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경쟁력은 ‘다름'이 아니라 ‘독특함’에서 나온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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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디자이너 박성철 니즈디자인랩 대표

이커머스가 패션 유통의 주류 채널이 된 지금도 오프라인 매장은 패션 브랜드의 얼굴이다. “죽는 것은 오프라인 채널이 아니라 변화하지 않는 재미없는 공간”이라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소비자학 교수의 말처럼, 소비자의 채널 이동은 매장에서 브랜드와 소통하는 것에 흥미를 잃은 까닭이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게 된 이유를 단순히 온라인 채널이 주는 서비스, 예를 들어 편리한 배송과 가격 메리트로 한정할 수는 없다. ‘스타일난다’ ‘난닝구’ ‘임블리’ 등은 지난 수년 동안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대형유통에 중대형 매장을 내고 서울 명동, 홍대입구 등 핵심 가두상권에 직영점을 냈다. 이처럼 디지털 네이티브가 오프라인 채널 확대에 크게 투자해 글로벌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접하지 못한 새로운 소비자를 흡수하고 있는 상황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매장은 단순히 판매처로서의 기능을 넘어 소비자가 매장에 머무는 동안 끊임없이 브랜드의 스토리를 들려주고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매장은 브랜드가 가진 자원과 브랜딩 역량, 동 업계 경쟁력을 집약해 보여주는 요체다.

때문에 최근 패션기업은 물론이고 규모를 막론해 공간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를 불러들이는 공간, 나아가 브랜드 가치를 배가시키는 공간의 힘은 어떻게 연출되는지 공간 디자이너 박성철 니즈디자인랩 대표에게 들어봤다.

니즈디자인랩은 ‘젠틀몬스터’가 매장 공간의 진화를 보여주기 위해 홍대 플래그십스토어를 통해 진행했던 총 36차례 퀀텀프로젝트 중 시즌 중반부 디자인과 시공을 맡은 회사. 당시 프로젝트는 25일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하며 고정관념을 부순 디스플레이,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와 협업한 과감한 아트워크로 상업 공간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미국 스트리트웨어 ‘슈프림’이 올 9월 중국 베이징에 문을 여는 플래그십스토어 공간 디자인을 진행 중이다(현재 상하이에 위치한 ‘슈프림’ 매장은 미국 기반의 오리지널 브랜드가 아닌 중국 내 상표권을 선점한 슈프림 이탈리아의 매장이다).


Q. 니즈디자인랩을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바로 니즈디자인랩을 만들었다. 우리 회사는 공간과 관련된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회사다. 건축, 인테리어, 설치미술, VMD, 리테일 가구 등을 주로 디자인하고 있다.

그동안 했던 작업과 현재 진행 중인 작업 다수는 패션과 관련된 리테일 디자인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 경쟁 브랜드와 차별된 공간 브랜딩, 이 두 가지가 언제나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지향점이다.

Q. 디자인 영감은 어떻게 얻나?

우리는 음악과 설치미술, 패션 분야는 국내외 패션위크에서 볼 수 있는 컬렉션과 패션쇼 등 다양한 요소에서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찾는다. 실무에 들어가서는 (디자인을 의뢰한) 브랜드와 충분히 소통하고 각각의 콘셉트에서 공간디자인 콘셉트를 도출하는 편이다. 패션 브랜드의 경우는 시장조사를 통해 최신 패션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소비자들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와 감도에 따라 때로는 과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한다.

오는 9월 오픈하는 슈프림 중국 북경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 3D시안

오는 9월 오픈하는 슈프림 중국 북경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 3D시안

Q. ‘젠틀몬스터’와 진행했던 퀀텀프로젝트는 ‘선글라스 판매장’의 상식을 뛰어넘는 공간연출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는 올 가을 중국 베이징에 오픈하는 ‘슈프림’ 플래그십스토어 공간디자인을 맡았다고 들었다. 어떤 공간을 보여줄 것인가?

‘젠틀몬스터’도 그렇고 ‘슈프림’도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진행과정에 대외비 사항이 많다. 설명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야기하자면 ‘슈프림’같은 경우 브랜드의 매뉴얼 디자인이 없다. 때문에 콘셉트 설정부터 디자인 시안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자재를 사용하고 어떤 컬러감을 줄 것인지, 조도(照度)는 어떻게 줄지 등을 모두 우리가 제안했다.

매장의 입지가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그 중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있는 만큼 베이징의 상징물이 될 수 있는 공간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플래그십스토어 한 섹션에 잠수함 같은,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오브제들을 활용해 베이징에서 특별한 약속장소로 떠올리게 되는 랜드마크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강남역 지오다노 매장 앞에서 만나’라고 하듯이 말이다.

1층은 ‘젠틀몬스터’ 홍대 퀀텀에서 보여주었듯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전시적 성격이 강한 디자인으로 진행했다. ‘슈프림’이 다양한 브랜드와 많은 협업을 하고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팝업스토어처럼 사용이 가능한 공간을 설계했다.

공간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듣고 싶다. 그리고 패션기업들에게 현재 패션브랜드 매장의 공간디자인에 대해 조언한다면.

최근 소비자들은 예전과 다르게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시각과 관점의 깊이가 있다. 예술 전시와 공연 등 예전에는 특정 계층 또는 동호인 그룹 중심으로 향유하던 문화를 쉽게 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공간디자인이 ‘제품이 돋보이는 공간’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제품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 브랜드 자체가 돋보이는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 브랜드와 다르기 만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콘셉트가 강한 공간디자인이어야 승산이 있다. 콘셉트의 승부처는 ‘다름’이 아니라 ‘독특함’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