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허드슨야드는 리테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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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4일 목요일 저녁, 뉴욕의 수많은 패션 피플과 셀럽들은 모두 다운 타운으로 향했다. 7트레인 허드슨야드(Hudson Yards)역은 설레임과 흥분이 섞인 공기로 가득 찼고 사람들은 상기된 얼굴로 허드슨야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허드슨야드의 정식 그랜드 오프닝을 하루 앞두고 VIP프리뷰 파티를 했기 때문이다. 이 파티에는 약 1만명의 인플루언서, 패션계 인사, 모델, 허드슨야드 개발 프로젝트 경영진, 실무자를 비롯해 앤 헤서웨이, 케이티 홈즈, 매기 질렌할, 우피 골드버그 등의 셀럽들이 대거 참석했다.

레드카펫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라인업과 곳곳에 설치된 프리 샴페인바, 디제잉, 인스타 셀피를 부르는 흥미로운 백 드랍이 어우러져 순식간에 #HudsonYards는 SNS상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그대로 그다음 날 있었던 일반인 공개 그랜드 오프닝으로 이어져 수많은 사람들이 허드슨야드를 방문하게 한 원인이 됐다.

뉴욕올림픽 유치의 실패로부터 시작

그랜드 오프닝 이전부터 이미 많은 이슈와 관심을 불러일으킨 허드슨야드는 미국 역사상 민간 주도 부동산 개발 부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총 25조달러가 들어간 이 프로젝트는 여러 개의 초고층 오피스 타워, 4천개의 주거용 유닛과 더불어 92900㎡(2만8천평)의 리테일 공간, 호텔, 전시 및 공연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인 더 쉐드(The shed), 허드슨야드의 랜드마크인 베슬(Vessel)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이 걸린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사실 2012년 뉴욕 올림픽 유치의 실패로부터 시작되었다. 2005년에 올림픽 경기장으로 제안되었던 웨스트사이드 스테디움은 뉴욕 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면서 계획이 무산되었고, 이 부지에 새로운 재개발 프로젝트인 허드슨야드가 시작된 것이다.

맨해튼의 서쪽 허드슨 강변을 따라 34가에서부터 30가 까지 이어지는 이 프로젝트는 주거, 상업, 문화, 공원, 교육까지 모두 아우르는 스마트시티로 개발단계에서부터 ‘도심속의 도심’ 이라고 불리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현재까지 2016년에 처음으로 오픈한 10 허드슨야드에 코치, 로레알,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츠, 보스턴 컨설팅 그룹 등이 입주해 있고, 작년에는 55 허드슨야드의 오피스 입주, 지난 2월에는 15 허드슨야드의 주거유닛의 입주가 시작되었다.

3월 15일에 쇼핑몰과 베슬, 그리고 4월 5일에 복합 문화 공간인 더 쉐드가 오픈했고 앞으로 2025년까지 나머지 오피스타워와 아파트, 상업공간이 완공될 예정이다.

허드슨야드의 개발업체인 The Related Companies에 따르면 허드슨야드가 모두 완공되면 매일 약 125,000명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거나 일하거나 쇼핑, 식사, 관광, 공연 관람 등을 위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적인 거주 인구, 출퇴근 인구를 제하더라도 허드슨야드 내의 다양한 볼거리로 인해 관광인구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과연 이 많은 사람이 먹고 마시고 사고 즐기는 모든 것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이루어질까?


기존의 쇼핑몰은 잊어라. 미래형 리테일을 표방한 ‘허드슨야드’

맨해튼 서쪽의 스카이라인을 바꿔 놓고 있는 이 거대 프로젝트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리테일 공간인 ‘The Shop & Restaurants at HudsonYards’이다.

10 HudsonYards와 30 Hudson Yards사이에 있는 이곳은 총 7개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00개 이상의 스토와 니만 마커스 백화점, 컨서버토리 편집숍, 20여개 이상의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다.

기존의 다른 쇼핑몰과 비교해서, 개발업체측은 그냥 ‘몰(Mall)’로 불리기 보다는 ‘버티컬 쇼핑 익스피어리언스’ 라고 불리길 원했다. 지속적으로 마케팅자료나 인터뷰에서 강조했는데, 기존 쇼핑몰과 차별화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다.

허드슨야드 프로젝트는 리테일의 급격한 전환기에 세상에 선을 보였다. 미국 내에서 지난 10년간 수많은 쇼핑몰과 스토어가 문을 닫았고 올해만 해도 5천여 개에 달하는 매장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아마존과 다른 e-커머스가 마켓쉐어를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가고 있으며, 지난 2월에 발표된 미국 통계청 조사 결과 따르면 미국 소매판매에서 온라인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오프라인 매장을 앞질렀다.

이러한 시기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오픈한 허드슨야드인 만큼 새로운 혁신과 차별화 포인트가 있지 않다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분명히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허드슨야드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시간을 두고 좀 더 봐야겠지만 현 상황에서 어떠한 전략으로 어떻게 이 변화의 시기를 뚫고 나가려고 하는지, 그 점에 초첨을 두고 허드슨야드 리테일 공간인 더샵스&레스토랑의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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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과 고객 경험에 집중한 ‘니만 마커스’

니만 마커스 백화점은 전국에 42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대형 백화점 체인으로 이번에 새로 오픈한 허드슨야드 점은 뉴욕시 첫 진출이라는 의미에서 더욱 특별하다.

그만큼 니만 마커스의 기존 매장과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우선 니만 마커스는 허드슨야드의 리테일 공간인 더샵스&레스토랑의 5층부터 7층까지 3개 층에 걸쳐 위치해 있다.

다른 니만마커스 지점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규모이다. 물론 허드슨야드 리테일 공간에서18500㎡(5600평) 스퀘어 피트에 달하는 방대한 공간을 사용한다는 것은 독보적이지만 말이다.

공간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MD 구성도 많이 달라졌는데,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기존에는 브랜드별로 개별적인 공간으로 구성이 되었다면, 허드슨야드점은 제품의 스타일이나 콘셉에 따라 구성되는 비율이 늘어서 크로스 브랜드 쇼핑에 좀 더 편리하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단독 매장으로 구성된 브랜드도 있지만, 그 비율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첫 번째 층에 있는 액세사리 섹션만 봐도 비슷한 스타일의 가방이 브랜드에 상관없이 같이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펑키한 디자인의 컬러풀한 발망 클러치는 비슷한 느낌의 베르사체 비닐 소재 토트백과 같이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또한 첫 번째 층인 5층에 스니커즈 셀렉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며 디스플레이되어 있다. 이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MD 구성으로 기존의 다른 백화점보다 MD 구성에 있어 훨씬 유동적인 느낌이다.

의류도 마찬가지로 브랜드별로 랙으로만 구분되는 정도로 같이 모여 있어서 기존 백화점보다는 편집숍 같은 느낌을 준다.

물론 선호하는 브랜드가 명확하고 풀 컬렉션을 보기에는 기존 백화점 MD 구성이 더 편리하겠지만, 요즘 세대들처럼 크로스 브랜드 쇼핑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소비자들에게는 선호하는 스타일을 브랜드별로 비교해 볼수 있게 구성하는 것도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된다.

마치 네타포르테 사이트에서 ‘벨트백’을 검색했을때 브랜드별로 내로라하는 벨트백들이 쫙 펼쳐지는 것처럼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세대에게는 더 로지컬한 쇼핑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니만 마커스 허드슨 점은 고객에게 제품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ED라이트 테라피 베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파 ‘Maison Francis Kurkdjian’이 있고, 남성층인 6층에는 쉐이빙 제품 회사인 베벨(Bevel)이 운영하는 바버 스테이션도 있으며, 7층에는 드라이, 매니큐어, 속눈썹 연장, 레이저 제모, 왁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BLVD라는 대형 뷰티살롱도 있다.

6층에 있는 Atelier Notif에서는 옷에 자수, 페인팅, 패치 워크, 장식 등을 더해 퍼스널 라이제이션을 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팝업 플로리스트에서부터 다양한 아케이드 게임, 공연 및 다목적 공간까지 니만 마커스 허드슨 점은 고객의 경험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고객에게 더욱 인터랙티브한 쇼핑환경을 제공한다.


재고 없고 캐쉬 없는 미래형 매장 살아 숨 쉬는 웹사이트 ‘컨서버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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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샵스&레스토랑 1층에 위치한 컨서버토리는 기존 리테일의 문제점 해결하고자 새로운 리테일 콘셉을 제안한다. 편집숍 Forty Five Ten의 창립자였던Brian Bolke가 런칭해 이번 허드슨야드 오픈과 함께 첫 선을 보인 컨서버토리는 ‘살아 숨쉬는 웹사이트’라는 콘셉을 추구한다.

매장 내에서 옷이나 다른 제품들을 착용해 볼 수는 있지만 구매한 제품을 바로 가져가는 게 아니라 각 브랜드에서 고객의 집으로 배송되는 시스템이다.

Brian Bolke는 자신이 온라인 쇼핑 경험을 바탕으로 컨서버토리를 기획하게 되었는데, 그는 온라인에서 구매한 옷들을 실제로 배송받고 집에서 입어보면 환불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직접 입어보고 눈으로 보지 않고 구매를 하면서 발생하는 환불, 그에 따는 불필요한 배송코스트, 고객의 번거로움 등의 문제점에 착안해 온라인쇼핑몰처럼 편리하지만 직접 입어보고 눈으로 볼 수 있는 리테일 콘셉을 기획한 것이다.

제품은 구매와 동시에 브랜드에서 직접 소비자에게 출고가 되기 때문에 매장 내에는 따로 제품을 위한 별도의 창고가 필요 없다. 디스플레이된 제품을 사이즈별로 수납장에 넣어두어 고객들이 편하게 꺼내서 입어볼 수 있게 했기 때문에 제품별 각 사이즈에 해당하는 재고만 가지고 있게 된다.

편집숍의 경우 전통적으로는 모든 재고를 미리 편집숍에서 구매를 하고 많은 재고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새로운 리테일 콘셉과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혁신적으로 재고 부담을 덜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구매 시에도 현금 거래가 없는 캐쉬리스콘셉을 도입했다. 고객들이 TheCons ervatoryNYC.com에 각자의 계정을 만들고 매장을 방문하면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매장의 모든 제품을 온라인 쇼핑과 동일한 방식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직접 입어보고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만 하면 옷은 고객의 집으로 배송된다. 고객들은 이전처럼 제품을 들고 계산대에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결제를 하고 짐을 들고 가야 하는 수고를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더해 고객이 편하게 새로운 영감을 얻고 쇼핑을 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플라워 스탠드, 카페, 전시공간 등을 구성했다. 더 커리큘럼이라는 디스플레이 공간은 3개월마다 새로운 테마에 맞춰 전체적인 상품 셀렉션, 전시, 디스플레이 등이 모두 바뀐다.

이러한 새로운 리테일 콘셉을 시도함으로써 컨서버토리는 매장 공간과 인력을 한층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 혁신적인 변화이고 리테일과 소비자 모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된다.

떠오르는 온라인 브랜드의 오프라인 데뷔 신선한 구성의 ‘디스커버리 플로어’

더샵스&레스토랑의 2층은 디스커버리 플로어(Floor of Discovery)라 불린다. 이 층에는 인터넷에서 시작된 브랜드인Mack Weldon(남성 언더웨어), Rhone(남성복), M.Gemi’s(여성슈즈), Stance(양말), Milk & Honey(아동의류 및 용품)등의 스토어가 위치해 있다.

대부분 오프라인에 처음으로 매장을 열었거나 팝업샵이나 샵인샵 형태가 아닌 단독샵으로는 처음으로 허드슨야드에 자리를 잡은 경우가 많다.

온라인에서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한 이들 브랜드가 허드슨야드에 들어옴으로써 기존 쇼핑몰 브랜드 구성에 신선한 변화를 주었다는 점에서는 고객과 리테일러 모두에게 의미있는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어느 몰에나 가도 있는 비슷비슷한 브랜드의 매장과 식당이 있다면 고객들은 더 이상 시간을 들여 그 곳을 방문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인스타에서 매일 접하던 매력적인 브랜드의 제품을 실제로 만져볼 수 있다거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다면 모를까.

디스커버리 플로어에는 이 두가지가 모두 있는 셈이다. 스나크 파크(snark park)는Snarkitecture에서 운영하는 몰입형 체험 전시 공간으로 1년에 3번정도 번갈아가며 재미있고 감각적인 설치 전시를 선보이게 된다.

허드슨야드 개발회사인 더 릴레이트 컴퍼니즈의 리테일 스페셜리스트 Esty Ottensoser는 “크리에이티브 스피릿은 쇼핑에서 식사, 스나크 파크의 상상력 넘치는 몰입형 체험 전시회에 이르기까지 디스커버리 층 전체를 통합하는 기조이다. 또한 이는 고객 및 협력업체에게 새로운 제품, 서비스 및 기술을 경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리테일의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허드슨야드의 열정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새로운 세대의 스토어는 소비자의 온라인과 인스토어 경험을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하기 위해서 출발 단계에서부터 DNA에 e-커머스를 내제한다.

새로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온라인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경험을 오프라인에서 제공하므로써 하나의 유기적인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간다. 허드슨야드에서 보여지는 새로운 변화의 특징과 흐름도 이러한 맥락과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허드슨야드의 야심찬 계획이 앞으로 어떻게 실질적인 아웃풋을 내고 발전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