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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트렌드의 중심 ‘편집숍’
변화하는 구매심리 빠르게 파악해야
제가 즐겨보는 TV프로그램 중 하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입니다. 아빠가 아기를 돌보는 내용이죠. 최근 이 프로그램에 가수 장윤정의 가족이 합류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그녀의 남편은 도경완 KBS아나운서, 그 프로그램의 나레이션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주에는 딸아이의 돌잔치를 준비하기 위해 백화점에 간 장윤정 가족의 모습이 나왔었습니다. 보통 부부가 함께 쇼핑을 하게 되는 경우 상상하게 되는 모습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아마도 사람들은 사지 않을 것들까지 구경을 하려고 부지런을 떠는 엄마, 그런 모습에 지쳐 퍼져버리는 아빠를 떠올릴 겁니다. 그런데 이 가정은 완전히 반대더군요.
도경완은 “다른층에도 가보고 다른것도 봐야한다”고 하는데, 장윤정은 “왜 그래야 하냐, 빨리 살것만 사고 가자”고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제까지 제가 생각해 왔던 남편, 아내의 역할과는 정 반대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매우 새롭게 느껴지더군요. 조금 낯설기도 했구요.
편집숍의 시초
백화점에서 그들이 사려고 했던 제품은 딸아이의 돌잔치 손님들에게 줄 답례품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생각난건 수건이었습니다. 가장 노말한 거 아닌가 싶었죠.
해당 프로그램에서는 장윤정 역시 타월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도경완은 딸아이 이름이 들어간 타월을 발수건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크니 다른 제품으로 하자고 주장하더군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방문한 곳들은 타월 매장, 디퓨져 매장들이었고 결국 타월을 구입했다죠.
아무튼, 그들이 답례품을 무엇으로 골랐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제 눈길을 끌었던 건 그들이 방문한 매장들의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생활용품은 편집숍 중심이 되어버렸죠.
지금 ‘자주’나 ‘모던하우스’에 가면 그 프로그램에서 장윤정 부부가 살펴봤던 자질구레한 물건들 모두를 한 자리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사실 도경완 같은 성향의 남편이 아니라면 그런 편집숍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봤던 여러 주부들은 그런 형태의 매장을 매우 좋아해서 한번 들어가면 나오려고 하질 않거든요.
구글에 검색해보니 우리나라 편집숍의 시초는 갤러리아 백화점이 만든 ‘G494’라고 합니다. 이 매장은 생활용품이나 가격이 저렴한 의류매장이 아니고 럭셔리 남성패션 편집숍입니다.
‘계획이 있구나’ 싶은, 명품 백화점을 추구한 갤러리아의 초기 환경과는 너무 잘 매치가 된 매장이었죠. ‘매장이었다’고 과거형으로 쓴 이유는 지금은 이미 럭셔리 스트리트 브랜드들 때문에 예전의 위상이 많이 약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편집숍들은 럭셔리 브랜드 쪽은 많지 않지요. 생활용품, 저렴한 가격의 스트리트브랜드 위주로 대부분 구성되어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에이랜드, 원더플레이스, 어라운드 더 코너 등이 대표적으로 이런 콘셉트의 편집숍일 겁니다.
단기 트렌드를 잘 캐치하면 유행을 선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좋게 말하면 매우 위험성이 큰 분야입니다.
이름만 얘기해도 너무나 잘 아는 브랜드들의 ‘원 브랜드 숍’은 이미 오래전에 수명을 다한 것 같습니다.
이제는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재빨리 잡아내거나, 그런 기호를 만들어내는 편집숍이 오프라인의 대세가 되어버린거죠. 내가 지금 어떤 브랜드의 옷을 입고 트렌드의 맨 앞에 선다고 해도, 스트리트 패션의 유행주기가 워낙 짧고 빠르기 때문에 현재의 경향을 살리기는 어렵습니다.
즉, 단일 브랜드의 패션만을 가지고는 현재의 흐름을 선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지요. 에이랜드라든지 어라운드 더 코너 같은 곳에 입점된 브랜드 제품은 그 편집숍의 MD나 바이어에 의해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으로 선택되어서 판매되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굳이 내가 머리를 싸매고 현재의 유행을 파악하고 공부하지 않아도 경향을 선도할 수 있는 패션 제품들을 알아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인 것이지요.
편집숍에도 유행이 있다
물론 편집숍도 유행이 있습니다. 앞서 G494가 예전의 영향력을 잃고 지금은 거의 폐점한 것 처럼 된 데에는 처음 오픈했을때의 럭셔리 콘셉트를 트렌드 변화에 상관없이 너무 오래 밀고 간 것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현재 갤러리아 백화점 G494가 있던 층에 위치한 브랜드들은 대부분 럭셔리 스트리트 콘셉트를 지향하는 브랜드들입니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편집숍은 트렌드의 변화에 더 민감해야 하고, 편집숍을 운영하는 주체는 단일브랜드숍을 운영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트렌드의 변화에 눈을 뜨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반 전문가보다 현재의 경기나 사회분위기를 더 많이 읽고, 더 빨리 받아들여야 하지요.
다양한 것을 보여줘야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가 이걸 캐치했다고 해도 그대로 콘셉트를 바꾸는 건 쉽지 않습니다. 결정권자를 설득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리고 결정권자 대부분은 현업의 지식보다 숫자에 밝기 때문에 콘셉트 변경이 어떤식으로 매출을 일으킬 것인가를 설명해야만 하죠.
셀렉트할 브랜드를 찾아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요. 다행히 여성복 쪽은 국내에도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쇼룸 등이 있어서 발품만 조금 팔면 되지만 남성복은 그런 것도 없으니 상대적으로 어렵긴 하지요.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검색해보며 경향을 알 수 있다고 해도 너무 옷이나 신발 등 한 종류에만 몰입해 최근의 소비행태를 다 놓치는 일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여성의류와 피규어, 여성패션과 오디오 제품, 또는 패션과 생활용품이나 스마트폰 주변기기 등등을 같이 디스플레이해 놓는 다양한 매장들이 현재의 소비행태를 반영하고 있으니 너무 예전 생각만 하고 제품 자체의 콘셉트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편집숍들은 어찌보면 오너의 감각이 너무나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빠른 회전과 새로운 제품디스플레이가 가장 중요한데, 이런건 그 매장의 오너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시행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아무튼 구매의 지형도가 너무나 많이 변해버려서 매장을 구성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단일브랜드숍도 마찬가지지요. 이제는 예전처럼 한가지 복종만 전시해서 판매하는 것으로 매출을 올리는 시대는 지나버렸습니다. 이런 걸 너무나 잘 보여주는 곳이 ‘발렌시아가’ 아닐까요.
한때 사람들 머리속에 ‘발렌시아가’는 한물간 오래전 명품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매장 자체도 너무나 트렌디하게 바꿨고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구찌’ 또한 마찬가지구요.
좋지 않은 경기, 너무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나 행태를 파악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무언가 새로움과 즐거움을 안겨줄 수만 있다면 지금 트렌드를 선도하는 편집숍들, 브랜드들처럼 시장을 선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새로움과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은 무지 어려운 일이겠지만, 어느 회사든지 이런걸 찾는건 경영의 한 과정일 뿐이죠. 나 이외의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도 있을겁니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