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 지난 3월 투자자들이 평가한 기업가치 10억 달러” “창업한 지 7년 된 패션 스타트업 르 토트(Le Tote)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인 로드앤테일러 인수” 올해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이슈가 됐던 패션 스타트업의 기사 내용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이들은 모두 패션 의류 및 잡화를 대여해주는 미국의 대표 서비스다.
이처럼 미국은 대여 시장이 10년 넘게 지속돼 왔고, 급격히 성장했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대여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실 국내 시장에도 5년 전부터 시작해 글로벌 대여 서비스들을 표방한 수많은 서비스들이 나왔다. 개척자로 평가되던 ‘원투웨어’, SK플랫닛이 선보인 ‘프로젝트 앤’ 등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부터 패션 스타트업까지 10여 개가 넘는 서비스들이 있었다.
하지만 작년 기준으로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문을 닫았거나 운영하더라도 별다른 성과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대기업이 전개했던 ‘프로젝트 앤’이 서비스를 종료한 작년 5월 직후부터는 국내 시장에 대여 서비스는 성장성이 없다고 평가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 9월 44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혜성처럼 나타난 대여 서비스가 있다. 바로 클로젯쉐어다.
신규 서비스는 아니다. 대여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2016년 9월에 시작된 서비스다. 현재 국내 대여 시장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서비스일 뿐만 아니라 총 50억 원대의 투자유치, 싱가포르와 홍콩 진출, 매년 10배가 넘는 성장률 등 외부에서 보기에도 훌륭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대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성장해 온 클로제쉐어. 다른 서비스와 차이나는 특별한 것이 있는지, 클로젯쉐어 성주희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여 서비스의 구조를 바꾸다
이름에서 보다시피 클로젯쉐어는 다른 대여 서비스와 달리 대여보다는 쉐어(공유)를 강조한다. 보통 상품을 빌리기만 하는 회원으로 운영되지만, 클로젯쉐어에는 렌터(Renter, 빌리는 사람)와 쉐어러(Sharer, 공유하는 사람) 두 가지 유형의 회원으로 구성된다. 고객이 대여하는 역할과 동시에 직접 상품을 공급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성주희 대표는 “2016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우리도 다른 서비스와 같이 대여에 집중하는 서비스였다. 명품 가방을 대여해주는 서비스였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됐다. 잘되면 잘 될수록 더 많은 상품들이 필요했고, 고객들의 상품요청도 계속 늘어났다. 결국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공급도 늘려야 하는 구조인데,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에겐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클로젯쉐어는 서비스 오픈 6개월 만에 비즈니스 모델을 대여에서 쉐어링 모델로 전환했다. 고객들의 옷장에 잠자고 있는 상품을 활용해 플랫폼은 부담 없이 상품의 다양성을 높이고, 소비자는 사용하지 않는 자신의 물건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고객입장에서 공유하는 방식도 간단하다. 고객이 쉐어러를 신청하면 클로젯쉐어에서 쉐어봉투와 함께 픽업까지 직접 진행한다. 자신이 공유하고 싶은 상품들을 쉐어 봉투에 넣어서 보내주면 클로젯쉐어는 상품의 상태와 상품성, 트렌드 등 자체적인 기준으로 검수해 허가된 상품에 한해 대여 상품으로 분류된다.
대여상품으로 등록하게 되면 최소 3개월은 유지해야 하며, 그 이후로는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지 가져갈 수도, 대여상품으로 유지할 수도 있다.
성 대표는 “패션 아이템 대여 서비스는 트렌드와 스타일에 맞게 다양한 상품 공급이 필수인 영역이다. 이에 상품 매입을 위한 비용이 너무 커 수익을 내는데 아주 힘든 비즈니스다.
미국의 10년 이상 된 서비스들이 수익구조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도,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를 중단한 이유도 모두 같은 이유”라며 “대기업이 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마당에 스타트업인 우리가 같은 구조로 비즈니스를 이어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 상품 공급에 있어 최대한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었고, 우리는 여자들의 옷장에서 답을 찾았다.
옷장에 수많은 옷과 아이템이 넘쳐나도 입을 게 없다는 말을 달고 사는 여자들, 계절이 바뀌고 트렌드가 바뀌면 어김없이 또 쇼핑을 하는 특성이 우리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회원가입을 하면 누구나 쉐어러가 될 수도 렌터가 될 수 도 있다. 상품을 대여하기 위해선 이용금액을 지불해야하지만 자신의 상품을 공유하는 것은 무료다. 쉐어러 기능을 추가한 이후 사용자는 급격하게 늘어났고, 현재 누적 회원가입 수는 6만 명, 쉐어러로 활동하는 고객은 2천여 명에 달한다.
마케팅 비용을 거의 지출하지 않았는데도 고객의 입소문을 통해 홍보됐다. 활성 유저(3개월 이상 쉐어러로 활동한 유저)들은 평균 10명 이상의 고객들을 추천해 유입시키고 있다.
현재 약 2만 개의 상품을 운영 중이며 쉐어러 상품이 80%, 입점 브랜드 상품이 20%이다. 물론 매입 상품이 일부 존재하긴 하지만 초창기 서비스를 전개할 때 매입했던 상품들이라 큰 비중이 없다.
쉐어러는 자신의 상품이 대여될 경우 수익의 40%를 정산 받는다. 대여 수익은 정해진 알고리즘을 통해 일별 요금이 측정되고 총 대여일 수만큼 계산된다. 쉐어러 중 가장 높은 수입을 올리는 고객은 월 200만 원 이상 수익을 내며, 현재까지 2000만 원이 넘는 누적 수익을 얻은 고객도 있다.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쉐어링 서비스
클로젯쉐어의 가장 큰 장점은 고객이 불편함 없이 자신의 물건을 공유할 수도 원하는 물건을 대여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다.
일단 모든 상품들은 성수동에 위치한 클로젯쉐어 물류창고에서 직접 관리된다. 상품 촬영부터 수선, 관리, 세탁, 배송 등 모든 서비스를 직접 진행한다.
성 대표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결국 이 모든 서비스를 직접 하려면 인력과 많은 자원이 투입돼야 했는데, 규모가 커지면 감당할 수 없는 구조라는 걸 깨달았다. 최대한 자동화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프로그램 개발이 필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지난해 3월 카카오 벤처스를 통해 총액 6억 원의 첫 기관 투자를 유치했다. 성 대표는 투자금으로 1년 동안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비주얼 개발자, 세탁 전문가, 물류 전문가 등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데 활용했다. 특히 고객들의 모든 활동을 데이터화 하고 분석하는데 집중했다.
“우리는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한다. 현재 많이 찾는 브랜드와 상품은 무엇인지, 배너 구성과 기획전은 어떻게 할지, 회원제 운영 등 모든 부분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결정한다. 물류창고는 스마트팩토리를 추구한다.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연구개발한다. 쉐어링 파트(고객들이 쉐어하는 상품들 관리 파트), 세탁파트, 물류파트 등 각각의 프로세스에서 가장 효율적인 구조를 만든다”라고 말했다.
특히 쉐어링 파트에서 상품 촬영과 상품 등록 등 상품을 게시하기 전까지의 영역에서 시간 낭비가 많았다. 이미지를 찍고 보정하고 상품의 상세정보를 입력하고 등록까지 수천 개의 상품들을 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것이다.
때문에 자체적으로 비주얼 분석 솔루션을 개발해 사진 촬영과 동시에 보정이 되고 사이즈, 색상, 핏, 소재 등 상품의 상세정보가 자동으로 분석되도록 했다.
“종전 하나의 상품을 등록하기 위해 30분이 걸렸다면, 솔루션을 사용하면 5분 만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하루에 100개의 상품을 등록할 수 있는 인력이 있다면 같은 인력으로 600개 이상을 등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아시아의 옷장을 나의 리얼한 옷장처럼
“클로젯쉐어 이용자라면 아시아 어느 국가로 여행 또는 출장을 가더라도 더 이상 거대한 캐리어 없이 떠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싱가포르를 가면 싱가포르 쉐어러들의 상품을 대여하고, 일본을 가면 일본 쉐어러들의 상품을 이용해 굳이 모든 의류와 아이템들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세상 말이다” 클로젯쉐어의 최종 목표를 설명하는 성 대표의 말이다.
클로젯쉐어는 1년 전 싱가포르에 해외 지사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했다. 베타서비스를 오픈하고, 마케팅활동으로 현지 고객 데이터를 모았다.
물류창고는 국내에서 개발한 스마트팩토리 운영방식을 그대로 도입해 싱가포르 현지에 설립했다. 올해 말 정식 서비스를 오픈할 예정이며, 동시에 현지 SNS를 활용한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성 대표는 “국내와 다르게 해외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이 필요하다. 국내에는 선두 업체가 없었을 뿐 더러 경쟁 서비스들이 별로 없었지만 해외에는 우리보다 인지도와 자본이 뒷받침되는 글로벌 서비스들이 많기 때문이다.
쉐어방식의 대여 서비스를 전개하는 회사는 클로젯쉐어가 유일했는데 최근 글로벌 유사 서비스에서 공유 형태의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들었다.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와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해외 비즈니스는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클로젯쉐어는 홍콩에 두 번째 해외 지사도 설립했다. 대표적인 패션 도시로 손꼽히는 만큼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하기 위한 주요 거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클로젯 쉐어를 통해 아시아의 모든 옷장을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밀집된 도시에서 모든 사람들의 옷장이 리얼하게 자신의 옷장처럼 사용되도록 아시아 대도시를 중심으로 10개국까지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