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제분 공장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Interview

박상정 아르고스 대표

박상정 아르고스 대표


18,900제곱미터, 약 5,700평.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3가 9번지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부지다. 대형 쇼핑몰 경방 타임스퀘어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 원통형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83년 된 밀가루 공장이다.

영등포에 위치한 대선제분 공장

영등포에 위치한 대선제분 공장

원통형 건축물은 밀가루 공장의 핵심시설인 사일로(곡물 저장창고)다. 영등포 제분공장은 1936년 문을 연 밀가루공장으로 근대화 과정 속에서도 80년여 년 간 온전히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보기 드문 시설이다. 지금은 대선제분이 평택항에서 가까운 충남 아산시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가동이 중단됐다.

이르면 내년 3월 이 곳은 상업 시설이 들어선 1,650㎡ 광장에 복합문화공간이 된다. 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 도심재생 사업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시는 23개 동을 아우르는 대지면적 총 18,963㎡ 규모의 영등포구 문래동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도시재생 구상안을 발표했다.

시가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을 둘러싼 50만㎡에 달하는 문래동 일대 지역의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의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도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

대선제분 폐공장도 밀가루 대신 문화를 생산하고 사람이 모이는 ‘문화공장’으로 탈바꿈해 개장된다. 사업은 토지주 대선제분으로부터 재생사업과 관련한 재생계획 수립 및 사업 시행 권한을 위임받은 아르고스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 재생계획 수립부터 리모델링, 준공후 운영 등 전반을 주도해 진행한다.

아르고스는 대선제분 창업주의 손자 박상정씨가 운영하는 부동산 개발 기업이다. 14일 여의도에서 박상정 대표를 만나 대선제분 공장 재생 사업과 관련한 콘셉트와 방향을 물었다.


Q. 대선제분 공장은 어떤 공간인가?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은 서울 도심내 위치한 80년이 넘은 공장으로 과거의 원형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서울에 몇 안남은 소중한 산업유산으로 보존할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영등포 공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영등포에 건설된 밀가루 공장이다.

1958년 대선제분이 인수,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사일로, 제분공장, 목재창고, 대형창고 등 총 23개 동으로 구성된다. 공장이 지어졌을 당시 영등포는 방직·제분 등 다양한 공장이 입지한 제조 산업 거점공간이었다. 대선제분 동쪽으로는 경성방직, 서쪽으로는 종연방직 경성공장 등이 이웃했지만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상업시설(타임스퀘어)로 바뀌어 과거 흔적이 사라졌고, 대선제분만이 온전한 모습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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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롭게 조성되는 복합문화공간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사업은 2단계에 걸쳐 추진된다. 사업 추진을 위해 서울시를 통해 상업 시설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인·허가를 받았다. 먼저 1단계 마중물사업으로 공장 원형을 최대한 유지한 채 상업 공간과 전시·공연, 오피스 등을 조성한다. 전체 23개 동 가운데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4개 동(13,256㎡)이 대상이다.

대형창고(1936년 건축, 2,126㎡)는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가변적 상업공간으로서 조성될 예정이다. 정미공장(1936년 건축, 1,167㎡)은 기획 전시장, 기업 홍보 갤러리,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활용된다. 식당(1936년 건축, 1950년 화재 후 신축, 555㎡)은 기획 전시공간 및 고급 레스토랑으로 조성되며, 목재창고(1936년 건축, 1,272㎡)는 창고 내 수많은 기둥을 활용한 숲 같은 내부 환경으로 꾸며 근린생활시설, 전시 대관 및 조망가능 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2호 창고(1936년 건축, 2,498㎡)는 증축을 통해 높은 천장고를 활용한 공공전시관, 창업지원공간과 공유오피스 등 공공지원 공간으로 조성하며, 사무동(1936년 건축, 1,499㎡)은 증축 을 통해 제분산업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근현대산업 역사를 기록하는 전시관 및 사무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Q. 공장 건물을 보존하고 증축과 리모델링으로 조성한다고 들었다

대선제분은 영등포 공장 이전 계획을 지난 2008년부터 수립 했다. 미국 워싱턴주립대를 졸업하고 외국계 부동산 투자회사에 근무하고 있었을때다. 2011년쯤 일 것 같다. 대선제분 공장을 아산시로 이전 소식이 들렸다. 소유주인 대선제분은 당초 매각을 검토했다. 충남 아산으로 공장 이전을 완료한 2013년까지 2년간 회사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대선제분은 임대료를 납부하는 조건으로 아르고스에 개발을 일임했다.

그때부터 매각 대신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공장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상 공간으로 조성해 오랜동안 가치를 지속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웠다. 답은 보존을 통한 공간 브랜딩, 그렇게 공간을 ‘재발견’하는 것이었다. 롯데월드타워, 코엑스몰 등 물리적 랜드마크는 자본이 있다면 가능하다.

반면 정서적 랜드마크는 스토리가 있어야 된다.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바꾼 런던의 ‘테이트모던’ 등 해외 도시의 공간 브랜딩과 재생 사례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직접 유럽 곳곳을 다녔다. 우리와 달리 건축적 역사도 오래됐고 상대적으로 건축물 훼손도 덜 된 그곳의 공간 활용을 보면서 상 공간에 대한 발상을 뒤집어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쇼핑몰에 식상함을 느낀 이용자가 성수동이나 한남동의 복합문화 공간을 찾고 새로운 형태의 상 공간을 갈증하고 있다는데 초점을 둔 것이 아니다. 새롭게 조성된 공간에서 어떠한 액티비티 콘텐츠를 기획느냐 것이다. 실제 조성될 공간에는 1,650㎡에 달하는 광장이 있다.

이 곳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고 이용하다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거나, 쇼핑을 하고 싶을 때 이용하는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조성될 상업, 문화, 전시 공간은 80년이 넘은 과거의 모습에서 즐길 수 있게 개발 중이다.

Q. 당초 계획보다 착공이 늦어지고 있다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서울시와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놓고 협의가 길어진 것과 국내에서는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하면서 리모델링을 할 수 있는 적합한 시공사가 많지 않아 업체 선정 과정이 길어진 영향이 크다.

건축물의 안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인데 비용 면에서도 허물고 짓는 것보다 곱절로 드는 큰 사업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든다면 100미터가 넘는 창고로 쓰이던 목조 공간이 있는데, 기둥이 없는 무주공간 설계로 되어 있다고 하자.

이 곳에 보를 세워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외부에서 건축물을 들어 올려 구조물을 고스란히 살린다.

이 곳에 카페나 의류 상점을 낸다고 가정하자. 새로울 것이다. 이처럼 파트너사(임차인)가 물리적 요소를 잘 갖춘 건축물과 광장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집객을 높여 시너지를 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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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 공간은 어떻게 조성 되는가?

1단계에 판매 시설이 들어선다. 구체적으로 언급할수 없지만 카페, 레스토랑, 패션 등 다양하다. 다만 흔한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지양하고 있다. 그 다음 문화집회시설, 사무업무 용도의 시설이 조성될 계획이다. 오랜 시간 상업용 부동산 투자 펀드 매니저로 일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처음부터 매각 모델이 아닌 조성 계획부터 준공 후 운영 등 전반을 맡기 때문에 상 공간의 차별화에 역점을 뒀다. 지속가능한 공간 브랜딩을 위해서는 당연히 재무적 가치를 높여야 한다. 파트너사(임차인) MD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직접 언급할 수 없지만 최근 국내 성수동에 매장 오픈을 앞둔 커피 브랜드가 찾아와 공간을 보고 갔지만 입점은 담보할 수 없을 만큼 콘텐츠 구성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단순한 임대업이 아니다. 낙후된 문화 소외지역 한 블록 면적에 문화 공간이 조성되는 일이다. MD가 잘 갖춰진 공원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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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간 브랜딩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들었다

유럽과 가까운 일본만 봐도 공간 브랜딩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상 공간이 자기만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야 된다. 지난해 시와 함께 문래동 일대 도시재생 사업과 맞물려 민간주도형 개발 선포식 당시 공간의 의미를 정립했다.

사실 재생사업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사전적 의미로 재생은 낡고 못쓰는 것을 다시 쓸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을 일컫는다. 이 공간은 아직도 공장으로, 창고로 쓰임이 있다. 다만 건축적 가치를 제고해 다른 공간으로 재발견 한 것이다.

내년 개장할 복합문화공간의 이름도 이미 정해졌지만 보안상 공개가 어렵다. 영등포 공장이 대선제분으로 불리지 않길 원하는 새로운 이름이다. 대선제분 공장으로 80년의 스토리텔링이 되었다면 앞으로 100년은 다른 이름으로 공간을 브랜딩할 생각이다.

사람들이 대선제분 공장을 보전 하겠다고 하니 믿지 않는다. 부동산이라는 것이 그렇다. 개인적으로 대선제분은 가업이다. 문래동 공장은 기업의 발상지다.

폐쇄된 화력발전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이 된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옛 맥주 양조장을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한 베를린의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 Brauerei)’처럼 지역의 애물단지였던 낡은 공간의 재창조를 통해 영등포 일대 부족했던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목표다. 상 공간의 가치 제고에 변화의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본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