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해도 광고의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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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광고의 전설 ‘지오다노’ 만든 시대의 카피라이터 ‘W camp’ 이지희 대표


 

신나는 사이키뮤직이 배경으로 깔린 클럽. 한 무리의 젊은이들은 춤에 무아지경에 빠진다. 클로즈업되는 한 쌍의 커플. 고혹적인 눈빛과 몸짓으로 유혹하는 여성, 상대 남성이 여성의 머리를 팔로 끌어당겨 감싸 안는다.

여기에 과감한 의상도 한몫 톡톡히 하는 파격적인 영상의 2004년도 ‘지오다노’ 광고. 전지현과 정우성이 주인공이다.

15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파격적 연출의 이 CF 동영상은 방송 불가 판정을 받았다. “처음부터 방송 불가를 예상했던 광고다. 당시엔 심의가 지나치게 엄격해서 ‘지오다노’의 새로운 콘셉트(기본 아이템으로 레이어드 착장해 섹시하고 스타일리시하게 입어라)를 전달하기 어려웠다."

"전지현이 컨셉을 이해하고 잘 표현해줘서 결과가 좋았다. 당시 젊은 친구들이 PC 바탕화면에 영상을 깔아놓는 것이 유행할 정도였다. 그때부터 전지현은 최고의 광고모델이었고 현재도 그녀만한 모델은 찾을 수 없다. 프로정신이 완벽한, 최강의 셀럽이다.”

당시 ‘지오다노’ 광고를 기획, 제작했던 W camp 이지희 대표의 말이다.

이지희 대표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21년째 ‘지오다노’ 광고를 맡고 있다. 부침이 심한 패션계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20년 이상 브랜드의 광고를 한 기획자가 맡고 있다는 점도 이례적이지만, 그동안 선보인 광고들이 시즌마다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것도 그렇다.

‘방송 불가’도 불사했을 만큼, 콘셉트 표현에 철저했던 이지희 대표는 2008년에는 9분 50초에 달하는 미니 드라마 형식의 광고도 제작했다. 전지현과 정우성 장동건의 삼각 러브 라인이 그려지는 내용이다.

TV CF용이 아니라 웹 사이트를 통해 지오다노 매장에서 선보였던, 애초부터 미디어 접근이 달랐던 광고로 당시 세간의 화제가 됐다.

<신민아와 정우성 소지섭 광고(2013)>

<신민아와 정우성 소지섭 광고(2013)>

- 한 브랜드의 광고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비결이 궁금하다.

“첫 광고가 1999년 1월이었다. 당시 각 브랜드 제품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 이미지로 광고하기 좋은 시기였다. 광고 의뢰를 받고 나서 ‘지오다노만의 이미지 만들기’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심한 끝에 영화 화법으로 풀자고 방향을 잡았다. 젊은 층이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를 모두 조사했고, 모델은 톱스타로 쓰기로 했다."

"첫 모델로 정우성을 선택한 것은 당시 영화 ‘비트’가 뜨고 있었기 때문이다. ‘흰 셔츠를 입히고 비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장면을 쓰자’고 정한 뒤 신문의 양쪽 전면을 통으로 채워 어떠한 광고 문구 없이 ‘지오다노’만 넣었다. 당시 양 전면 광고는 자동차 광고 외에는 거의 없었고 패션 광고에서는 첫 시도였다.”

정우성은 ‘지오다노 광고의 아이콘’이 되었다. 정우성 뿐 아니라 고소영, 전지현, 장동건, 소지섭, 신민아, 김우빈 등 그동안 ‘지오다노’ 광고에 출연했던 모델은 모두 쟁쟁한 톱스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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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방송불가 판정받은 지오다노 광고>

“모델은 당대의 톱 영화배우를 중심으로 캐스팅했지만 인기만 있다고 해서 캐스팅했던 건 아니다. 소위 직업의식이 뚜렷한 프로페셔널을 뽑았다. 배우로서 손색이 없고 실력을 갖춘 인물인지 검증했다. 처음부터 계획했던 건 아니다."

"가격에 비해 가성비가 좋은 ‘지오다노’와 어우러지기 위해 새로운 프리미엄을 표현해줄 수 있는 명품배우, 자신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셀럽이 필요했다. 스타일이 살지 않아 메인 광고에 노출되지 않았지만 국민배우 최민식씨도 ‘지오다노’ 모델이었고, 드렁큰타이거도 소지섭도 함께 했다.”

지오다노 광고가 주목받은 또 다른 한편으로는 홍콩 브랜드인 ‘지오다노’가 소비자들에게 국내 토종 브랜드로 인식되도록 한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인식의 싸움이다. 국내 소비자에게 홍콩의 패션 브랜드가 매력적으로 비쳐지는 요소는 아니다. ‘지오다노’가 만약 파리나 밀라노,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는 패션브랜드였다면 광고전략도 달라졌을 것이다."

"철저히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톱클래스의 영화배우로 모델을 정한 것도 이같은 핵심적인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홍콩은 어디에도 드러나지 않도록 한국 최고의 캐주얼로 인식되게 하고 싶었다.”

그는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광고”여서 특별히 애착이 간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오다노’ 광고는 ‘한준석 사장이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파격적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모두 수용해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준석 사장은 톱스타와 당대 최고의 CF감독, A급 스타일리스트를 동원할 수 있도록 제작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광고 카피로 문제의 해답을 주다

지오다노 광고가 패션 광고의 전설이라면, 이지희 대표 역시 광고업계 특히 카피라이터 마켓에서는 신화적인 존재로 손꼽힌다.

그녀는 지난 1984년 오리콤에 입사해 광고 업계에 입문한 후 웰컴 부사장과 포스트비주얼 공동대표, 현재의 W camp 대표에 이르기까지 35년간 광고인의 길을 걸어왔다.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는 새로운 시도로 국내외에서 굵직굵직한 광고상도 많이 받았다.

먼저 입사 6년차인 1989년, 쁘렝땅백화점의 지하철 광고로 생애 첫 대한민국 광고대상 대상을 수상한다. 이 광고는 지하철 S타입(칸의 중간쯤 위쪽에 있는 공간)에 ‘여러분은 지금 쁘렝땅백화점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계십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당시 쁘렝땅백화점이 을지로3가에 숨어 있어 장소를 강조한 광고다. 신생 백화점의 가장 큰 고민을 광고문구로 해결해준 셈이다. 당시 장소를 강조하는 유형의 첫 케이스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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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파트’ 하면 복부인이나 투기꾼 등 나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던 1990년대 후반에는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광고를 맡았다.

이지희 대표는 김남주를 모델로 ‘그녀의 프리미엄 프루지오, 모두가 그녀를 따라 한다. 그런 그녀가 프루지오로 이사가자고 한다. 그녀의 프리미엄 프루지오”라는 카피로 ‘좋은 아파트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2004년에는 교보생명 기업PR 광고로 또 한번 대한민국 광고대상 대상을 수상하는데 이 광고는 최민식이 등장하는 ‘마음의 힘’ 시리즈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어수선하던 시절, ‘당신의 마음에 힘이 되는 노래가 있습니까?’라는 광고 카피와 노래로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주었다.

日 덴츠사 연수, 세계 정상급 광고업무 체험

그녀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재학중, 광고 분야에 강의를 듣다가 영국 출신의 세계적 광고인 데이비드 오길비의 책을 접한 후 광고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광고인이 참 잘사는구나. 이상적인 삶을 살면서도 돈도 많이 벌고~’ 호기심과 부러움으로 시작된 관심이 두산그룹 계열의 광고회사 오리콤에 입사하면서 평생의 직업이 되었다. 80년대 초반인 당시엔 광고회사들 중에서 여성을 채용하는 곳이 드물어서 여러 군데 낙방하기도 했고 아버지 지인의 힘도 빌리는 등 우여곡절 끝에 오리콤에서 광고인의 첫발을 떼게 되었다.

입사 4년차인 1987년, 아직까지도 남녀차별이 있던 시절에 회사 안팎으로 경쟁이 치열하던 광고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대표는 사장에게 해외 유학을 가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유학이 안되면 연수라도 가게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매달리자 사장이 소르본드 대학 동문인 일본 덴츠사의 고구레 사장에게 편지를 써준다. 비록 퇴사하고 가는 조건의 연수였지만, 당시로서는 오리콤에서도 덴츠에서도 첫 케이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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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대상 금상 수상작, 임은경 ‘토마토’(2002년)>

1987년 9개월동안의 덴츠 연수 시절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자유롭고, 마음껏 새로운 것들을 배웠던 좋은 시기였다. 당시 일본은 전세계 광고계를 휘어잡던 시절이었고, 그 중심이 덴츠사였기 때문에 세계 최고의 광고회사에서 연수를 한 셈이었다. 카피라이터 본부에만 42명이 근무할 만큼 규모도 컸다."

"덴츠 사장이 연수를 허락한 첫 케이스이다보니 직원들도 모두 나에게 우호적이고 적극적으로 배려해주고 도와주고 가르쳐줬다. 송별회 때 들어보니 그들은 내가 한국의 유력한 집안의 딸인줄 알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공무원 출신으로 건설회사의 임원이어서 중산층 이상의 환경이긴 했지만 재벌이나 세력가의 집안이 아닌데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내가 덴츠사장이 허락한 첫 개인 연수생인데다, 내가 좋아하는 디자이너 옷(진태옥)만 일본에 가져가서 입었더니 그렇게 오해들을 한 것같았다(웃음).”

연수를 마치고 오리콤에 복직한 이지희씨는 덴츠에서 배운대로 ‘카피라이터가 돋보이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실천했다. 오리콤에서 성격이 몹시 까다로워 함께 하기를 피하는, 그러나 실력이 좋은 디자이너와 파트너십을 자청했다.

여전히 광고회사에 여성이 드물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화장품, 생리대 등 여성 관련 제품들의 광고는 다 이대표가 맡았다. 피어리스, LG생활건강, 아모레 퍼시픽(마몽드, 라네즈, 이니스프리)이 그의 담당이었고 헉슬리는 1년동안 기획, 개발에서 광고까지 일괄 담당했다.

광고인은 시대를 향해 ‘왜’라고 묻는 사람

‘오리콤의 싸움닭’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여성으로서 광고계에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노력하다보니 입사 7~8년차에 차장, 12년차에 여성 최초로 부장이 되었다.

- 광고분야 중에서도 카피라이터를 선택한 특별한 계기라도 있었는지?

“학창시절 백일장에 나가면 장원은 못돼도 가작이나 장려상은 꼭 받았다. 나에게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한) 어느 정도의 글재주는 있다고 생각했다. 광고계는 회사 바깥에서뿐 아니라 회사 안에서도 경쟁이 치열한데,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언제 어느때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서 매사에 준비를 철저히 한 편이다."

"한번은 피어리스 임원과 사장 앞에서 PT를 하는 기회가 있었다. 나는 막내라서 PT용 이젤 세우는 거 도와줄 때였다. 그때 사장이 오리콤의 PT내용이 불만이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나를 가리키면서 ”자네 생각은 어때?“ 하면서 질문을 던졌는데 마침 내가 준비했던 내용이었다."

그러자 “자네가 제일 낫구만~!”이라고 하는 바람에 이때부터 카피라이터로 인정받고 큰 프로젝트도 맡기 시작했다. 나의 카피가 처음으로 인정받은 것이고, 이를 계기로 평생 카피라이터의 길을 가게 되었다.”

2008년, 25년간의 카피라이터 생활을 마치고 웰컴사의 부사장으로 옮겼다. 이때 그는 “내 광고 수명이 3년쯤 남았구나. 디지털 모르면 광고수명도 끝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광고는 시대를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인데, 디지털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이때 디지털을 모르니 죽을 것같더라는 것.

그때 디지털 분야에서 제일 잘하는 곳으로 알려진 포스트 비주얼을 스스로 찾아갔다. 웰컴이라는 큰 회사 부사장이 직원이 19명 정도인 작은 회사로 찾아가서 함께 일하자고 한 것이다. 급여는 절반도 안되게 줄었지만, 지분 참여(20%) 조건으로 기존의 대표였던 부부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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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쁘띠첼(젤리)을 젊은 여성의 디저트로 이미지 전환하는 기획으로 대기업 회사들을 물리치고 광고를 수주하는 등 디지털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기존의 광고를 접목하자 여기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대표는 기술과 미디어가 변해도 광고를 제대로 알면 언제나 새로운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체험한다.

일반 광고업계에서 25년, 디지털업계에서 6년 등 양쪽을 다 경험한 이지희 대표는 2016년, W camp를 설립한다. 처음에는 웰컴시티의 11개사와 협업하며 설립했는데, 지금은 외부 프리랜서와도 활발하게 협업을 하고 있다.

회사의 규모를 키우지 않는 대신 협업을 통해 기존의 광고 기획 및 제작은 물론 기업 컨설팅과 아기 젖병 살균 세척기(쪼비와 쪼비박스) 등을 특허내고 제조 유통까지 맡는 등 훨씬 다양하고 폭넓게 사업을 펼치고 있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일까?

“광고란 전통매체부터 웹, 소셜, 모바일까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 중 최적의 것을 조합하여 소비자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광고인은, 평생 이 시대에 ‘왜’ 라고 묻는 사람이다. 나는 앞으로도 그렇게 우리 사회를 보며 ‘왜’라고 물으며 살 것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

"대여가 아닌 공유서비스에요"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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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 지난 3월 투자자들이 평가한 기업가치 10억 달러” “창업한 지 7년 된 패션 스타트업 르 토트(Le Tote)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로드앤테일러 인수” 올해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패션 스타트업의 기사 내용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들은 모두 패션 의류 및 잡화를 대여해주는 미국의 대표 서비스다.

이처럼 미국은 대여 시장이 10년 넘게 지속돼 왔고, 급격히 성장했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대여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국내 시장에도 5년 전부터 시작해 글로벌 대여 서비스들을 표방한 수많은 서비스들이 나왔다. 개척자로 평가되던 ‘원투웨어’, SK플랫닛이 선보인 ‘프로젝트 앤’ 등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부터 패션 스타트업까지 10여 개가 넘는 서비스들이 있었다.

하지만 작년 기준으로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문을 닫았거나 운영하더라도 별다른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이 전개했던 ‘프로젝트 앤’이 서비스를 종료한 작년 5월 직후부터는 국내 시장에 대여 서비스는 성장성이 없다고 평가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9월 44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혜성처럼 나타난 대여 서비스가 있다. 바로 클로젯쉐어다.

신규 서비스는 아니다. 대여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2016년 9월에 시작된 서비스다. 현재 국내 대여 시장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서비스일 뿐만 아니라 총 50억 원대의 투자유치, 싱가포르와 홍콩 진출, 매년 10배가 넘는 성장률 등 외부에서 보기에도 훌륭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대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해 온 클로제쉐어. 다른 서비스와 차이나는 특별한 것이 있는지, 클로젯쉐어 성주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여 서비스의 구조를 바꾸다

이름에서 보다시피 클로젯쉐어는 다른 대여 서비스와 달리 대여보다는 쉐어(공유)를 강조한다. 보통 상품을 빌리기만 하는 회원으로 운영되지만, 클로젯쉐어에는 렌터(Renter, 빌리는 사람)와 쉐어러(Sharer, 공유하는 사람) 두 가지 유형의 회원으로 구성된다. 고객이 대여하는 역할과 동시에 직접 상품을 공급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성주희 대표는 “2016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우리도 다른 서비스와 같이 대여에 집중하는 서비스였다. 명품 가방을 대여해주는 서비스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됐다. 잘되면 잘 될수록 더 많은 상품들이 필요했고, 고객들의 상품요청도 계속 늘어났다. 결국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공급도 늘려야 하는 구조인데,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에겐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클로젯쉐어는 서비스 오픈 6개월 만에 비즈니스 모델을 대여에서 쉐어링 모델로 전환했다. 고객들의 옷장에 잠자고 있는 상품을 활용해 플랫폼은 부담 없이 상품의 다양성을 높이고, 소비자는 사용하지 않는 자신의 물건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고객입장에서 공유하는 방식도 간단하다. 고객이 쉐어러를 신청하면 클로젯쉐어에서 쉐어봉투와 함께 픽업까지 직접 진행한다. 자신이 공유하고 싶은 상품들을 쉐어 봉투에 넣어서 보내주면 클로젯쉐어는 상품의 상태와 상품성, 트렌드 등 자체적인 기준으로 검수해 허가된 상품에 한해 대여 상품으로 분류된다.

대여상품으로 등록하게 되면 최소 3개월은 유지해야 하며, 그 이후로는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가져갈 수도, 대여상품으로 유지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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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대표는 “패션 아이템 대여 서비스는 트렌드와 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상품 공급이 필수인 영역이다. 이에 상품 매입을 위한 비용이 너무 커 수익을 내는데 아주 힘든 비즈니스다.

미국의 10년 이상 된 서비스들이 수익구조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도 모두 같은 이유”라며 “대기업이 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마당에 스타트업인 우리가 같은 구조로 비즈니스를 이어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 상품 공급에 있어 최대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었고, 우리는 여자들의 옷장에서 답을 찾았다.

옷장에 수많은 옷과 아이템이 넘쳐나도 입을 게 없다는 말을 달고 사는 여자들, 계절이 바뀌고 트렌드가 바뀌면 어김없이 또 쇼핑을 하는 특성이 우리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회원가입을 하면 누구나 쉐어러가 될 수도 렌터가 될 수 도 있다. 상품을 대여하기 위해선 이용금액을 지불해야하지만 자신의 상품을 공유하는 것은 무료다. 쉐어러 기능을 추가한 이후 사용자는 급격하게 늘어났고, 현재 누적 회원가입 수는 6만 명, 쉐어러로 활동하는 고객은 2천여 명에 달한다.

마케팅 비용을 거의 지출하지 않았는데도 고객의 입소문을 통해 홍보됐다. 활성 유저(3개월 이상 쉐어러로 활동한 유저)들은 평균 10명 이상의 고객들을 추천해 유입시키고 있다.

현재 약 2만 개의 상품을 운영 중이며 쉐어러 상품이 80%, 입점 브랜드 상품이 20%이다. 물론 매입 상품이 일부 존재하긴 하지만 초창기 서비스를 전개할 때 매입했던 상품들이라 큰 비중이 없다.

쉐어러는 자신의 상품이 대여될 경우 수익의 40%를 정산 받는다. 대여 수익은 정해진 알고리즘을 통해 일별 요금이 측정되고 총 대여일 수만큼 계산된다. 쉐어러 중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리는 고객은 월 200만 원 이상 수익을 내며, 현재까지 2000만 원이 넘는 누적 수익을 얻은 고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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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쉐어링 서비스

클로젯쉐어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이 불편함 없이 자신의 물건을 공유할 수도 원하는 물건을 대여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일단 모든 상품들은 성수동에 위치한 클로젯쉐어 물류창고에서 직접 관리된다. 상품 촬영부터 수선, 관리, 세탁, 배송 등 모든 서비스를 직접 진행한다.

성 대표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국 이 모든 서비스를 직접 하려면 인력과 많은 자원이 투입돼야 했는데, 규모가 커지면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는 걸 깨달았다. 최대한 자동화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프로그램 개발이 필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난해 3월 카카오 벤처스를 통해 총액 6억 원의 첫 기관 투자를 유치했다. 성 대표는 투자금으로 1년 동안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비주얼 개발자, 세탁 전문가, 물류 전문가 등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데 활용했다. 특히 고객들의 모든 활동을 데이터화 하고 분석하는데 집중했다.

“우리는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한다. 현재 많이 찾는 브랜드와 상품은 무엇인지, 배너 구성과 기획전은 어떻게 할지, 회원제 운영 등 모든 부분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한다. 물류창고는 스마트팩토리를 추구한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연구개발한다. 쉐어링 파트(고객들이 쉐어하는 상품들 관리 파트), 세탁파트, 물류파트 등 각각의 프로세스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조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특히 쉐어링 파트에서 상품 촬영과 상품 등록 등 상품을 게시하기 전까지의 영역에서 시간 낭비가 많았다. 이미지를 찍고 보정하고 상품의 상세정보를 입력하고 등록까지 수천 개의 상품들을 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것이다.

때문에 자체적으로 비주얼 분석 솔루션을 개발해 사진 촬영과 동시에 보정이 되고 사이즈, 색상, 핏, 소재 등 상품의 상세정보가 자동으로 분석되도록 했다.

“종전 하나의 상품을 등록하기 위해 30분이 걸렸다면, 솔루션을 사용하면 5분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하루에 100개의 상품을 등록할 수 있는 인력이 있다면 같은 인력으로 600개 이상을 등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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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옷장을 나의 리얼한 옷장처럼

“클로젯쉐어 이용자라면 아시아 어느 국가로 여행 또는 출장을 가더라도 더 이상 거대한 캐리어 없이 떠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싱가포르를 가면 싱가포르 쉐어러들의 상품을 대여하고, 일본을 가면 일본 쉐어러들의 상품을 이용해 굳이 모든 의류와 아이템들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 말이다” 클로젯쉐어의 최종 목표를 설명하는 성 대표의 말이다.

클로젯쉐어는 1년 전 싱가포르에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했다. 베타서비스를 오픈하고, 마케팅활동으로 현지 고객 데이터를 모았다.

물류창고는 국내에서 개발한 스마트팩토리 운영방식을 그대로 도입해 싱가포르 현지에 설립했다. 올해 말 정식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며, 동시에 현지 SNS를 활용한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성 대표는 “국내와 다르게 해외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선두 업체가 없었을 뿐 더러 경쟁 서비스들이 별로 없었지만 해외에는 우리보다 인지도와 자본이 뒷받침되는 글로벌 서비스들이 많기 때문이다.

쉐어방식의 대여 서비스를 전개하는 회사는 클로젯쉐어가 유일했는데 최근 글로벌 유사 서비스에서 공유 형태의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들었다.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와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해외 비즈니스는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클로젯쉐어는 홍콩에 두 번째 해외 지사도 설립했다. 대표적인 패션 도시로 손꼽히는 만큼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하기 위한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클로젯 쉐어를 통해 아시아의 모든 옷장을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밀집된 도시에서 모든 사람들의 옷장이 리얼하게 자신의 옷장처럼 사용되도록 아시아 대도시를 중심으로 10개국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

"차세대 벼룩시장 꿈꾸며 사람과 물품 연결"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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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근처에서 만나는 시장. 당근마켓의 어원이다. 요즘 당근마켓 광고가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실제 사업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당근마켓은 지역 주민들과 신뢰를 보장시켜 주며 쉽고, 빠른 지역기반 중고 직거래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지역 중고거래 뿐만 아니라 P2P, O2O서비스 연결, 좁은 생활권 지역검색 등 다른 형태로 발생하는 모든 거래를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꾸며 지난 2015년 김재현, 김용현 공동 대표가 설립했다.

두 사람을 비롯한 35명의 직원이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같은 분야에서 일해 온 직장 동료들이 지역 로컬 활성화라는 꿈을 안고 똘똘 뭉쳐 매일 쓰는 서비스를 만들자라는 취지로 일군 회사다.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 800만, 월간 방문자 수(MAU) 300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쇼핑 부문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근마켓에서 월간 거래되는 개인 간 물품 거래액 규모는 500억 원에 달하고 있다. 1년으로 치면 6천억 원 규모다.

사업 초기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15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카카오벤처스와 스트롱벤처스가 공동으로 총 57억 원을 이 곳에 투자했다.

얼마 전 알토스벤처스와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굿워터캐피탈을 통해 총 400억 원을 투자 유치하면서 누적 금액만 480억 원에 육박했다.

로컬 시대, 로컬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사들의 관심이 적지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때문에 이 달 초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 대표이사를 만나 당근마켓의 상황을 물었다.

인터뷰를 하다보면 질문 한 마디에 10분 간 장황한 답변을 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수가 적어 부연 설명을 이끌어내야 하는 사람도 있다.

키가 크고 날씬한 체구를 가진 김 대표는 후자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당근마켓은 흔한 온라인 커머스 중개 플랫폼은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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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근 마켓은 커머스 플랫폼이 아닌가

당근마켓은 지역 생활 플랫폼이다. 그래서 커머스가 아닌 동네 기반의 물품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 지향적 모델을 짰고 앞으로도 큰 변화는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 근무 시절 직원들이 필요한 물건을 사내 장터 게시판에서 서로 팔고 구매하는 것을 보면서 동네 기반으로 넓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가장 처음 동네 연결은 판교 지역에서 시작했다.

당시 플랫폼 이름도 ‘판교 마켓’이었다. 하나의 지역만 제대로 연결해보자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전국 단위로 확장해 현재 4천개 정도로 지역으로 나눠 운영 중이다.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물건을 주고받는 편리성을 모바일에서 제공하지만 직접 거래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만나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구조다.

아직은 중고 물품 거래가 많지만 궁극적으로 사람 중심의 노동과 지식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조금 더 쉽게 빗대면 지역 정보지 성격의 ‘교차로’나 ‘벼룩시장’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선보인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 같다.

개인과 개인은 물론, 개인과 지역 소상공인까지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 사업 목적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세심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파악해 데이터화하고 분석하는데 온 힘을 쏟아 붓고 있다.

-주로 어떤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당근마켓 사업이 시작된 지 4년이 흘렀지만 중고 물품 중심이라는것이다.

중고물품 거래 게시글 기준으로 볼 때 여성과 유아동(도서포함)의류와 용품의 거래 비중이 가장 높다. 두 개의 카테고리만 각각 18%를 차지하고 있고 잡화와 디지털가전과 생활가구, 미용과 남성 잡화 순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당근마켓이 중고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마 현대인들의 소비 패턴이 오랜 경기 불황과 인식 변화로 예전과 판이하게 다르다. 가성비를 따져가며 현명하게 소비하는 경향이 커졌다.

때문에 중고물품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당근마켓이 성장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당근마켓은 모바일로 10초 만에 물건 등록을 하고 채팅을 통해 거래 하면 된다. 가입비나 수수료는 없다.

특히 지역주민들과 직거래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함으로 사용자들 간의 신뢰를 주기 위한 매너 지표를 설정해 유저 신뢰도 평가에 주력하고 있다. 신뢰도 평가는 매너온도, 매너평가, 느낌신고, 거래후기를 통해 진행되며 당근마켓만의 차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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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 직거래 중개 플랫폼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질문에 부정할 수 없다. 당근마켓의 첫 번째 버전이 물품이라서 그렇다. 두 번째 확장 영역은 사람이다. 그리고 지역 소상공인의 광고 서비스다.

만약 우리 동네에서 식빵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당근마켓에서 관련 게시글을 올려 식빵 만들기 클래스를 열고 사람을 모으는 것도 가능하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타인의 반려견까지 산책을 시켜 줄 수 있는 노동 시장을 연결할 수도 있다. 또 지식을 공유하는 스터디 그룹과 개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른 활동이 동네 기반에서 연결될 수 있도록 영역을 확대중이다.

과거 사람들이 직접 만나 이뤘던 관계와 거래를 모바일 통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사람들이 직접 만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상거래를 이룰 수 있는데 그 기반이 동네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로컬(동네로 표현 하고 있음) 생태계가 많이 무너지고 있다. 지역사회 활동을 공유하고 경험해 지역에 뿌린내린 소상공인들의 비즈니스 생태계를 살리겠다는 큰 의미도 있다.

이미 당근마켓에서 활성화된 소상공인 지역 광고도 마찬가지다. 동네 슈퍼마켓, 세탁소, 빵집, 꽃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 적은 비용을 들여 광고형태의 게시글을 올리고 동네 사람을 상대로 홍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로컬 비즈니스라는 취지를 잇기 위해 전국 단위의 광고는 노출이 불가능 하도록 했다. 이제 규모의 경제에서 가치의 경제로 우리의 시선을 옮길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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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체적으로 실행되고 있는 전략이 있나

서울 서초구·강남구·송파구,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제주도 등 일부 지역에서 시범 제공하는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를 내년 1분기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에선 병원·학원·피트니스센터 추천, 돌보미 요청 등 지역 내 정보가 문답 형식으로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다. 지역 기반 커뮤니티 서비스 확대와 함께 기존 전단지 광고 외에는 정보 전달 수단이 없는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기능을 확장할 생각이다. 도입한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마다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영역도 확대중이다.

국내서 선보인 사업 모델로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베트남 지역을 검토 대상 국가로 놓고 현재 다각도로 점검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편적으로 당근마켓이 중고거래와 광고 플랫폼으로만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기술 고도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물리적 거리가 별다른 변수로 작용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역의 중요성을 잊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여전히 지역과 맞닿아 있는 연결 관계로부터 깊은 우리의 삶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당근마켓의 향후 선보일 서비스로 알리고 싶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m

"귀엽고 사랑스러운것 싫어하는 사람있나요 아크메드라비가 잘되는 이유죠"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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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업계에게 ‘제 2의 젠틀몬스터’라 불리며 고공행진 하는 브랜드가 있다. 이제 막 3년차에 접어든 스트리트 캐주얼 아크메드라비(acme de la vie)다.

올해 1월 롯데 명동 면세점에 입점해 처음 면세사업을 시작했다. 첫 달부터 매출이 심상치 않았다. 3월 롯데 명동 면세점에서만 30억 원대 매출을 기록, 1분기 4개 면세점 매장에서만 100억 원을 넘겼다.

면세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면세점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8월까지 국내에만 면세점 10개 매장을 오픈했다. 특히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성지로 여겨지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하면서 3년도 안된 국내 토종 브랜드로는 첫 사례가 됐다. 2017년 7월에 론칭해 이제 막 2년 2개월 된 아크메드라비.

첫해 4억 원, 작년 47억 원, 올해는 7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며 15배가 넘는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모두가 경기침체를 탓하며 장사가 안 된다고 하는 이 어려운 때에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했다.

쌍둥이 형제가 이끌고 있는 아크메드라비의 구재모 대표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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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페이스 티셔츠>

인생의 정점을 위한 도전

브랜드 이름을 처음 보고 영어도 아닌 것이 어느 나라 언어인지도 모를 정도로 어렵다고 느껴졌다. 인터뷰 전 ‘아크메드라비’ 단어를 찾아보니 프랑스어로 ‘내 인생의 정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브랜드 이름으로 선택한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쌍둥이 형제는 그 말에 너무 꽂혔었던 건지 어렵다는 생각은 못했다(웃음). 그냥 이 말이 너무 좋았고, 다른 이름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2007년부터 구재모, 구진모 대표(이하 구 대표)는 10년 넘게 명품 도소매 사업을 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직접 물건을 소싱해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던 구 대표는 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구매대행 및 명품 커머스 플랫폼 등이 생겨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재고만 쌓여갔다.

“유럽 현지에서 물건을 떼 와서 2배수 이상의 소비자가를 측정해 판매했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1.5배에서 많게는 1.3배까지 낮춰 판매하는 온라인 업자들이 생겨났고, 우리 오프라인 매장에는 손님이 끊겼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은행장과 상담하던 VVIP였는데 빚이 쌓이다 보니 창구직원에게 상담 받는 신세가 됐다.

빚이 10억이 넘어가고,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어느 날 창고에 넋 놓고 앉아 있었다. 좋았던 시절을 생각하며, 아직 우리의 정점은 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이때부터 아크메드라비라는 이름을 생각하게 됐다”

당시 갖고 있던 현금 400만 원으로 반팔 티셔츠 150장, 반바지 80장을 제작해 오프라인 매장 명품들 사이에 비치했고, 이것이 아크메드라비의 시작이었다.


무신사 브랜드가 아닌 아크메드라비

당시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고, 이들의 필수 유통은 무신사였다. 실제로 거의 모든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론칭할 때 필수 유통채널로 무신사를 선택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무신사를 통해 나오고 있는 브랜드도 수두룩하다.

이에 무신사는 지난해 매출 4500억 원, 올해는 1조 2000억 원을 바라볼 정도로 잘나간다. 하지만 아크메드라비는 오히려 외부채널 운영에 소극적이다. 초창기 무신사, 더블유컨셉 등 외부채널에는 아예 입점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채널별로 품목당 20~30장 한정 수량만 배분하고 품절이 되도 더 이상 입고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오히려 플랫폼 MD들이 배너 광고와 기획전을 진행해주겠다며 상품을 더 입고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사실 우리도 많은 고민을 했다. 인지도가 없는 브랜드에겐 트래픽이 높은 무신사 입점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신사 브랜드가 아닌 아크메드라비가 되고 싶었다. 매출이 수십억 수백억이 나와도 무신사를 통해서 80~90%를 판매하면 무슨 소용인가? 평생 무신사를 벗어날 수 없으며, 결국 무신사에 소속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조금 천천히 성장하더라도 우리 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자사몰을 통해 판매하면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싶었다. 현재 온라인 매출에서 자사몰과 외부채널 매출 비율은 7대3 수준이다. 앞으로도 자사몰 판매비중을 70% 이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2017년 7월 첫 달 매출 400만 원, 8월 1900만 원, 9월 2900만 원, 10월부터 12월까지 3달간 4억 원. 그리고 2018년 연매출은 48억 원. 동기간 대비 10배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구대표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베이비페이스 티셔츠

사실 아크메드라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타들이 즐겨 입던 베이비페이스 프린팅 티셔츠 때문이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기 얼굴에 독특하고 귀여운 표정, 아이돌 스타가 한번만 입고 카메라에 찍히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은 확실히 찍었던 것이다. 특히 워너원, 세븐틴, 아이콘 등 핫한 아이돌 중심으로 지금까지 2천 번 이상 협찬 됐을 정도라고 한다.

“10년 넘게 명품 도소매업을 하면서 스타일리스트나 헤어, 메이크업 종사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거의 대부분 어시(보조) 수준이었는데, 우리가 아크메드라비 론칭할 당시에 보니 어엿한 메인 실장이 되어 있더라(웃음). 이렇게 우정과 의리로 협찬을 진행할 수 있었고, 어시일 때 사줬던 밥값들이 지금의 아크메드라비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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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메드라비 청담 쇼룸 전경 / Photo 황현상 기자>

무조건 스타에게 협찬을 하고 미디어에 노출이 되기만 하면 모든 브랜드가 다 잘될까? 그렇지 않다. 그랬다면 지금까지 국내에 글로벌 브랜드가 수십 개는 배출됐을 것이다. 확실한 브랜드 콘셉트와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하고 협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어본 스타들이 품질에 만족해서 또 다시 찾게 된다는 게 아크메드라비의 강점이다.

“명품을 오랫동안 다루다 보니 쉽게 망가지지 않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이 좋은 옷이라는 가치관이 있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티셔츠이지만 좋은 원단에 고퀄리티 프린팅으로 작업했다. 이러한 점이 아크메드라비만의 차별화가 된 것 같다. 모든 원단과 생산공정은 국내에서만 진행하며 우리(쌍둥이 대표)가 직접 QC(Quality Control) 작업을 한다.”

무엇보다 불량률을 줄이고 고품질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은 반응생산을 통해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구대표는 “이틀에 한번 리오더를 진행하고 매일 6,000장씩 생산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장 사장님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판매될 옷들만 생산한다는 생각에 꼼꼼히 생산 해주시고, 오히려 매일 공장을 가동할 수 있어서 더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중화권을 매료시킨 아크메드라비

확실히 중국의 영향이 컸다. 한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아이돌 스타의 스타일이 매번 이슈가 됐고,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SNS의 힘입어 중화권 젊은 소비자들에게 노출이 많이 됐다. 또 청담동이 중국 관광객들에게 필수 관광코스로 여겨지면서 자연스레 아크메드라비 청담쇼룸은 중국 관광객들로 붐비게 됐다. 청담동에 매장이 있는 핫한 브랜드로 인지된 것이다.

“처음에 브랜드를 만들 때 중국시장을 생각하고 만든 것은 아니다. 아이돌 협찬을 했던 것은 단지 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진행했던 건데 이렇게 빨리 인지도가 생길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10평 남짓 되는 청담 쇼룸에서 월 매출 2억 원에서 3억 원이 나온다. 거의 중국 관광객 매출이며 최근에는 일본을 비롯해 대만, 말레이시아 관광객들도 많이 늘었다. 이제는 청담동 쇼룸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청담동 필수 관광코스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중국 진출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중국 기업 대련본드스트리트과 3년 200억 원 홀세일 계약을 체결, 앞으로 3년간 중국 대련지역에서 아크메드라비를 독점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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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보이런던코리아를 중국에 성공적으로 전개한 업체로 유명하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유통채널과 마케팅 노하우로 아크메드라비를 중국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0월 1일까지 쇼룸 1개와 쇼핑몰 내 4개의 매장을 오픈한다.

“중국의 시장은 너무나 방대해서 지역별로 환경이나 문화 및 트렌드가 확연히 다르다. 하나의 파트너와 중국 독점 전개권을 계약하기보다 지역별로 강점을 지닌 업체들과 각각 파트너십을 체결해 전개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중국에 존재하는 아크메드라비에 대한 모든 상표권을 인수했고, 이제 공격적으로 중국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련지역을 시작으로 인지도를 쌓고 다른 주요 지역에도 현지 벤더사를 통해 오프라인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언제든 입을 수 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옷

아크메드라비는 스트리트 브랜드다. 하지만 여타 브랜드와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스트리트 브랜드라 하면 반항적인 이미지와 멋지고 쿨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그에 반해 아크메드라비는 베이비페이스 프린팅을 아주 크게 박은 티셔츠가 메인 아이템이다. 실사 이미지를 사용해 표정도 다양하고 리얼하다. 사랑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것이 아크메드라비가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옷, 입으면 입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까지 웃음을 짓게 되는 브랜드다.

“남자, 여자 상관없이 누구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카카오 프렌즈, 라인 프렌즈 등 전 세계적으로 캐릭터 사업이 잘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멋있는 옷보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옷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와 협업해 의류 외에 다른 품목에서도 아크메드라비만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콘셉트를 입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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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면세점 아크메드라비 매장 전경 / Photo 아크메드라비>

아크메드라비는 론칭 시작부터 비현실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까지도 성장세는 멈출 줄 모른다. 지난해 매출 47억 원, 올해는 상반기 매출만 278억 원. 하반기에는 면세점 추가 오픈과 중국 사업까지 합세해 올해 700억 원은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원도 작년 7명에서 현재 본사 직원만 21명, 매장 직원까지 하면 60명이 넘는다.

“너무 빠르게 성장한 탓에 회사 운영에서도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넥스트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많긴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행하면서 즐기고 있다. 그 방법이 지금의 아크메드라비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우리의 정점을 만들어낼 것을 믿기 때문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

"해 온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합니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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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형제의 진지한 패션사업 열공記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 강재영 링크인터내셔널 대표


세 살 터울의 형제는 어릴 적부터 궁금한 것, 갖고 싶은 것, 해 보고 싶은 것이 많이 닮아있었다. 남대문 도깨비시장에 나가 일본의 월간잡지 ‘맨즈논노’를 구해보고, ‘나이키 에어조던’ 시리즈를 모으기 위해 의기투합했던 형제.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했던 형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문이자 함께 패션사업을 하는 어른이 됐다. 10년이 조금 넘는 기간, 두 형제는 7개의 브랜드와 70명의 직원이 함께하는 패션전문기업을 만들었다.

형제 중 맏이인 강원식 코넥스솔루션 대표는 2006년 미국 슈즈 ‘탐스’의 국내 공식 수입사로 패션시장에 첫 발을 디뎠다. 이어 스페인 브랜드 빅토리아 슈즈, 미국 의류 브랜드인 그라미치, 유니버셜 오버롤즈, 와일드씽즈를 차례로 도입해 전개 중이다. 이달 17일에는 서울 종로구 내자동에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과 베이커리, 카페를 복합 구성한 ‘내자상회’를 열었다. 종전에 운영했던 ‘탐스로스팅코’를 리뉴얼한 매장이다.

동생인 강재영 대표는 2008년 론칭한 슈즈 편집숍 ‘유니페어’ 기획과 운영을 주도하며 합류했다. ‘유니페어’ 전개 법인과 함께 이달 9일 론칭한 패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라이프 아카이브’의 전개사 링크인터내셔널도 맡고 있다.

‘함께’ 즐거운 일을 찾아서

우리 패션업계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 ‘동업자 정신’이다. 2세, 3세 경영이 시작된 기업에서 경영권을 물려받은 자손끼리 다툼을 벌이는 경우도 종종 있는 일이다. ‘밥벌이’를 함께 한다는 것이 꽤나 골치 아픈 일이라는 방증일 텐데, 이 형제만의 비결이 있었을까. 강원식 대표는 “함께 좋아하는 것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우선 브랜드를 도입할 때의 기준이 ‘우리가 좋아하는’이예요. 브랜드 스토리와 퀄리티, 그것이 아주 기본적인 호감의 기준이죠. 어떤 브랜드에 호감, 호기심이 생기면 제품을 먼저 사서 입어보거나 신어보고, 써보면서 공부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도입한 브랜드가 다 성공했을 것 같지만 성공 확률은 한 50% 쯤 됐나봅니다(웃음).”

패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사업으로 실현한 형제, 의외로 그들의 사회생활은 패션과는 동떨어진 평범한 직장인으로 시작됐다. 강원식 대표는 고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 후, 1996년 창업한 벤처기업 인바디(지금은 체성분검사 기기로 글로벌 지명도를 가진 헬스케어기업이 됐다)에 입사해 일본 수출영업을 담당했다.

고등학생 때 일본 패션잡지를 보며 ‘우리에겐 왜 이런 멋진 남자 옷이 없을까’ 아쉬워했던 것이 일본어를 공부하고, 패션을 업(業)으로 삼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강재영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코리아에서 마케터로 일했다. 형이 ‘탐스’로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는 마음과 달리 함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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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같이 시작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말리셨어요. 아들 둘이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겠다고 하니 불안하셨나 봐요. 결국 저만 먼저 시작하는 것으로 타협이 되었는데, 혹시 잘되지 않더라도 동생은 글로벌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까. 일종의 보험을 드신 거죠(웃음).”

사업이력이 전무했던 코넥스솔루션이 ‘탐스’의 공식파트너사가 된 과정도 재미있다. 2006년, 당시 삼성물산에 다니던 대학동기가 강원식 대표에게 미국에서 막 론칭한 ‘탐스’라는 브랜드를 알려준다. 신발 한 켤레가 팔릴 때마다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를 기부하는 ‘탐스’의 브랜드 철학은 삽시간에 착한 패션, 윤리적 소비 이슈를 확산시키고 있었다. 브랜드 스토리에 매료된 강 대표는 대학동기와 회사를 만들고 ‘탐스’에 e메일을 보낸다.

션 스콧 ‘탐스’ 디자인개발 총괄이사는 2013년 당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코넥스솔루션과의 인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한국 파트너도 우리만큼 신생이었지만, ‘탐스’를 보고 끌렸다면 좋은 사람들일 거라고 믿었습니다.”

2년쯤 지나 ‘탐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카테고리 확장을 준비했다. 강재영 대표가 가세하며 속도가 붙었고, 2008년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일 치르꼬’라는 남성용 구두 전문 편집숍을 내게 된다. 이 숍은 2011년 ’유니페어’로 리뉴얼해 차곡차곡 경험을 다지며 성장하고 있다.

에드워드 그린, 존롭, 알든, 파라부트 등 세계적 수제화 브랜드를 중심으로 PB 제품, 슈케어 브랜드 ‘릿슈’도 구성되어 있다.

‘유니페어’에서 인큐베이팅한 브랜드 중 ‘드레익스’와 ‘파라부트’는 각각 서울 도산, 한남점을 오픈했다. 올 4월 광주광역시에 생긴 두 번째 ‘유니페어’ 매장은 매니저를 지낸 김해룡 대표가 고향에서 경험과 뜻을 펴 보겠다고 해 열게 된 매장이다.


‘플레이어’에서 ‘베이스’로

형제는 ‘당신을 위한, 세상에서 단 한 켤레뿐인 구두를 선보인다’는 의미로 만든 ‘유니페어’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클래식을 지키고 싶다”는 이유다. 사실 그들은 ‘탐스’부터 최근 론칭한 ‘라이프 아카이브’까 ‘유니페어’를 제외하면 문화적으로나 스타일면으로 10대~30대 초중반에게 어필하는 브랜드를 소개해 왔다. 영 패션을 우선할 것이라는 생각은 선입견이었던 걸까. 먼저 강재영 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

“우리는 젊은 회사고, 일하는 사람들도 젊고, 소비자도 젊은 것이 사실이죠. 항상 젊은이들 속에서 함께 부대끼며 장사하고, 그렇게 지냈어요. 하지만 뭔가를 의도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같이 간다’고 생각합니다. 실시간으로 전 세계 정보가 오고가는데 우리가 제시하는 정보에 (소비자가) 갇혀있을 리 없죠. 예전엔 우리 같은 패션기업이 스스로를 트렌디하다고 생각하고 소비자, 시장도 ‘핫 하다’고 했었는데, 최근엔 반응이 예전 같지 않잖아요. 업데이트 노력을 열심히 할뿐이지 소비주체의 생각과 느낌을 가질 수는 없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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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강원식 대표의 이야기. “나이를 먹으니 ‘유니페어’가 더더욱 우리의 운명이 아닌가 싶어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은데 나이가 들어서도 괜찮을 것 같거든요(웃음). 사업이 아니라 ‘패션 일’을 하고 싶다는 거죠. 언젠가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을 보는데, 제가 듣기에도 옛날 랩을 하던 1세대 래퍼가 출전해 1차에서 떨어졌어요. 저도 그 래퍼처럼 될까 걱정이 될 때도 있습니다. 무신사에 있는 브랜드들을 보면 해외에 내놔도 전혀 모자람 없이 잘하고 있거든요? 그걸 보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젊은이가 해야 하는 것 같다, 이제까지 플레이어로 사업을 이끌어왔다면 이제는 젊은 친구들의 베이스가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죠.”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브랜드를 찾아 소개해왔던 두 대표는 브랜드가 가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변형시키지 않고 우리 시장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의 정수(精髓)라고 할 수 있는 아이템이 기후나 취향 등을 이유로 국내 시장에서 전혀 팔리지 않아 소개조차 되지 않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됐다.

강재영 대표는 “너무 안타깝지만 소비자를 가르치고 계몽하려는 마음으로는 사업이 안 된다”면서 “오만해지지 않아야 한다, ‘라이프’는 그런 마인드로 시작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시즌’은 무의미하다

‘라이프 아카이브’는 미국의 전설적인 시사 사진잡지 ‘라이프(LIFE)’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링크인터내셔널이 전 세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라이프지에 실렸던 역사적 사진이 담긴 그래픽 티셔츠, 강렬한 레드 로고를 활용한 모자, 에코백, 힙 색, 테크 백팩, 여행용 가방 등을 선보인다. 7월에는 컴포트슈즈를 내놓을 예정이다.

두 대표는 협업이 브랜드의 콘셉트와 맞는 마케팅 방법이라고 보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브랜드의 문화토대가 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할 계획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R트렁크 시리즈로 유명한 가방 브랜드 ‘로우로우’와 진행했다. 조만간 R트렁크 ‘라이프’버전, 백팩 시리즈가 출시된다. 향후 문구류와 F&B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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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영 대표는 “해외 브랜드여서 호감을 갖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소비자들이 여전히 브랜드를 쫓는 것 같아도 취향은 유니크해 졌고, 2015년 이후 그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라이프 아카이브’는 그런 소비자 변화에 대한 연구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완제품을 오더만 하면 되었던 수입사에서, 제조 기업으로 사업 구조를 새로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강원식 대표는 “재고 리스크는 수입 사업이 더 크다”고 답했다.

“우리 시장은 제품 회전주기가 빠릅니다. S/S, F/W, 2개 시즌을 가져가면 몇 개월 전에 수주를 해 놓고, 출고 전까지 그저 기다려야 하는 거죠. 한국 소비자는 아이템에 집중하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야 빠르게 소비자 대응도 가능할 거라고 봤습니다. 한국 시장에 적응하고, 한국 소비자에게 인정받으면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될 것 같아요(웃음). 시즌은 무의미합니다. ‘라이프 아카이브’는 그래서 주간, 월간 드랍(drop) 방식으로 속도감 있게 갈 계획이에요.”

철저한 학습 없이 시작도 없다

두 형제는 2010년 쯤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을 열었다가 4년 만에 중단한 경험이 있다. 뉴욕 출장길에 본 현지 유명 테이블 웨어 브랜드를 보고 한눈에 마음이 끌려 시작한 일이었다. 당시 강원식 대표는 정식으로 요리를 배우면서 식기를 연구했다. 그는 “관심을 가지게 되면 파고드는 성격이라 ‘탐스로스팅코’를 준비할 때는 바리스타 교육도 받았다”고 말했다. 커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좋은 바리스타를 채용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기에는 멋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보울(bowl)이 꼭 필요하고, 미국식 오븐플레이트는 너무 무겁고 우리나라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오븐 요리를 하지도 않아서 활용도가 낮다는 걸 생각하지 못한 거예요. 진짜 살림을 공부하지 않았으니 완전히 망했죠(웃음).”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실패도 경험하며 체득한 결과물이 얼마 전 리뉴얼 오픈한 ‘내자상회’다. 형제는 ‘내자상회’가 리테일 비즈니스에 대한 꿈을 가지고 해온 것,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의 교집합이라고 설명했다. “이젠 정말 쫓기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회사가 조금씩 커나가면서 두 대표는 요즘 ‘경영자의 역할’에 대해 생각이 많아 졌다고 했다. 현재의 위치에서는 젊은 친구들이 본인의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재무 등 회사의 기본부터 다져야 하는 때라고 판단하고 있다.

“어떤 예능 프로그램에서 JYP 소속 연습생들과 잠깐 인터뷰를 하는데, 정말 어린 친구들이 ‘진실, 성실, 겸손한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진지한 눈빛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말단 직원까지 회사의 코어 밸류를 명확하게 머리와 가슴에 각인하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죠. 조직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사내 문화를 만드는 일이 경영자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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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개인적 바램이 있는지 물었다.

강재영 대표는 “우리 사회가 ‘가치’에 좀 더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우리 사회가 ‘진짜 가치’를 모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소비자가 점점 스마트해지긴 하는데 너무 약게만 선택하지 않나, 가치에 대한 의식 수준이 높아졌으면 하는 거죠. ‘가성비’라는 말도 그저 ‘싸다’는 의미로 통용되고 시장이 양극화되어 가니 공급자도 새로운 제안을 하기엔 운신의 폭이 좁아요.”

수입사업자들이 길게, 멀리 보고 사업 환경을 만들어야 함에도 병행수입, 직구가 뒤섞여 가격경쟁에만 몰두하는 현실도 우려했다. 거기에 아직도 살아있는 액티브엑스, 의무적으로 행하는 각종 시험, 역시 의무 갱신이 필요한 보안인증 등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만 정작 사용자 보호 효과는 체감하기 힘든 이커머스 관련 정책도 개선을 원하는 부분이다.

기자가 만난 두 대표는 각자의 회사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고, 각자의 전문 분야가 확실했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는 물론 경영과 산업을 대하는 철학 또한 공유하는 운명 공동체라는 점 역시 분명해 보였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

도시 콘텐츠 ‘아는동네’

Interview

(주)어반플레이 아카이브랩 강필호 팀장

(주)어반플레이 아카이브랩 강필호 팀장


콘텐츠 중심의 동네 라이프스타일 서비스 구축을 목표로 하는 그룹 ‘어반플레이', 그곳의 출판과 온라인 콘텐츠를 담당하는 아카이브랩은 ‘아는동네'라는 유니크한 콘텐츠를 출판과 온라인으로 릴리즈 하고 있다.

연남동과 을지로에 이어 이태원이라는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상업 공간들의 모습들을 담아 소개하고 있으며, 그곳의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독특한 시너지를 이뤄낸다. 이곳에서 진솔한 콘텐츠 제작에 큰 가치를 두고 있다는 콘텐츠 메이킹 크리에이터를 만나보았다.

Q.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어반플레이 아카이브랩 강필호 팀장입니다. 아카이브랩은 로컬 관련 리서치를 진행하고 이를 온오프라인 매체를 통해 기사화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지금 아는동네가 3권까지 발간 됬는데요, 다음으로 선정된 동네는 어디이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음 호에 다룰 지역으로는 성수동을 선정하였습니다. 단순히 핫한 동네이기 때문에 선정한건 아니고요. 서울 강북 지역에서 유일한 준공업지역으로서 다른 어떤 동네와도 다른 색채를 지닌 성수동이 2010년대에 힙타운으로 부상하게 된 전반적인 맥락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소개할 예정입니다.

Q. 아는동네 책과 웹사이트로 여러 지역 공간들과 사람들을 소개하고 있으신데요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은 사람이나 장소가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

속초에 있는 동아서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물론 아는동네에서 다루는 여러 공간은 제 각각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속초 동아서점에서는 '서점업'이란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성실하게 청소하고 무거운 짐을 나르는 등 기본적이고 사소한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들려주셨는데요. 얼핏 보기에는 쉬워보이지만 이를 성실히 해내는 건 어렵다는 측면에서, 60여 년에 걸친 내공이 느껴지는 담백한 한마디였다고 생각합니다.

Q. 특별히 영감을 받는 공간이나 지역이 있으시다면?

특정 공간보다는 사람들의 일상이 살아 숨 쉬는 동네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보자면 아파트보다는 야트막한 주택이 많은 동네,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보다는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작은 규모의 가게가 많은 동네를 좋아해요. 그런 맥락에서 서울 안에서는 어반플레이 사무실이 있는 연희동을 좋아하고요. 지방에서는 수원의 행궁동, 광주의 동명동, 강릉의 명주동&임당동 같은 동네들을 돌아다니며 주택이 배치된 모습이나 가게의 형태, 골목 풍경 등을 눈여겨 보는 걸 즐깁니다.

Q. 지역과 공간에 관련된 컨텐츠를 제작하시는데, 이 일을 시작하게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 학부 과정을 수료했을 때 막연히 문화/예술 분야 직종에 종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우연히 어반플레이를 알게 되었죠. 당시만 해도 주로 디자인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회사였는데요. 거의 처음으로 입사한 기획자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일을 만들어간다는 재미를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몰두하고 있는 지역 관련 비즈니스 역시 걷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느낀 점을 정리하길 좋아하는 개인적인 성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지역이나 공간 트렌드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예전과는 달리 신규 창업자가 공간에 많은 돈을 들이기 어려운 형편이죠. 그로 인해 공간 분할이 수월한 다세대 주택의 리모델링이나 재생 건축 등이 계속해서 유행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성비가 좋으면서도 심플한 인테리어와 가구가 유행하는 경향에도 앞서 언급한 상황이 영향을 미치고 있죠. 

Q. 아는 동네팀들의 취재 관련 소스는 어디서 많이 얻으시나요?  

신문, 논문, 관련 서적 등 서면 자료뿐만 아니라 해당 동네에서 일하거나 거주하는 지인에게 조언을 부탁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하여 정보를 구하는 편입니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수는 없고요, 동네를 움직이는 거시적 요소를 분석하여 큰 맥락을 잡고 그러한 맥락을 세부적인 영역에서 밝혀줄 수 있는 취재 대상을 섭외하는 걸 중시합니다.

Q. 앞으로 많이 활성화될 것이라 예상되는 지역이 있다면? 이유는?

예언자도 아닌데 특정 지역을 꼽는 건 우스운 일이 될 것 같고요. 질문에서 언급한 내용을 점쳐볼 수 있는 일종의 흐름에 대해서 언급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하나의 도시를 놓고 볼 때 교통 접근성이 괜찮은 편이지만 주거, 상업, 공업 어느쪽으로도 고도화되지 못했던 지역이 재발견되며 상권을 형성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 것 같아요. '~리단길'이란 명칭이 붙은 동네들이 한동안 유행이었던 것에는 그런 맥락이 담겨 있는 것이죠. 방문하기 쉽지만 그동안 개발 이슈가 없었거나 백지화되어 7~80년대 지어진 건축물이나 생활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동네들이 나름대로 잠재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향후 관련 프로젝트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앞서 말씀드린 아는동네 매거진 성수동편을 제작하고 있고요. 아는동네 온라인 웹사이트에서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컬 브랜드, 공간 등을 꾸준히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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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경쟁력은 ‘다름'이 아니라 ‘독특함’에서 나온다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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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디자이너 박성철 니즈디자인랩 대표

이커머스가 패션 유통의 주류 채널이 된 지금도 오프라인 매장은 패션 브랜드의 얼굴이다. “죽는 것은 오프라인 채널이 아니라 변화하지 않는 재미없는 공간”이라는 서울대학교 김난도 소비자학 교수의 말처럼, 소비자의 채널 이동은 매장에서 브랜드와 소통하는 것에 흥미를 잃은 까닭이다.

소비자가 매장에서 재미를 찾지 못하게 된 이유를 단순히 온라인 채널이 주는 서비스, 예를 들어 편리한 배송과 가격 메리트로 한정할 수는 없다. ‘스타일난다’ ‘난닝구’ ‘임블리’ 등은 지난 수년 동안 경쟁력을 잃어간다는 대형유통에 중대형 매장을 내고 서울 명동, 홍대입구 등 핵심 가두상권에 직영점을 냈다. 이처럼 디지털 네이티브가 오프라인 채널 확대에 크게 투자해 글로벌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온라인에서 브랜드를 접하지 못한 새로운 소비자를 흡수하고 있는 상황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매장은 단순히 판매처로서의 기능을 넘어 소비자가 매장에 머무는 동안 끊임없이 브랜드의 스토리를 들려주고 아이덴티티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매장은 브랜드가 가진 자원과 브랜딩 역량, 동 업계 경쟁력을 집약해 보여주는 요체다.

때문에 최근 패션기업은 물론이고 규모를 막론해 공간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를 불러들이는 공간, 나아가 브랜드 가치를 배가시키는 공간의 힘은 어떻게 연출되는지 공간 디자이너 박성철 니즈디자인랩 대표에게 들어봤다.

니즈디자인랩은 ‘젠틀몬스터’가 매장 공간의 진화를 보여주기 위해 홍대 플래그십스토어를 통해 진행했던 총 36차례 퀀텀프로젝트 중 시즌 중반부 디자인과 시공을 맡은 회사. 당시 프로젝트는 25일마다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하며 고정관념을 부순 디스플레이, 다양한 장르 아티스트와 협업한 과감한 아트워크로 상업 공간의 미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미국 스트리트웨어 ‘슈프림’이 올 9월 중국 베이징에 문을 여는 플래그십스토어 공간 디자인을 진행 중이다(현재 상하이에 위치한 ‘슈프림’ 매장은 미국 기반의 오리지널 브랜드가 아닌 중국 내 상표권을 선점한 슈프림 이탈리아의 매장이다).


Q. 니즈디자인랩을 간단하게 소개해 달라.

건국대학교 건축전문대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바로 니즈디자인랩을 만들었다. 우리 회사는 공간과 관련된 모든 것을 디자인하는 회사다. 건축, 인테리어, 설치미술, VMD, 리테일 가구 등을 주로 디자인하고 있다.

그동안 했던 작업과 현재 진행 중인 작업 다수는 패션과 관련된 리테일 디자인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돋보이게 하는 디자인, 경쟁 브랜드와 차별된 공간 브랜딩, 이 두 가지가 언제나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지향점이다.

Q. 디자인 영감은 어떻게 얻나?

우리는 음악과 설치미술, 패션 분야는 국내외 패션위크에서 볼 수 있는 컬렉션과 패션쇼 등 다양한 요소에서 영감을 얻고 아이디어를 찾는다. 실무에 들어가서는 (디자인을 의뢰한) 브랜드와 충분히 소통하고 각각의 콘셉트에서 공간디자인 콘셉트를 도출하는 편이다. 패션 브랜드의 경우는 시장조사를 통해 최신 패션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소비자들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와 감도에 따라 때로는 과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안하기도 한다.

오는 9월 오픈하는 슈프림 중국 북경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 3D시안

오는 9월 오픈하는 슈프림 중국 북경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 3D시안

Q. ‘젠틀몬스터’와 진행했던 퀀텀프로젝트는 ‘선글라스 판매장’의 상식을 뛰어넘는 공간연출로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이번에는 올 가을 중국 베이징에 오픈하는 ‘슈프림’ 플래그십스토어 공간디자인을 맡았다고 들었다. 어떤 공간을 보여줄 것인가?

‘젠틀몬스터’도 그렇고 ‘슈프림’도 마찬가지로 프로젝트 진행과정에 대외비 사항이 많다. 설명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야기하자면 ‘슈프림’같은 경우 브랜드의 매뉴얼 디자인이 없다. 때문에 콘셉트 설정부터 디자인 시안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자재를 사용하고 어떤 컬러감을 줄 것인지, 조도(照度)는 어떻게 줄지 등을 모두 우리가 제안했다.

매장의 입지가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 그 중에서도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있는 만큼 베이징의 상징물이 될 수 있는 공간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플래그십스토어 한 섹션에 잠수함 같은, 도심에서는 볼 수 없는 오브제들을 활용해 베이징에서 특별한 약속장소로 떠올리게 되는 랜드마크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강남역 지오다노 매장 앞에서 만나’라고 하듯이 말이다.

1층은 ‘젠틀몬스터’ 홍대 퀀텀에서 보여주었듯 상업적 공간이 아니라 전시적 성격이 강한 디자인으로 진행했다. ‘슈프림’이 다양한 브랜드와 많은 협업을 하고 있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팝업스토어처럼 사용이 가능한 공간을 설계했다.

공간 디자인에 대한 철학이 듣고 싶다. 그리고 패션기업들에게 현재 패션브랜드 매장의 공간디자인에 대해 조언한다면.

최근 소비자들은 예전과 다르게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고 시각과 관점의 깊이가 있다. 예술 전시와 공연 등 예전에는 특정 계층 또는 동호인 그룹 중심으로 향유하던 문화를 쉽게 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의 공간디자인이 ‘제품이 돋보이는 공간’을 추구했다면 이제는 ‘제품이 돋보이는 것은 물론 브랜드 자체가 돋보이는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쟁 브랜드와 다르기 만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필 할 수 있는 콘셉트가 강한 공간디자인이어야 승산이 있다. 콘셉트의 승부처는 ‘다름’이 아니라 ‘독특함’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

대선제분 공장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Interview

박상정 아르고스 대표

박상정 아르고스 대표


18,900제곱미터, 약 5,700평.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3가 9번지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부지다. 대형 쇼핑몰 경방 타임스퀘어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 원통형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83년 된 밀가루 공장이다.

영등포에 위치한 대선제분 공장

영등포에 위치한 대선제분 공장

원통형 건축물은 밀가루 공장의 핵심시설인 사일로(곡물 저장창고)다. 영등포 제분공장은 1936년 문을 연 밀가루공장으로 근대화 과정 속에서도 80년여 년 간 온전히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보기 드문 시설이다. 지금은 대선제분이 평택항에서 가까운 충남 아산시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이르면 내년 3월 이 곳은 상업 시설이 들어선 1,650㎡ 광장에 복합문화공간이 된다. 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 도심재생 사업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시는 23개 동을 아우르는 대지면적 총 18,963㎡ 규모의 영등포구 문래동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도시재생 구상안을 발표했다.

시가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을 둘러싼 50만㎡에 달하는 문래동 일대 지역의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의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도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

대선제분 폐공장도 밀가루 대신 문화를 생산하고 사람이 모이는 ‘문화공장’으로 탈바꿈해 개장된다. 사업은 토지주 대선제분으로부터 재생사업과 관련한 재생계획 수립 및 사업 시행 권한을 위임받은 아르고스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 재생계획 수립부터 리모델링, 준공후 운영 등 전반을 주도해 진행한다.

아르고스는 대선제분 창업주의 손자 박상정씨가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 기업이다. 14일 여의도에서 박상정 대표를 만나 대선제분 공장 재생 사업과 관련한 콘셉트와 방향을 물었다.


Q. 대선제분 공장은 어떤 공간인가?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은 서울 도심내 위치한 80년이 넘은 공장으로 과거의 원형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서울에 몇 안남은 소중한 산업유산으로 보존할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영등포 공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영등포에 건설된 밀가루 공장이다.

1958년 대선제분이 인수,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사일로, 제분공장, 목재창고, 대형창고 등 총 23개 동으로 구성된다. 공장이 지어졌을 당시 영등포는 방직·제분 등 다양한 공장이 입지한 제조 산업 거점공간이었다. 대선제분 동쪽으로는 경성방직, 서쪽으로는 종연방직 경성공장 등이 이웃했지만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상업시설(타임스퀘어)로 바뀌어 과거 흔적이 사라졌고, 대선제분만이 온전한 모습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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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롭게 조성되는 복합문화공간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사업은 2단계에 걸쳐 추진된다.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를 통해 상업 시설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인·허가를 받았다. 먼저 1단계 마중물사업으로 공장 원형을 최대한 유지한 채 상업 공간과 전시·공연, 오피스 등을 조성한다. 전체 23개 동 가운데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4개 동(13,256㎡)이 대상이다.

대형창고(1936년 건축, 2,126㎡)는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가변적 상업공간으로서 조성될 예정이다. 정미공장(1936년 건축, 1,167㎡)은 기획 전시장, 기업 홍보 갤러리,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활용된다. 식당(1936년 건축, 1950년 화재 후 신축, 555㎡)은 기획 전시공간 및 고급 레스토랑으로 조성되며, 목재창고(1936년 건축, 1,272㎡)는 창고 내 수많은 기둥을 활용한 숲 같은 내부 환경으로 꾸며 근린생활시설, 전시 대관 및 조망가능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2호 창고(1936년 건축, 2,498㎡)는 증축을 통해 높은 천장고를 활용한 공공전시관, 창업지원공간과 공유오피스 등 공공지원 공간으로 조성하며, 사무동(1936년 건축, 1,499㎡)은 증축 을 통해 제분산업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근현대산업 역사를 기록하는 전시관 및 사무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Q. 공장 건물을 보존하고 증축과 리모델링으로 조성한다고 들었다

대선제분은 영등포 공장 이전 계획을 지난 2008년부터 수립 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에 근무하고 있었을때다. 2011년쯤 일 것 같다. 대선제분 공장을 아산시로 이전 소식이 들렸다. 소유주인 대선제분은 당초 매각을 검토했다. 충남 아산으로 공장 이전을 완료한 2013년까지 2년간 회사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대선제분은 임대료를 납부하는 조건으로 아르고스에 개발을 일임했다.

그때부터 매각 대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공장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상 공간으로 조성해 오랜동안 가치를 지속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다. 답은 보존을 통한 공간 브랜딩, 그렇게 공간을 ‘재발견’하는 것이었다. 롯데월드타워, 코엑스몰 등 물리적 랜드마크는 자본이 있다면 가능하다.

반면 정서적 랜드마크는 스토리가 있어야 된다.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꾼 런던의 ‘테이트모던’ 등 해외 도시의 공간 브랜딩과 재생 사례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직접 유럽 곳곳을 다녔다. 우리와 달리 건축적 역사도 오래됐고 상대적으로 건축물 훼손도 덜 된 그곳의 공간 활용을 보면서 상 공간에 대한 발상을 뒤집어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쇼핑몰에 식상함을 느낀 이용자가 성수동이나 한남동의 복합문화 공간을 찾고 새로운 형태의 상 공간을 갈증하고 있다는데 초점을 둔 것이 아니다. 새롭게 조성된 공간에서 어떠한 액티비티 콘텐츠를 기획느냐 것이다. 실제 조성될 공간에는 1,650㎡에 달하는 광장이 있다.

이 곳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이용하다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거나, 쇼핑을 하고 싶을 때 이용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성될 상업, 문화, 전시 공간은 80년이 넘은 과거의 모습에서 즐길 수 있게 개발 중이다.

Q. 당초 계획보다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서울시와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놓고 협의가 길어진 것과 국내에서는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하면서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적합한 시공사가 많지 않아 업체 선정 과정이 길어진 영향이 크다.

건축물의 안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인데 비용 면에서도 허물고 짓는 것보다 곱절로 드는 큰 사업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든다면 100미터가 넘는 창고로 쓰이던 목조 공간이 있는데, 기둥이 없는 무주공간 설계로 되어 있다고 하자.

이 곳에 보를 세워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에서 건축물을 들어 올려 구조물을 고스란히 살린다.

이 곳에 카페나 의류 상점을 낸다고 가정하자. 새로울 것이다. 이처럼 파트너사(임차인)가 물리적 요소를 잘 갖춘 건축물과 광장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집객을 높여 시너지를 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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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 공간은 어떻게 조성 되는가?

1단계에 판매 시설이 들어선다. 구체적으로 언급할수 없지만 카페, 레스토랑, 패션 등 다양하다. 다만 흔한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지양하고 있다. 그 다음 문화집회시설, 사무업무 용도의 시설이 조성될 계획이다. 오랜 시간 상업용 부동산 투자 펀드 매니저로 일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처음부터 매각 모델이 아닌 조성 계획부터 준공 후 운영 등 전반을 맡기 때문에 상 공간의 차별화에 역점을 뒀다. 지속가능한 공간 브랜딩을 위해서는 당연히 재무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파트너사(임차인) MD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직접 언급할 수 없지만 최근 국내 성수동에 매장 오픈을 앞둔 커피 브랜드가 찾아와 공간을 보고 갔지만 입점은 담보할 수 없을 만큼 콘텐츠 구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단순한 임대업이 아니다. 낙후된 문화 소외지역 한 블록 면적에 문화 공간이 조성되는 일이다. MD가 잘 갖춰진 공원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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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간 브랜딩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

유럽과 가까운 일본만 봐도 공간 브랜딩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상 공간이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야 된다. 지난해 시와 함께 문래동 일대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려 민간주도형 개발 선포식 당시 공간의 의미를 정립했다.

사실 재생사업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사전적 의미로 재생은 낡고 못쓰는 것을 다시 쓸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을 일컫는다. 이 공간은 아직도 공장으로, 창고로 쓰임이 있다. 다만 건축적 가치를 제고해 다른 공간으로 재발견 한 것이다.

내년 개장할 복합문화공간의 이름도 이미 정해졌지만 보안상 공개가 어렵다. 영등포 공장이 대선제분으로 불리지 않길 원하는 새로운 이름이다. 대선제분 공장으로 80년의 스토리텔링이 되었다면 앞으로 100년은 다른 이름으로 공간을 브랜딩할 생각이다.

사람들이 대선제분 공장을 보전 하겠다고 하니 믿지 않는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대선제분은 가업이다. 문래동 공장은 기업의 발상지다.

폐쇄된 화력발전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이 된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옛 맥주 양조장을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한 베를린의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 Brauerei)’처럼 지역의 애물단지였던 낡은 공간의 재창조를 통해 영등포 일대 부족했던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목표다. 상 공간의 가치 제고에 변화의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본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

OTD 가치의 재발견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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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맞선 유연함이 리테일 플랫폼의 원동력”


유통업계에서는 단순 브랜드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미는 ‘라이프스타일 공간' 기획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부동산 업계는 공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상품 판매 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물건말 팔던 유통업과 공간만 제공하던 부동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 블러(Big Blur)’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개발 및 건설 업체들은 토지를 사고 건축물을 지어 분양하는 하드웨어 공급자로서의 역할만으로도 성장 시대의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수익을 향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시대는 공급 중심의 시장이 아닌 사용자 관점에서 공간이 어떤 차별적 편익과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권이 되었다.

최근 ‘현대판 5일장’ 띵굴 시장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포맷을 전환하며 손창현 OTD코퍼레이션 대표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공간 기획 분야 전문가 손창현 OTD코퍼레이션 대표가 국내 최대 플리마켓 띵굴 시장에 투자하면서 지난 달 28일 롯데원드점에 ‘띵굴'의 3번째 정규매장을 오픈, 본격적인 사업확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밖에도 신개념 서점인 아크앤북과 ‘공유 공장'의 개념을 도입한 성수연방을 선보이는 등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손 대표는 서울시립대 건축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딜로이트안진 부동산 재무자문, AM플러스 상업시설개발 운영팀, 삼성물산 개발사업부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부동산 디벨로퍼가 최근 리테일 사업에 뛰어든 셈이다. 그가 상공간을 근간으로 다양한 포맷의 사업을 확장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궁금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 OTD코퍼레이션이 생각하는 공간 플랫폼이란 개념은 무엇인가.

쉽게 설명하자면 어떤 특정 건물 내 공간을 새롭게 기획하고 콘텐츠를 채워 넣는 것이다. 하지만 OTD가 하고 있는 공간 플랫폼 사업은 단순히 공간을 만들어내는 1차원적 관점으로 설명되기에는 부족하다.

버려져 있거나 오랫동안 방치된 공간들에 콘탠츠를 넣어 가치를 높이는 일들을 한다고 말 할 수 있다. 쉽게 한마디로 정리하면 ‘공간 가치의 재발견'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단순히 공간을 인테리어로 차별화를 두어 선보이는 리뉴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근원, 위치, 타겟, 라이프스타일 등 심층적 접근을 통해 잠재된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일들을 하고 있다.

Q. 여러 지역에 다양한 포맷과 성격의 공간 플랫폼을 오픈했다. 적합한 공간을 찾고 콘템츠를 기획, 구성할때 상권, 플랫폼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무엇인가.

소비자의 트렌트,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읽고 다양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의 저평가된 공간에 가치과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통해 주변 상권까지 부활시켜 활력을 불어 넣고 가치를 더하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중이다.

쉽지만 어떤 콘텐츠를 채우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자산 가치가 달라진다. 그래서 공간을 만들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콘텐츠나 사이트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한다.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그들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어떤 것을 먹고 싶은지, 어떤 즐거움을 느끼고 싶은지 등,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는 점을 고민한다. 다른 업체들이 요즘 핫한 맛집이 어딘지, 그 아이템들을 선보이기 좋은 장소가 어딘지를 찾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부동산 입대업으로만 접근했다면 셀렉트 다이닝이라는 개념 자체가 탄생하지 않았고 현재까지의 형태로 유지되기 어려웠을 거다. OTD가 운영하고 있는 브랜드를 보더라도 셀렉트 다이닝이라는 형태는 같지만 각기 다른 저마다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버더디쉬가 한국 사람들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맛집이나 디저트 가게등을 중심으로 구성했다면 수제 맥주와 양식 전문점인 파워플랜트나 지역 맛집과의 상생을 토대로 시작된 마켓로거스는 목표 소비자층이 좀 더 명확한 공간이다.

그 자라에 머무르지 않고 매번 공간을 만들때 마다 이전의 우리가 부족한게 무엇이었는지. 사람들이 어떤 것드레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의 확장된 공유 리테일 플랫폼으로 발전하게 된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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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로운 프로젝트로 소개된 성수연방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식음료에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하는 것인가.

맞다. OTD를 창업할 당시만 해도 바이오. IT쪽 스타트업은 많았지만 외식업 분야는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른 분야보다 외식업 분야가 사업을 진행하는데 제약이 많지 않아 조금 수월하게 되전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시작하게 됬다.

하지만 F&B 모델만으로는 플랫품을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다. 계속해서 진화된 버전들을 만들어내고 있기는 하지만 F&B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들을 고민하면서 지금의 공가을 개발하게 됐고, 또 만들어가게 있다.

Q. 성수연방이 복합문화공간,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소개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이자 또 다른 새로운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성수연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을 상징적으로표현하고 싶었다. 그동안 버려진, 혹은 방치된 공간에 콘텐츠를 입혀 가치를 만들어가던 OTD만의 철학이 건물적 차원으로만 접근했다면, 성수연방은 한단계 더 나아가 도시적 관점으로 규모를 키운 저희에게도 도시재생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프로젝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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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과 라이프스타일숍, 다양한 F&B 매장뿐만 아니라 생산 공장, 문화 공간이 함께 어우러져 있어 미식, 휴식, 체험이 가능한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해외에도 없는 새로운 유형의 복합문화공간이다. 대표적인 도시재생 성공 지역으로 꼽히긴 하나,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공간은 아직 많지 않다고 본다.

성수동뿐 아니라 도시재생을 시도하고 있는 여러 사례들 중 안타까운점은 단순히 공간을 그대로 계승한다는 점만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공장 지대였던 기존의 폐건물에 인테리어적 요소만 입혀내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도시재생의 성공을 이끌어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한때 제조업의 메카였던 성수동만의 무드를 반영하여 생산-소비-유통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유형의 복합문화공간 플랫폼으로 선보이게 됐다. 자급자족 형태로 운영되던 고대 길드 사회에서 착안한 ‘연방'이라는 네이밍도 그래서 붙여지게 됐다.때문에 이러한 특징들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감도 높은 스몰 브랜드를 발굴하여 함께하고 있다.

많은 소상공인 분들이 법적인 규제에 적합한 제대로된 생산 공장을 갖추기에는 비용이나 환경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그런 부분들을 성수연방에 입점하게 되며 지방이 아닌 시내에 자체 생산 시설을 확보할 수 있어 빠른 물류 유통이 가능하다.

본인들의 기본 유통 채널 외에도 우리와 연계된 다양한 플랫품을 통해 추가 판로를 확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복합문화공간들과도 확연한 차이를 가지는게 바로 이러한 점이다.

성수연방 내 생산 시설에서 만들어진 식재료를 공간 내 입점된 F&B 매장에서 푸드로 선보이고 그럿들이 소비되는 형태의 선순환 구조가 성수연방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Q. 성수연방에 추가될 콘텐츠가 있는가.

성수연방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인 생산-유통-소비를 완성하게 해줄 생산 시설이 이달 말 완공 예정이다. 육가공 제품으로 유명한 존쿡델리미트의 매장과 공장(팜프레시)이 함께 있어 공장에서 만들어진 재료가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의 다른 스토어를 통해 유통이 되기도 하고, 바로 아래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메뉴 형태로도 즐길 수 있다.

또 생산 시설내 투어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바로 나온 제품들을 시식할 수도 있다.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쿠킹클래스도 참여할 수 있는 등 단순히 생산의 기능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성수연방은 각 구성원들 간의 가치를 공유하고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상행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해 나가고 싶다. 로우로우와의 협업해 만들어진 아크앤북, OTD의 청년 사업 육성의 일환인 오버 더 드림(OVER THE DREAM)에 의해 탄생하게 된 브랜드 피자시즌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구성원 뿐 아니라 방문하는 고객 분들에게도 단순히 소비를 위한 목적성 공간이 아닌 평이한 일상속 끊임없는 영감과 많은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공간들로 만들고자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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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띵굴스토어를 성수연방 콘텐츠로 구성했다. 패션과 뷰티 분야로 사업 확장 계획이 있는가.

을지로와 성수동에 선보인 띵굴스토어1,2호점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띵굴(Thingool)’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잏는 쇼룸 공간의 형태로 선보이게 된 매장이다. 지난 2월 말 오픈한 3호점인 롯데월드몰점은 기존에 오프라인 쇼룸 형태로 선보인 매장들과 다른 새로운 유형의 리테일 스토어다. 메이저 유통 채널인 복합쇼핑몰로 진출하며 강남 및 잠실 상권은 물론 경기 인근 지역의 상권까지 브랜드를 넓혀 나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유통 채널뿐만 아니라 상품 구성에서도 패션, 뷰티 카테고리를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로우 투 로우’ ‘H8’ ‘모한’ 등 디자이너 브랜드와 뉴트로 감성의 빈티지 팝업 마켓 ‘밀리언 아카이브’ 오가닉 및 클린 뷰티 컨셉의 다양한 인디 뷰티 브랜드까지 띵굴 고유의 따뜻한 감성을 바탕으로 엄선하여 큐레이션한 아이템들을 제안하고 있다.

이 외에도 리빙, 키즈, 홈데코 등의 품목과 더불어 합리적인 가격대의 PB ‘신생활’을 통해 삶의 가치를 더해줄 수 있는 다양한 제품들을 두루 선보이고 있다. 곧 뷰티 카테고리 서브 브랜드인 ‘띵굴 브라이트’를 준비하며 공간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터로 활약 중인 양태오씨가 한의사, 갤러리 큐레이터와 함께 설계한 한방 화장품 ‘이스 라이브러리’도 띵굴스토어와 함께하는 방향을 논의 중에 있다.

또 파이콜로지라는 완도지역 미역에서 추출한 소재로 화학성분이 없는 천연 뷰티 브랜드가 띵굴스토어와 함께하고 있다. 두 브랜드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이기 때문에 매스 브랜드만 모아 놓은 올리브영과 같은 채널에는 들어갈 수 없다. 그렇다고 백화점 매장에 입점하기에는 브랜드 고유의 캐릭터를 고려한다면 맞지 않다.

코스메틱 뿐 아니라 다양한 카테고리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좋은 브랜드가 많다.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한 여러 제품들을 만들어 내던 것이 과거 패션 시장에만 국한되어 있었다면 지금은 산업 전반에 걸쳐 같은 양상을 보이며 변화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잘 편집해서 보여줄 수 있는 중심적인 역할을 띵굴스토어가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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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리테일 비즈니스로 확장 계획이 궁금하다. 부동산 디벨로퍼에서 유통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인가.

우선 정확한 개념 설명부터 하자면, 띵굴시장은 파워블로거 이혜선씨가 시작한 국내 최대 규모의 플리마켓이다. 우리가 그 곳에 투자하면서 ‘띵굴(Thin gool)’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다. 좀 더 새롭고 달라진 띵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플랫폼을 우선적으로 선보이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오프라인 플랫폼 ‘띵굴스토어’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기존에 간헐적으로 진행되어오던 온라인 몰 역시 상시 운영 형태로 플랫폼화해 ‘띵굴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오는 5월부터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 ‘띵굴’의 브랜드 정립과 버전업의 시간을 보내면서 기존의 띵굴 시장(플리마켓)은 잠시 (리뉴얼)후순위로 두게 됐다. 하지만 띵굴 시장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띵굴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조금 더 보완 과정을 거쳐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기존에 잘 유지해 운영됐던 가치 기반으로 많은 지역에서 고객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형태로 운영하고자 재정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5월로 예정된 인천 송도 지역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띵굴 시장을 기다려주시는 고객 분들을 찾아 뵐 예정이다.

리테일 시장이 온라인을 활용한 모델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프라인 상 공간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큐레이션 서점 아크앤북 사례를 꼽겠다. 해외에서 이미 서점들은 사라져가고 있는 추세이다. 사고자 하는 책이 있다면 손가락 하나면 5분 내 간편하고 빠르게 주문할 수 있다. 주문자가 있는 장소로 혹은 주문자가 원하는 스토어를 방문하여 찾아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으로 방문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열광한 일본 서점 츠타야가 성공적인 사례다.

아크앤북 역시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일부러 책을 찾기 어렵게 만들어 놨다, 즉 아크앤북은 자기의 취향을 발견하거나 사려고 했던 책이 아닌, 직접 와서 발견할 수 있게 만들고자 하는 공간으로 구성한 곳이다.

책을 사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을 노출시키고 책을 체험 시키게 하는 결국 책에 대한 관심과 구매를 일으키게 하는 측면을 고민해 만든 공간이다. 어느 연구 결과에도 나와 있듯 책을 사서 읽지 않고 꽂아만 놓아도 지적 사고 능력이 상승한다고 한다.

전자책이 아닌 온전히 실체로서의 책 가치가 아직까지는 유효하다. 아크앤북은 그걸 꼭 알리고 싶어서 만든 공간이다. 이처럼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 일 수 있지만 온라인 채널을 따라가기 보다는 오프라인으로 유입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고객의 니즈와 취향을 고려한 심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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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복합문화 공간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가.

현재 성수연방 같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 프로젝트 계힉은 없다. 올해는 아크앤북과 띵굴의 확장과 기업 내부의 힘을 다지는데 역량을 쏟기로 했다. 띵굴의 경우 단순히 온·오프라인으로 채널만 확장되는 개념이 아니라 그동안 OTD가 쌓아온 공간 플랫폼 기획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함을 느낄 수 있는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2월 말 오픈한 패션 중심의 구성한, 새로운 유형의 리테일형 롯데월드몰점이 첫 시작이다.

산업계는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파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오프라인 상 공간에 대한 젊은 소비자 요구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현대인들의 일상은 ‘피로 사회’이기 때문에 소비 활동에 있어서도 피곤함을 원치 않는다. 그래서 이미 누군가의 검증과 필터링을 거친 상품을 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가 바로 그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쇼핑몰에서 나의 구매 기록과 장바구니를 보고 나의 관심사에 맞게 큐레이션해 준 제품이나 가격 비교 사이트의 최상단의 제품을 구매하는 형태를 선호한다. 이제는 더 이상 기업의 일방향적 소통이 통하지 않는 취향이 중시되는 시대이다.

획일화된 상품 진열과 메시지로 강요하고 목적 구매 용도로만 접근하기보다 자연스러운 체험을 통한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 제안함으로서 본인의 몰랐던 취향을 재발견하거나 만들어갈 수 있는 형태로 나아가야한다고 본다.


출처: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