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사랑스러운것 싫어하는 사람있나요 아크메드라비가 잘되는 이유죠"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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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업계에게 ‘제 2의 젠틀몬스터’라 불리며 고공행진 하는 브랜드가 있다. 이제 막 3년차에 접어든 스트리트 캐주얼 아크메드라비(acme de la vie)다.

올해 1월 롯데 명동 면세점에 입점해 처음 면세사업을 시작했다. 첫 달부터 매출이 심상치 않았다. 3월 롯데 명동 면세점에서만 30억 원대 매출을 기록, 1분기 4개 면세점 매장에서만 100억 원을 넘겼다.

면세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면세점들의 러브콜을 받았고, 8월까지 국내에만 면세점 10개 매장을 오픈했다. 특히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의 성지로 여겨지는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하면서 3년도 안된 국내 토종 브랜드로는 첫 사례가 됐다. 2017년 7월에 론칭해 이제 막 2년 2개월 된 아크메드라비.

첫해 4억 원, 작년 47억 원, 올해는 7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되며 15배가 넘는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모두가 경기침체를 탓하며 장사가 안 된다고 하는 이 어려운 때에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지 궁금했다.

쌍둥이 형제가 이끌고 있는 아크메드라비의 구재모 대표를 만나봤다.

<베이비페이스 티셔츠>

<베이비페이스 티셔츠>

인생의 정점을 위한 도전

브랜드 이름을 처음 보고 영어도 아닌 것이 어느 나라 언어인지도 모를 정도로 어렵다고 느껴졌다. 인터뷰 전 ‘아크메드라비’ 단어를 찾아보니 프랑스어로 ‘내 인생의 정점’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다. 브랜드 이름으로 선택한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우리 쌍둥이 형제는 그 말에 너무 꽂혔었던 건지 어렵다는 생각은 못했다(웃음). 그냥 이 말이 너무 좋았고, 다른 이름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2007년부터 구재모, 구진모 대표(이하 구 대표)는 10년 넘게 명품 도소매 사업을 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직접 물건을 소싱해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던 구 대표는 온라인 시대가 열리면서 구매대행 및 명품 커머스 플랫폼 등이 생겨났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 재고만 쌓여갔다.

“유럽 현지에서 물건을 떼 와서 2배수 이상의 소비자가를 측정해 판매했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1.5배에서 많게는 1.3배까지 낮춰 판매하는 온라인 업자들이 생겨났고, 우리 오프라인 매장에는 손님이 끊겼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은행장과 상담하던 VVIP였는데 빚이 쌓이다 보니 창구직원에게 상담 받는 신세가 됐다.

빚이 10억이 넘어가고,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어느 날 창고에 넋 놓고 앉아 있었다. 좋았던 시절을 생각하며, 아직 우리의 정점은 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이때부터 아크메드라비라는 이름을 생각하게 됐다”

당시 갖고 있던 현금 400만 원으로 반팔 티셔츠 150장, 반바지 80장을 제작해 오프라인 매장 명품들 사이에 비치했고, 이것이 아크메드라비의 시작이었다.


무신사 브랜드가 아닌 아크메드라비

당시 국내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고, 이들의 필수 유통은 무신사였다. 실제로 거의 모든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론칭할 때 필수 유통채널로 무신사를 선택하고 있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무신사를 통해 나오고 있는 브랜드도 수두룩하다.

이에 무신사는 지난해 매출 4500억 원, 올해는 1조 2000억 원을 바라볼 정도로 잘나간다. 하지만 아크메드라비는 오히려 외부채널 운영에 소극적이다. 초창기 무신사, 더블유컨셉 등 외부채널에는 아예 입점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채널별로 품목당 20~30장 한정 수량만 배분하고 품절이 되도 더 이상 입고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오히려 플랫폼 MD들이 배너 광고와 기획전을 진행해주겠다며 상품을 더 입고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사실 우리도 많은 고민을 했다. 인지도가 없는 브랜드에겐 트래픽이 높은 무신사 입점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신사 브랜드가 아닌 아크메드라비가 되고 싶었다. 매출이 수십억 수백억이 나와도 무신사를 통해서 80~90%를 판매하면 무슨 소용인가? 평생 무신사를 벗어날 수 없으며, 결국 무신사에 소속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조금 천천히 성장하더라도 우리 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자사몰을 통해 판매하면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싶었다. 현재 온라인 매출에서 자사몰과 외부채널 매출 비율은 7대3 수준이다. 앞으로도 자사몰 판매비중을 70% 이상으로 유지할 계획이다.”

2017년 7월 첫 달 매출 400만 원, 8월 1900만 원, 9월 2900만 원, 10월부터 12월까지 3달간 4억 원. 그리고 2018년 연매출은 48억 원. 동기간 대비 10배가 넘는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구대표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베이비페이스 티셔츠

사실 아크메드라비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스타들이 즐겨 입던 베이비페이스 프린팅 티셔츠 때문이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아기 얼굴에 독특하고 귀여운 표정, 아이돌 스타가 한번만 입고 카메라에 찍히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눈도장은 확실히 찍었던 것이다. 특히 워너원, 세븐틴, 아이콘 등 핫한 아이돌 중심으로 지금까지 2천 번 이상 협찬 됐을 정도라고 한다.

“10년 넘게 명품 도소매업을 하면서 스타일리스트나 헤어, 메이크업 종사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거의 대부분 어시(보조) 수준이었는데, 우리가 아크메드라비 론칭할 당시에 보니 어엿한 메인 실장이 되어 있더라(웃음). 이렇게 우정과 의리로 협찬을 진행할 수 있었고, 어시일 때 사줬던 밥값들이 지금의 아크메드라비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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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메드라비 청담 쇼룸 전경 / Photo 황현상 기자>

무조건 스타에게 협찬을 하고 미디어에 노출이 되기만 하면 모든 브랜드가 다 잘될까? 그렇지 않다. 그랬다면 지금까지 국내에 글로벌 브랜드가 수십 개는 배출됐을 것이다. 확실한 브랜드 콘셉트와 철학이 담겨 있어야 하고 협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어본 스타들이 품질에 만족해서 또 다시 찾게 된다는 게 아크메드라비의 강점이다.

“명품을 오랫동안 다루다 보니 쉽게 망가지지 않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이 좋은 옷이라는 가치관이 있었다. 누구나 쉽게 생각하는 티셔츠이지만 좋은 원단에 고퀄리티 프린팅으로 작업했다. 이러한 점이 아크메드라비만의 차별화가 된 것 같다. 모든 원단과 생산공정은 국내에서만 진행하며 우리(쌍둥이 대표)가 직접 QC(Quality Control) 작업을 한다.”

무엇보다 불량률을 줄이고 고품질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은 반응생산을 통해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구대표는 “이틀에 한번 리오더를 진행하고 매일 6,000장씩 생산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장 사장님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지금은 확실히 판매될 옷들만 생산한다는 생각에 꼼꼼히 생산 해주시고, 오히려 매일 공장을 가동할 수 있어서 더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중화권을 매료시킨 아크메드라비

확실히 중국의 영향이 컸다. 한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아이돌 스타의 스타일이 매번 이슈가 됐고, 순식간에 퍼져나가는 SNS의 힘입어 중화권 젊은 소비자들에게 노출이 많이 됐다. 또 청담동이 중국 관광객들에게 필수 관광코스로 여겨지면서 자연스레 아크메드라비 청담쇼룸은 중국 관광객들로 붐비게 됐다. 청담동에 매장이 있는 핫한 브랜드로 인지된 것이다.

“처음에 브랜드를 만들 때 중국시장을 생각하고 만든 것은 아니다. 아이돌 협찬을 했던 것은 단지 지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진행했던 건데 이렇게 빨리 인지도가 생길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10평 남짓 되는 청담 쇼룸에서 월 매출 2억 원에서 3억 원이 나온다. 거의 중국 관광객 매출이며 최근에는 일본을 비롯해 대만, 말레이시아 관광객들도 많이 늘었다. 이제는 청담동 쇼룸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청담동 필수 관광코스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중국 진출도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중국 기업 대련본드스트리트과 3년 200억 원 홀세일 계약을 체결, 앞으로 3년간 중국 대련지역에서 아크메드라비를 독점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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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보이런던코리아를 중국에 성공적으로 전개한 업체로 유명하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유통채널과 마케팅 노하우로 아크메드라비를 중국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10월 1일까지 쇼룸 1개와 쇼핑몰 내 4개의 매장을 오픈한다.

“중국의 시장은 너무나 방대해서 지역별로 환경이나 문화 및 트렌드가 확연히 다르다. 하나의 파트너와 중국 독점 전개권을 계약하기보다 지역별로 강점을 지닌 업체들과 각각 파트너십을 체결해 전개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중국에 존재하는 아크메드라비에 대한 모든 상표권을 인수했고, 이제 공격적으로 중국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련지역을 시작으로 인지도를 쌓고 다른 주요 지역에도 현지 벤더사를 통해 오프라인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언제든 입을 수 있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옷

아크메드라비는 스트리트 브랜드다. 하지만 여타 브랜드와는 다르다. 일반적으로 스트리트 브랜드라 하면 반항적인 이미지와 멋지고 쿨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그에 반해 아크메드라비는 베이비페이스 프린팅을 아주 크게 박은 티셔츠가 메인 아이템이다. 실사 이미지를 사용해 표정도 다양하고 리얼하다. 사랑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것이 아크메드라비가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옷, 입으면 입는 사람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까지 웃음을 짓게 되는 브랜드다.

“남자, 여자 상관없이 누구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카카오 프렌즈, 라인 프렌즈 등 전 세계적으로 캐릭터 사업이 잘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멋있는 옷보다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옷으로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다양한 카테고리의 브랜드와 협업해 의류 외에 다른 품목에서도 아크메드라비만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콘셉트를 입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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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면세점 아크메드라비 매장 전경 / Photo 아크메드라비>

아크메드라비는 론칭 시작부터 비현실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지금까지도 성장세는 멈출 줄 모른다. 지난해 매출 47억 원, 올해는 상반기 매출만 278억 원. 하반기에는 면세점 추가 오픈과 중국 사업까지 합세해 올해 700억 원은 거뜬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원도 작년 7명에서 현재 본사 직원만 21명, 매장 직원까지 하면 60명이 넘는다.

“너무 빠르게 성장한 탓에 회사 운영에서도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넥스트에 대한 고민과 걱정이 많긴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행하면서 즐기고 있다. 그 방법이 지금의 아크메드라비를 만들었고, 앞으로의 우리의 정점을 만들어낼 것을 믿기 때문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