 오너가 그동안 책과 디자인에 항상 관심있고 좋아했던 자신의 취향의 살려 올 5월에 오픈한 독특한 컨셉의 독립 매거진 아트 스토어이다. 평범해 보이는 건물 지하로 들어가면 마치 앨리스가 동굴로 빨려들어갔듯 친근하지만 또 낯선 공간이 펼쳐진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편안히 머물게 해주는 이곳의 지킴이 이동원 사장과 인상깊은 만남을 소개한다.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9 2 지하1층 / T.070 4610 3113

서울시 성동구 광나루로9 2 지하1층 / T.070 4610 3113


Q. 간단한 약력 부탁드립니다.

10년동안 한 직장에서 별탈없이 지내 왔으나 너무 지쳤다는 생각에 하던 일을 정리하고 작은 책방을 열게 된 사람입니다.

Q. 이러한 컨셉의 서점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책방이곶'이 독특한 컨셉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선택한 공간이다보니 그냥 제 취향에 맞게 꾸미고 싶었습니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았고 이왕이면 스스로 직접 해보자는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다른 분들이 독특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2012년 직장을 그만두고 다음날 무작정 자전거를 가지고 제주도로 갔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제주도를 방문 했었지만 그 날 여행만큼은 무언가 달랐습니다. 아무런 계획없이 무작정 떠났던 여행이라 그동안 할 수 없었던 혼자만의 생각을 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나? 무작정 관둔게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은 '긴 시간동안 쉼없이 달려온 나에게 선물을 주자'였습니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것,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등등 즉흥적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음껏 여유를 즐기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2년간 충분히 재충전을 하면서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일들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책방'이었습니다.

Q. 우선 공간이 멋지고 본인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는데, 장소를 정할때나 인테리어를 할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어떤점 인가요?

서점을 위한 장소를 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조용하고 한적한 곳'이었습니다. '책방이곶'을 방문하는 분들 성향도 그럴 거라고 믿었고요. '이 동네에 이런 책방이?'란 생각이 드는 의외의 장소가 '책방이곶'의 컨셉과 잘 맞을거란 확신도 있었습니다.

인테리어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동선의 배치, 장소와 어울리는 컨셉을 찾아 그에 맞는 소품의 배열이었습니다. 무심히 놓여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소품들과 가구 하나하나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김포공항 격납고에서 가져온 철재 책상, 태국의 시골마을에서 가져온 나무선반, 누군가 지하주차장에 버려놓은 나무의자, 일본 벼룩시장에서 사온 컵과 그릇들, 지인의 사무실에 놓여있던 오래된 거울등등 '이곶'에 오기까지 거쳐온 물건들의 여정도 인테리어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완벽한 공간은 아니지만 운영 하면서 더 많은 이야기로 채워나갈 예정입니다.

Q.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서적들이 많이 있는데, 특별히 소개해 주고 싶은 책이 있으시다면?

저는 자기계발서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책을 즐겨 읽습니다. 그 중 몇가지를 소개드리겠습니다.

첫번째로 윤희상 시인의 '이미, 서로 알고 있었던 것처럼'입니다. 이 시인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그 중 '징병검사장에서'라는 시를 읽고 글의 매력란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습니다. 저는 외출할 때 항상 시집을 갖고 다니는 편이라 가지고 다니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 두께, 어떤 페이지를 펴도 다른 내용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두번재는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 인디 뮤지션들의 산문집입니다.(주윤하, 김목인, 연진, 몬구, 이영훈) 담담한 내용들이 좋아서 요즘에도 가끔 꺼내서 다시 읽어보곤 합니다.

다음은 '나와 작은 새와 방울과' 는 카네코 미스즈라는 일본 동요시인의 시집인데 루시드 폴씨도 항상 추천하는 책입니다. 저도 손이 닿는 반경안에 항상 두는 책인데 노래 가사 같기도 하고 시인 것 같기도 한 참 신기한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귀뚜라미가 온다'라는 백가흠 작가의 단편소설 모음집입니다. 제가 장편보다는 단편을 좋아해서 우연히 찾은 책인데, 내용도 흥미로웠지만 섬세한 묘사력과 빠른 호흡이 신선했던 책입니다.

추가로 '잡지중에서 'LINE MAGAZINE' 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 잡지는 다른 독립출판물 서점에서 처음 접했던 잡지인데 '책방이곶'에 꼭 입고하고 싶어서 거듭된 부탁 메일 끝에 입고하게 된 책입니다. 전국의 기차노선을 따라 구성된 잡지인데 내용과 사진이 정말 좋습니다. 1권에 1노선씩 해서 총 12권이 나올 예정이고 지금까지 4권이 나왔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지인 분들께 추천해 드렸는데 다들 좋아하셨습니다.

또한 모든 독립출판물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일반 서적들의 메이저 작가분들, 그 분들은 우리를 알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글을 통해 그 분들의 생각들을 읽고 있습니다. 독립 출판물들을 제작하는 분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일반 회사원, 학생, 면세점 직원, 아르바이트생 등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의 글과 사진을 볼 수 있다는게 가장 큰 매력 입니다.

Q. 디자인 소품들도 많이 눈에 띄는데, 서적외에 최근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저는 관심사가 다양한 편입니다. 그 중 하나가 빈티지한 소품들과 가구입니다. 요즘은 러시아 디자인에 관심을 쏟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러시아 특유의 감각이 살아 있는 멋진 제품들이 많습니다. 

Q. 앞으로 '책방이곶'이 지향하는 방향이나 계획은 무엇입니까?

제가 책방을 시작하면서 여러 출판사 관계자 분들을 만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던 중 '요즘 책이 팔리지 않는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루하루 더 많은 책들이 출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사람들은 너무 많은 정보들에 더 지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책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해서 읽어야 될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책방이곶'이 좋은 책을 엄선해 소개하는 책 편집샵으로서의 역할과 책을 자연스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 캠핑을 즐기고 제주도를 좋아해서 캠핑관련 해외서적들, 제주도에 대한 책들은 따로 코너를 만들어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책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교보문고에 가면 이런 문구가 써 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요즘은 그 뜻을 자주 헤아려보게 됩니다. 저 또한 불완전한 인간이고 완전해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불완전의 확률을 줄여가고 싶습니다. 


오픈 선물로 받았는다는 유행 선인장들

오픈 선물로 받았는다는 유행 선인장들

앤틱한 캐비넷 위에 놓인 소품들과 일본 히트 토이 '후치코'

앤틱한 캐비넷 위에 놓인 소품들과 일본 히트 토이 '후치코'

내려가는 계단에 놓인 화분들이 이곳의 이미지를 살짝 보여준다

내려가는 계단에 놓인 화분들이 이곳의 이미지를 살짝 보여준다

아웃도어와 관련된 소품들은 오너의 취향이다.

아웃도어와 관련된 소품들은 오너의 취향이다.

내부는 새것들이 아닌 손때묻은 빈티지 자재들과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내부는 새것들이 아닌 손때묻은 빈티지 자재들과 소품들로 채워져 있다.

재활용된 원목 나무판이 책 진열대로 다시 태어났다.

재활용된 원목 나무판이 책 진열대로 다시 태어났다.

주인장의 추천매거진 'LINE', 4권까지 나와있다.

주인장의 추천매거진 'LINE', 4권까지 나와있다.

아직 세팅중이라는 테이블위에 눈길을 끄는 단행본들이 놓여있다.

아직 세팅중이라는 테이블위에 눈길을 끄는 단행본들이 놓여있다.

제목이 재미있는 독립 시집들

제목이 재미있는 독립 시집들

좌측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폴란드잡지 'FATHER' 디자인과 내용이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좌측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폴란드잡지 'FATHER' 디자인과 내용이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입구쪽에 조명으로도 사용중이 소품

입구쪽에 조명으로도 사용중이 소품

여러가지 종류의 의미있어 보이는 제목의 책들이 정리되어 있다.

여러가지 종류의 의미있어 보이는 제목의 책들이 정리되어 있다.

문구류들도 한켠에 놓여있다.

문구류들도 한켠에 놓여있다.

벽에는 또다른 느낌의 장식들이 재미를 더해준다.

벽에는 또다른 느낌의 장식들이 재미를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