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대학교 휴학생 신분의 작은 체구, 귀여운 외모의 앳된 모습은 여전했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를 지난 2015년 당시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은 시간이 꽤 지나서도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열정적인 표정과 눈빛, 힘이 실린 목소리도 여전하다.
대신 처음 봤던 열정 넘치고 특유의 밝은 모습의 새내기 창업가 모습은 지워졌다. 예비 유니콘 기업 타이틀을 확보한 주목받는 기업인으로 성장한 그녀는 5년이 지난 지금이 업무 강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한다. 시간에 쫓기듯 쌓였던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꽤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현재 스타일쉐어 직원 수는 120여 명. 지난해 기준 거래액 규모는 약 1천억 원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스타일쉐어를 예비 유니콘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윤자영 대표가 11년 이라는 시간 동안 만들어낸 성적표다.
새해는 더욱 특별하다고 말한다. 지난 2018년 인수했던 온라인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 29CM(법인명 에이플러스비)의 운영까지 도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에이플러스비 창업자인 이창우 대표가 퇴사하면서 윤 대표가 책임지게 됐다.
중압감도 크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새로움을 표방하며 주목도가 높았던 곳인데다 창업자 이창우 대표가 끌고 온 29CM의 첫 대표이사 교체라는데 있다.
- 심정이 어떠한가.
“사실 이창우 대표 사임 결정 이후 고민이 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웃음) 최근까지도 그랬다. 29CM은 다른 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특별함이 가득한 곳이다.
이창우 대표의 영향력이 그만큼 컸던 만큼 공백에 대한 부담감이라고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문득 29CM 사무실을 둘러보다 이창우 대표가 빠진 공간에 생각보다 수많은 구성원들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들의 능력치와 29CM은 그대로 있었다. 내가 딱히 해야 할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찰라 부담감과 걱정은 줄었다.”
- 단독 대표직이 갖는 의미는.
“29CM을 이루는 직원들의 수만 100명이 넘는다. 지금까지 잘해왔고 앞으로도 이들과 계속해서 함께 한다. 사업의 방향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있어 중요한 의사결정을 책임지고 판단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29CM을 만들어 온 구성원들에게 많이 묻고, 보고 배우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유지하는 것 역시 가장 중요한 경영자의 덕목이다. 업무 환경이나 프로세스는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빠르게 파악해 개선할 생각이다.”
-두 곳(29CM, 스타일쉐어)이 함께 한지 2년이다. 그 동안 달라진 점은.
“서비스 슬로건 ‘더 나은 선택지를 위한 가이드(Guide to better choice)’에 집중했다. 29CM이 잘 하고 잘 되는 분야와 잠재적 성장 영역으로 평가된 곳의 개발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난 2년간 새롭게 만들어진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오프라인 공간 29CM 스토어를 활용한 ‘브랜드 소셜 클럽’이 그 중 하나다.
입점사 중 참여를 원하는 브랜드의 지원을 받아 강남역에 위치한 오프라인 공간 ‘29CM 스토어’에서 진행하며 소비자가 직접 보고, 만져보며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상품을 온라인 공간에서 소개하는데 한계가 있는 브랜드에게 외연(外延) 확장 기회를 제공하고 소비자는 보다 정확한 브랜드 스토리와 나은 쇼핑 경험을 갖게 되는 구조다. 29CM의 강점인 문화 행사 카테고리도 강화됐다.
매월 진행되는 시중 문화 행사를 모아 구독 형태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컬쳐 캘린더’ 서비스를 전개 중이다. 바쁜 일상 속 전시, 공연, 그리고 각종 이벤트 정보를 취득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구독을 통해 원하는 행사에 대한 알림기능과 다양한 문화 행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29CM은 커머스 회사이지만 미디어 콘텐츠를 발신하는 하나의 플랫폼이라는 측면에서의 접근이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닌 조금 더 나은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큐레이터 역할을 하는데 집중했다.
브랜드를 단순히 상품을 파는 매개가 아닌 스토리와 철학이 가득한 콘텐츠로 알리는 일이 더욱 고도화됐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29CM 거래액 규모가 크게 성장했다.
“맞다. 2년 전보다 약 3~4배 정도 성장했다.(웃음) 지난해 거래액 규모는 900억 원이다. 그 전까지는 많이 낮은 상태다. 다만 29CM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9CM이 운영하는 자사 미디어 채널인 PT(온라인 프레젠테이션)등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인 PT 광고 콘텐츠 매출을 공개할 수 없지만 지난 2014년 처음 선보인 이후 지금까지 250개 기업과 브랜드가 참여했다. 주로 2030 밀레니얼 고객을 상대로 감성적인 브랜딩 캠페인을 펼치고 싶은 기업들이 선호한다.
패션·의류뿐만 아니라 세계적 전기차 기업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다이슨 등 글로벌 브랜드도 29CM의 고객사다. 커머스가 전부는 아니다.
거래액 규모로 나열하는 과거의 잣대로는 본질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진정성 있는 콘텐츠로 브랜드를 소개하고 29CM 특유의 톤과 목소리로 제안하는 콘텐츠 개발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라고 본다.
굳이 커머스 측면에서 성장 요인을 찾으라고 한다면 미디어 콘텐츠 발굴과 서비스에 집중했던 만큼의 커머스 영역의 투자다. 커머스 카테고리에서 사용자 편의성 개선, 29CM 내 판매되는 상품 가격과 시장의 할인된 가격의 간극을 메우는 것 등이 있을 것이다. 특별한 전략은 없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면
“29CM 인수 직후 가장 우선순위는 소비자 경험(Customer Experience) 개편 업무였다.
이용자의 사용 편의를 넘어 최종 판매 가격이나 보상과 같은 구매 이후 고객 만족도 개선에 집중했다.
첫 번째는 MD부서의 운영 방식 수정이다. 온라인 특성상 손쉽게 채널별로 가격비교가 가능해 조금이라도 싸게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른 커머스 플랫폼이 입점사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데 집중하며 판매 가격을 최저가로 맞춘다.
29CM의 경우 커머스보다 콘텐츠 미디어 기능의 강점이 높다보니 세일즈 포인트와 상거래 시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꼽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입점 브랜드가 자발적으로 세일을 시작하면서 각종 커머스 플랫폼과 직영 쇼핑몰에서 인하된 가격으로 판매했지만 우리만 세일을 적용하지 못한 경우다. 그래서 입점사와 보다 긴밀하고 촘촘한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들었다.
"두 번째는 29CM 에센셜 상품이다. 단독 상품 라인으로 세일즈 데이터를 분석해 브랜드에게 제공하고 우리 채널에서 잘 팔릴만한 상품을 선별해 판매한다. 개성이 강한 서비스인 脫가격 정책의 특별 상품 판매 방식이다. 현재 성과가 두드러져 예상되는 기대치도 높은 상태다.”
-스타일쉐어와 29CM의 협업 구조를 이루고 있나
“각 사의 장점이 명확하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경우가 많다. 스타일쉐어는 개발인력이 두텁다. 경험치도 높다. 29CM은 해당 영역에서 스타일쉐어보다 약하다. 29CM은 스타일쉐어가 보유하지 못한 콘텐츠 개발 영역이 뛰어나다. 공동 프로젝트 형태의 협업은 없지만 양 사의 노하우와 경험치를 경계 없이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시너지를 낸다."
- 새해 목표와 계획이 무엇인가
“우리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집중하고자 한다.(웃음)”
"스타일쉐어와 29CM은 국내에 유일한 콘텐츠 중심의 커머스 플랫폼이다. 실제로 콘텐츠를 통해 발생되는 매출이 30%가 넘는다. 이것이 우리의 강점이고 우리만 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과 판매를 위한 채널이 구분되어 있었지만 최근에는 구분이 없어졌다. 인스타그램은 커머스 기능을 탑재하고, 오픈마켓은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소비자 여정이 콘텐츠로 시작해서 커머스로 연결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본다.
29CM은 올해 개발팀을 구축해 백엔드 영역의 고도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용자 요구에 대응하며 최대한 사용 편의를 높여나갈 생각이다.
이미 스타일쉐어의 최고 기술 책임자(CTO)가 29CM으로 자리를 옮겨 프로젝트에 착수한 상태다."
-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가 궁금하다.
“29CM 미디어 2.0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29CM 서비스 최초 비디오 기능이 추가된 방식인데 이달 베타 버전을 오픈한다.
지금까지 29CM 에디터가 제작한 콘텐츠만 보여주는 방식에서 외부 크리에이터로 저작 권한을 확대했다.
29CC(Contents Crew)라는 콘텐츠 전문가 집단을 모집해 저작 권한을 부여하고, 내부 기준에 따라 검수 후 게시하게 된다. 29CM의 대표 콘텐츠 라인 PT서비스에서 진화된 모습이라고 보면 된다. 시대가 바뀌고 있으니까.(웃음) 이미지와 텍스트에서 영상이 추가된 형태가 될 것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