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밀착형 점포로 변신한 '무인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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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지역 신선식품 구입·판매

지역 사회 목소리 반영해 점포 운영


 

“맛있는 채소가 오늘 들어왔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수확한 당근으로 만든 스프예요 맛이 어떤가요?”

무인양품이 일본 현지에서 이색적인 콘셉트의 점포를 열고 있다. 호텔을 열거나 채소와 생선이 넘치는 식품코너를 확대하는 등 ‘심플 에코’를 앞세워 소비자와 소통을 강조한 콘셉트를 확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매장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물건을 찾거나 직접 문의하지 않는 경우 판촉활동을 최소한 무인양품이 일본에서 재래시장을 방불케 하는 호객 행위에 나섰다.

해안가에 인접 지역 무인양품에서는 그날 들어온 생선을 큰 목소리로 소개하고, 농가 지역이 가까운 점포에서는 신선한 야채를 앞세운다. 생산자 이력도 여과 없이 공개한다.

일본 현지서 7분기 연속 매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무인양품이 지향하는 새로운 유통 전략이 소비자의 생활 속 필요한 지역 밀착형 점포라는 점에서 이들의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식품 품목 50% 차지…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 같아

게이한신 지구(교토시, 오사카시, 고베시를 묶어 부르는 말)의 주거 지역의 교토 아마시나에 최근 무인양품이 지하1층부터 지상 2층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이 곳에는 식품 품목수가 전체 50%를 차지한다. 1개 층이 통째로 식품 매장이다. 종전 점포에서 식품 취급 비중은 10% 수준인 점을 감안, 크게 확대한 셈이다. 취급 식품의 핵심은 지역과 관련된 음식이다. 야채 등 600개 품목을 점포에서 생산자로부터 직접 받아 판매 한다.

육류나 생선, 반찬도 늘어놓고 판매하는데 백화점 지하 식품코너를 연상케 하고 있다.

일본 현지 유통 전문가들 사이에 고토 아마시나 무인양품 매장은 기존 점포와 다른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어 더욱 주목하고 있다.

기존 무인양품의 매장 직원들과 달리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상품을 소개 하기위해 큰 소리로 안내 하거나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 조리법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생산된 야채로 담근 절임 반찬을 소비자에게 직접 시식할 수 있도록 홍보도 적극적이다. 식품을 앞세운 것으로 화제를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취급 식품의 생산 배경이 소비자에게 쉽게 전달 될 수 있도록 모든 품목에 정보를 수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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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밀착형 점포 출점 시작

지방 국도 변 매장. 역(驛) 건물과 대형 쇼핑센터 매장, 그리고 지방 소도시까지 무인양품이 최근 빠르게 점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역과 형태 등 출점 환경을 크게 제한하지 않고 있다. 배경에는 무인양품이 안고 있는 위기감이 있다.

무인양품은 ‘80년대 일본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세이유'의 자체브랜드(PB)로 출발했다. 생활용품을 비롯해 가구, 의류, 식품 등 7000여개 품목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전문 브랜드로 시작했다. 질 좋은 상품을 단순한 스타일에 내놓은 방식에 공감한 소비자의 지지로 성장했다.

문제는 구매자중 상당수가 40~50대 소비자라는 점이다. 일본 현지 유통 사업에서 실제 매출의 60%를 이들 고객에서 발생하고 있다,

카나이 마사아키 무인양품 회장은 “해외서는 환경 의식이 높은 젊은 층이 우리의 콘셉트를 지지하고 있지만 일본의 젊은 층 가운데 무인양품의 철학을 이해하고 구매하는 소비자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젊은 소비자들의 외면은 비싼 가격이다. 무인양품의 철학을 바탕으로 질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시하지만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는 다소 비싸다는 시선이 깔려 있다.

때문에 무인양품은 젊은 세대에게 브랜드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매장 직원이 상품 배경을 직접 고객(젊은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방식으로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470개 매장의 목소리…‘무지그램 점장의 장’

이 같은 방식은 현재 일본 현지 470개 무인양품에서 본격적인 시행에 나서고 있다.

일본 무인양품 본사는 새로운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매뉴얼로 ‘무지그램 점장의 장’이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무지그램은 점포 업무를 지탱하는 매뉴얼로 활용할 예정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각 점포 별 실적 달성 계획, 점포 관리 지침뿐만 아니라 점포 밖 지역 과제를 듣고 무인양품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을 포함시켰다.

본사도 달라진 업무 방식을 지원하기 위해 지원팀도 신설했다. 7~8명의 점장과 판매 직원을 지도하는 70여명에 달하는 ‘블록 매니저’를 고용, 일주일 단위로 점포를 직접 찾아 새 전략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있다.

무인양품이 만든 ‘계단식 논’

실제 무인양품의 ‘무지그램 점장의 장’을 시행한 이후 점포 별 각 지역 사회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일본 미노리지역 무인양품 매장은 지역 농가와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점포 인근 ‘계단식 논, 모내기 행사’를 열었던 것이다.

“(자연을) 맞닿을 기회가 적다”는 지역 내 젊은 주부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지역 내 자연 환경은 우수한데 아이들이 이용 할 수 있는 정비된 공간이 부재하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한 시도다. 무인양품 공식 앱(애플리케이션)에서도 소비자들이 자신이 이용하는 지역 점포 점장을 상대로 생활 전반에 필요한 지역 문제를 제시하며 점포에 애착을 갖기 시작했다.

지역에 맞춘 점포 운영 전략을 무인양품은 ‘토착화’라고 부르고 있다. 상품으로 지역 색을 담아내거나 고객과 점포, 고객과 고객으로 이어지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유니클로가 일본에서 연간 매출액 기준 자국 의류 시장에서 약 1% 가량을 차지하며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무인양품 역시 유니클로 같은 존재가 될지 여부는 각 점포의 토착화 전략이 지역 사회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것인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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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익성 확보

또 7분기 연속 매출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가격 인하 전략이다.

가격 인하 정책은 지난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는데 지난 8월까지 총 4,170개 품목의 가격을 인하했다.

그 결과 지난 상반기 기존 점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9.8% 입접객수가 늘면서 매출액도 3.4% 상승했다. 젊은 세대의 신규 고객도 확대됐지만 수익 면에서는 과제가 남았다.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인데 각 점포 단위 접객 판매 사원 인력을 확대하면서 인거비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가구 코너에는 인테리어 연출 구성에서 구매까지 이르는 모든 서비스를 공간 전문가를 배치했지만 여전히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해결해야 될 과제 중 하나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