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마켓, 빅 브랜드 하나 보다는 스몰 브랜드 여럿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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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사업을 하는 기업에게 온라인 유통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오프라인 매장이 없거나, SKU(stock keeping unit)가 작은 디지털 네이티브는 ‘패션 브랜드’로 인정하지도 않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무신사, 더블유컨셉, 스타일쉐어, 서울스토어, 브랜디 등 패션전문몰의 집객력이 높아지고, 이들을 주력 유통으로 삼은 스몰 브랜드들의 경쟁력까지 함께 커져 시너지를 냈다. 패션전문몰 중 국내 최대 규모인 무신사가 올해 거래액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무신사가 인큐베이터 역할을 해 연매출 100억 원을 넘기는 루키들이 속속 등장한다.

지금의 온라인 패션 비즈니스 생태계는 독과점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등장과도 맞물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무신사는 올해 거래액 기준 1조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입점 브랜드 수만 3500여개에 달하며 회원 수만 550만 명이다. 집객력이 높은 무신사를 단일 판매 창구로 활용하면 스타트업이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시경 키르시 대표는 “80~90년대 생인 젊은 창작자들이 이 시장의 성공 방정식을 터득했다”면서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브랜드 비즈니스는 단일 브랜드로 수백억 원대 외형으로 확장하는 모델이 아니라 100~200억 정도가 되면 다른 카테고리로 론칭을 준비한다”고 말한다.

복수의 온라인 채널에 진입하거나 오프라인 점포를 확대해 양적 성장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특정 플랫폼과 독점 유통 계약을 맺는 방식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무신사의 독점 유통 브랜드는 24개에 그쳤으나 이 달 현재 58개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또 입점 업체 가운데 취급 상품과 상표가 다른 브랜드지만 제조·판매사가 같거나 관계사 형태로 분리한 곳도 실제 상당수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통적 제조기반의 패션 브랜드는 상의, 하의, 이너, 아우터 등 ‘옷’이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아이템으로 구색을 갖춰야만 매출을 일으킬 수 있었다. 오프라인 매장은 계절에 관계없이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신상품으로 바꿔가며 공간을 가득 채울 재고가 필요하고, 방문고객이 무엇 하나라도 집어갈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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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킬러’여도 되는 시장

그렇다면 지금의 온라인 시장은 어떤가. 코트만으로 연매출의 70%를 내는 브랜드도 있고, 이미지 프린팅을 내세우며 반팔 티셔츠만 판매하거나 데님팬츠만 판매하는 브랜드도 있다. 일 년에 두 번, 수백 가지의 상품을 쏟아내는 기성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구조를 가져가는 것이다.

‘피스워커’는 글로벌 브랜드가 독점하고 있던 데님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좋은 품질의 데님 상품을 6~7만 원대로 구성해 판매했고, 글로벌 브랜드보다 가격은 절반이상 저렴하지만 품질은 동일하거나 더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빠르게 성장, 올해 외형 1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니멀 감성의 남성 컨템포러리캐주얼 ‘인사일런스’는 연간 100억 원 가량의 매출액 중 추동시즌 비중이 약 70%를 차지한다. 주력 상품이 코트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프리미엄 상품군인 블랙라벨 코트를 출시했다. 10월에 한정 물량을 출시해 채 한 달이 안 되어 완판 했지만 리오더를 하지 않기로 했다.

마니아 고객의 구매 만족도를 높여주고 다음 시즌을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맨투맨과 후드티셔츠를 주력상품으로 내세우는 브랜드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각자만의 심볼 이미지를 내세우며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있다. 대표적으로 ‘키르시’의 체리라인이 있다.

한번만 봐도 눈에 확 들어오는 체리 이미지를 맨투맨과 후드티셔츠에 입혀 빠르게 성장했다. 체리의 사랑스러움은 일본과 중국의 여성에게도 통했고, 올해 면세점 사업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카테고리 확장보다 세컨브랜드

보통 패션 브랜드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생기고 매출 외형이 커지면, 상품군을 다양하게 넓히고 스타일수와 물량을 늘려 매출 증대를 위한 세팅을 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잘나가는 브랜드’는 단일 브랜드로 외형 확대에 나서지 않는다. 매출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또 다시 새 상표를 만들고 브랜딩 작업에 뛰어든다.

예를 들어 10만 원대 코트에 강점을 둔 브랜드가 온라인 시장에서 매출 한계를 느끼면, 5만 원대 코트를 전개하는 새 브랜드를 론칭해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코트 판매가 강점인 브랜드가 맥시멀리즘을 앞세운 로고 플레이 기반의 스트리트 캐주얼을 론칭하기도 한다.

온라인 1세대 브랜드인 ‘비바스튜디오’가 대표적이다. 이 브랜드는 10년 동안 남성적 이미지가 강했고, 대표 품목도 라이더 재킷이었다. 하지만 후속 브랜드는 그와 정반대의 이미지, 깜찍한 ‘체리’ 심볼이 금새 떠오르는 ‘키르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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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워커’를 전개하는 피더블유디는 카테고리별로 브랜드를 인수하는 것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86로드’ ‘어드바이저리’ ‘페이탈리즘’을 인수해 데님라인을 구축했고, 데님 외 영역으로는 미니멀 남성 컨템포러리 ‘가먼트레이블’, 하이엔드 감성 캐주얼 ‘메종미네드’, 수제화 브랜드 ‘바나나 핏’까지 섭렵했다.

레이어는 스트리트웨어 ‘라이풀 미니멀 가먼츠’의 서브라인으로 ‘엘엠씨(LMC)’와 ‘칸코’를 테스트하다 독립시킨 사례다. 스트리트 컬쳐를 메인 콘셉트로 ‘엘엠씨’ ‘퍼즈’와 함께 여성을 타깃으로 한 ‘칸코’로 소비자층을 넓혔다.

접근성이 좋은 ‘아메카지 스타일’을 선보이는 ‘유니폼브릿지’의 전개사 커넥터스는 내년 2월 컨템포러리 캐주얼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유니폼브릿지’의 외형이 100억 원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여 신규 소비층을 공략하기로 했다.

새 브랜드는 최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완성도 높은 패턴으로 핏감을 살려 가격대도 기존 브랜드보다 2배 이상 높게 책정한다.

시장은 크지만 채널은 좁다

이처럼 1020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유통 브랜드가 단일 상표로 양적 확장에 소극적이고 특정 품목에 집중하는 것은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장에서 패션을 취급하는 채널은 큰 축으로 오픈마켓, 패션전문몰, 네이버 쇼핑플랫폼으로 압축된다.

이 가운데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스트리트 풍의 온라인 브랜드 대부분이 무신사, W컨셉 등 패션 전문몰에 의존하는 구조다. 자사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매출 규모는 전문몰에서 거둬들인 실적을 압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무신사나 W컨셉 등 1개 채널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이다.

무신사와 W컨셉 등 패션 전문몰 역시 1020세대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파악, 반복 구매와 구매 금액에 따른 할인폭을 제공하는 회원 등급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객 이탈률 대비 신규 회원 증가율이 높아 무신사를 비롯한 몇 몇 패션 전문몰이 젊은 소비자를 상대하는 브랜드 입장에서 하나의 온라인 시장 그 자체다.

주시경 대표는 “가격에 민감한 10대 소비자들은 네이버에서 가격비교 검색을 해 보다가 저렴한 채널로 이동했고, 최근에는 특정 채널을 지정해 7~8명이 한 개의 아이디로 구매한다”면서 “때로는 같이 구매해 할인폭을 높이거나,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개별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며 회원등급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에서 패션상품을 구매할 때 채널 이동을 하지 않는 현상이 짙어졌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1020세대를 겨냥한 온라인 브랜드는 무신사와 W컨셉 등 주요 채널에서 특정 품목을 걸고 수백여 브랜드와 경쟁한다.

결과적으로 단일 브랜드로 매출 성장의 임계치에 도달하면 추가 브랜드를 빠르게 론칭해 취약 아이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만드는 구조인 셈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