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의 두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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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젯쉐어>

<클로젯쉐어>

 

공유경제 거품논란이 한창이다. 위워크의 IPO 철회를 시작으로 우버의 시가총액 폭락, 에어비앤비의 실적 악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에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패션산업에도 공유경제 바람이 불면서 수 많은 공유플랫폼이 등장했다.

미국의 ‘렌트더런웨이’, 일본의 ‘에어클로젯’이 가장 대표적이다. 국내서는 ‘프로젝트앤’, ‘윙클로젯’ 등이 있었고, 최근 ‘클로젯셰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패션공유플랫폼은 ‘P2P 소유권 거래형’ ‘B2P 소유권 거래형’ ‘P2P 사용권 임대형’ ‘B2P 사용권 임대형’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플랫폼 운영사에서 물품을 공급, 관리, 대여하는 ‘B2P 사용권 임대형’ 형태(예:렌트더런웨이)와 앞의 유형에 개인 간 유휴 물품을 대여하는 것을 중개하는 플랫폼(P2P 사용권 임대형)까지 추가한 형태(예:클로젯셰어)가 국내에서 소개된 모델이다.

기대에 못 미친 공유 상품

국내서는 지난 2016년을 기점으로 ‘프로젝트앤’ ‘윙클로젯’ 등이 등장해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두 플랫폼 모두 현재는 사업을 중단했다. 일반적으로 회자되는 실패 원인은 대략 다음과 같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패션공유플랫폼에 대한 불만은 주로 공유자원의 가용성 측면에서 가장 크다. 즉 제품의 디자인은 소비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사이즈는 다양하지 못하다. 입고 싶은 브랜드가 적고, 아이템도 다양하지 않다.

여기에 더해 대여하고 싶은 상품은 거의 품절상태다. 때문에 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입을 수 있는 기회는 실질적으로 매우 적었다. 이 외에도 비용의 효율성, 플랫폼 운영의 기술적 측면이 미흡하여 사용자가 불편하다는 의견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그러나 단순히 열거된 문제만 실패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비즈니스의 다른 한 쪽 면만 바라보는 것이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의 입장과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문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기업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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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엔비>

소비자의 불만요인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 되지 못하면 사업은 존속되기 어렵다. 그럼 기업의 입장에서 패션 공유플랫폼은 이익이 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일까? 만일 그렇다면 이익이 나기 위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국내 패션공유플랫폼은 ‘P2P 사용권 임대형’(개인 간 유휴 물품을 대여하는 것을 중개하는 플랫폼)은 찾아보기 어렵고 대부분 ‘B2P 사용권 임대형’(플랫폼 운영사에서 물품을 공급, 관리, 대여하는 형태)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고비용·저수익’ 사업모델의 구조적 모순

B2P 사용권 임대형 플랫폼은 대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 판매수익이 일부 있을 수 있지만 주로 대여수익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비용(제품원가)과 판매비, 일반관리비 외 금융수지를 포함한 기타 비용을 모두 감당할 수 있어야 이익이 날 수 있다.

위워크가 IPO에 실패하고 파산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공유오피스 사용자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공간을 임대하고 인테리어, 마케팅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큰 ‘고비용·저수익’ 사업모델의 구조적 모순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패션 공유플랫폼도 제품을 준비하고 물류를 비롯한 각종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대여라는 낮은 수익 모델로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

위워크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 때문이다. 플랫폼 시작 초기에 큰 투자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비즈니스의 특성상 제품 컨디션 유지를 위해 투자가 매년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투자란 트렌드에 민감한 특성 때문에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엄청난 양의 제품을 새로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신상품이 없으면 사용자는 공유플랫폼을 이용할 메리트가 떨어지기 때문에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콘텐츠 확보를 위해 매년 큰 비용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손익 구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문제를 피하기 위해 패션 공유플랫폼을 시작한 ‘클로젯셰어’는 플랫폼 운영사에서 제품을 보유해서 공급, 관리, 대여하는 것뿐 아니라 개인의 유휴 제품까지 범위를 넓혀 중개, 대여하는 형태를 추가하는 전략을 썼다.

이 형태는 앞선 모델들의 상품 매입비용 증가 부담을 보완할 수 있지만 제품의 경쟁력 확보와 사이즈 구비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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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관건은 대여 회전율 확보

더 중요한 문제는 대여수익만으로 이익을 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자신의 손익구조에 맞춰 이익을 낼 수 있는 대여 회전율을 달성하는 것이 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다.

대여 회전율은 한 제품이 사용자에게 몇 번 대여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패션공유플랫폼들이 사업을 중단했는데, 그 이유는 실현 가능한 회전율과 이익을 위해 달성해야 하는 회전율 사이의 간극이 매우 컸고, 향후에도 목표하는 대여 회전율을 달성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보인다.

그렇다면 이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였을까? 아니면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못 찾은 것일까?

렌트더런웨이의 회전율은 평균 30회라고 알려져 있다. 이 수치를 참고해보면 플랫폼마다 이익이 나는 회전율은 다르겠으나 달성하기에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플랫폼이 목표 회전율을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여가 많이 될 만한 인기제품을 많이 준비해야 하고 수량도 충분해야 한다.

그것만이 아니다. 아무리 인기제품이 많더라도 사이즈별로 수량을 적절하게 배분하지 못하면 사용자의 다양한 사이즈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회전율은 떨어지고, 사용자들은 품절이 잦은 플랫폼이라 여겨 점차 이용을 하지 않게 되어 대여수익과 이익이 하락하는 악순환을 겪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제품별로 사이즈별 배분수량도 세심하게 계획해야 한다.

제품을 오랜 기간 동안 대여해서 회전율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엔 패션상품은 트렌드에 민감해서 수명이 매우 짧다. 올 해의 인기스타일이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대여가 잘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낙관적이다.

또 올 해 대여가 부진한 스타일이 갑자기 대여가 잘 되리라 예상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대여가격을 내린다고 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럼 지속적으로 대여가 될 만한 베이직한 의류 중심으로 구성하면 어떨까? 패션공유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트렌디하고 차별화된 제품을 필요할 때 몇 번 이용하기 위한 소비자가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베이직한 상품은 본인이 구비해서 오래도록 입는 것이 훨씬 효율적임을 소비자는 잘 안다. 렌트더런웨이가 선방하고 있는 것은 럭셔리 브랜드를 대여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럭셔리 제품을 대여해주는 플랫폼이 평소에도 구매 가능한 예쁜 제품만을 제공하는 플랫폼보다 더 경쟁력이 있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선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차별화된 제품과 경쟁력 있는 브랜드는 필수요소다.

거품이 꺼질 무렵 위대한 스타트업이 탄생

결과적으로 이익을 내기 위해 패션 공유플랫폼이 가져야 할 핵심 경쟁력은 인기상품을 잘 알아보는 선구안과 사용자가 얼마나 많이 대여할지 예측해서 그에 맞게 수량을 준비하는 예측력, 정확한 사이즈별 구색 능력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상품준비 능력과 기업의 비용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따라 제품이 몇 회전해야 이익이 날 수 있는 구조인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다. 또 제품 콘텐츠 확보를 위한 투자비용의 적절한 집행을 통해 최대한의 효율을 내는 것이 이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이다.

공유경제가 탄생한 배경에는 밀레니얼 세대가 있다. 그들은 소유보다는 경험이 중요하며 자신만의 가치가 더 중요한 세대다. 부유했던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로 풍족하게 자랐지만 정작 자신들이 경제주체가 되었을 때는 경기불황으로 겪어야 했다.

어찌 보면 이들 세대는 공유경제를 대안으로 여겨졌고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중심에 있었다. 렌트더런웨이처럼 투자를 받으며 계속 주목을 받는 공유플랫폼도 있지만 더 많은 패션 공유플랫폼들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다.

뜨고 있는 패션 공유플랫폼들도 실적이 공개되거나 이익이 얼마인지 발표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 위워크나 우버, 에어비앤비처럼 속 빈 강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이유다.

그럼에도 새롭게 등장할 패션공유플랫폼은 밀레니얼세대에게 그동안 공유경제가 보여주었던 신기루가 아니라 새 경험을 제공하고, 수익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득력 있게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거품이 꺼질 때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