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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빵도 살리는 토스터기로 유명한 발뮤다(BALMUDA).
발뮤다는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가전 브랜드이다.
하지만 발뮤다의 핵심가치는 여타 가전제품들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
토스터기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맛있게 구워진 빵을 먹었을 때의 기쁨을 전달하는 것, 커피 머신을 파는 것이 아니라 여유로운 주말 아침에 커피를 내리는 행복한 경험을 전하는 것이 발뮤다의 철학이다.
발뮤다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토스터기 외에도 전기밥솥(BALMUDA The Gohan), 전기 주전자(BALMUDA The Pot), 청소기(BALMUDA The Clea ner), 최근에는 커피 메이커(BALMUDA The Brew), 스마트폰(BALMUDA Ph one)까지 꾸준히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발뮤다는 제품들을 온전히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형 점포가 없다는 점이 의아했다. 발뮤다는 가전 양판점을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백화점 내에 브랜드 숍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애플이나 다이슨처럼 자사가 직접 운영하는 체험형 점포는 없었다.
그런 발뮤다가 지난 11월 19일, 드디어 플래그십을 오픈했다.
제품을 통해 고객의 체험을 디자인하는 발뮤다가 만든 플래그십 점포는 어떤 모습일까? 제품 개발에 있어 예술성과 디자인을 중시하는 발뮤다의 디자인 철학이 점포에도 드러나 있을까?
발뮤다 더 스토어 아오야마
‘발뮤다 더 스토어 아오야마(BALMU DA The Store Aoyama)’는 2층으로 구성된 300㎡(약 90평) 면적의 공간으로 매장에 들어서면 길고 커다란 테이블 위에 늘어선 발뮤다 제품들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다.
눈에 띄는 인테리어로 꾸며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발뮤다 제품을 전시한 테이블과 최근 출시한 스마트폰을 전시한 흰 색의 원형 테이블, 그리고 오븐 레인지 두 대 이외에는 특별한 가구나 장식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상품을 어떠한 공간에서 보여주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클래식’과 ‘우아함’이 합쳐진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클래식은 발뮤다의 상품 개발에 있어서도 항상 포함되는 키워드이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듯한 새로운 점포 체험을 제공 하겠다”고 한 발뮤다의 테라오 겐 CEO의 말처럼 발뮤다 제품들은 이 곳에서 마치 미술관의 작품처럼 전시되어 있다.
한 가지 더, 공간 내에 어떠한 배경음악이 없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방문객이 많지 않아서 점포 내부가 매우 조용했고 더욱 미술관 같은 느낌을 받았다.
발뮤다 제품 중 몇몇은 소리가 제품 경험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출시한 커피 메이커는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메트로놈이 내는 것과 비슷한 똑딱거리는 소리를 낸다.
바쁜 아침에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며, 나를 위한 커피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렘을 표현한 것 같은 이러한 소리를 무음의 공간에서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제품을 보고 만지는 것을 넘어 제품이 내는 소리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공간에 음향을 배제시킨 것은 아닌지 추측해본다.
콘크리트를 기본으로 만든 점포 1층의 한쪽 벽은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빈지티 벽돌을 아치형으로 쌓아 올렸다.
이 부분은 로마의 수로를 모방해 만든 교토의 난젠지 수로각(南禅寺 水路閣)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다.
토스터와 커피를 맛 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
1층은 발뮤다의 전 제품을 전시해 놓은 쇼룸인 반면 2층은 주방가전을 중심으로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안쪽에는 프라이빗한 공간이 있어 발뮤다 폰의 계약도 가능하다.
약 5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키친 카운터에서는 발뮤다 토스터기로 구운 빵과 최근 출시한 커피 메이커로 내린 커피를 시음해 볼 수 있다.
식빵과 크로와상 등 다양한 빵으로 토스터 성능을 소개하고, 발뮤다 밥솥으로 하루에 3번 밥을 지어 시식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2층은 다양한 이벤트 및 제품을 활용한 워크숍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필자도 발뮤다 더 브루(The Brew)가 내려주는 커피를 시음해 보았다. 직원이 커피 메이커의 특징과 어떠한 원리로 커피를 내리는지, 어떻게 맛을 구현하는지 등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커피가 내려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째깍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온라인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두근거림까지 경험할 수 있었다.
출시하는 제품마다 소비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던 발뮤다여서 일까. 최근 출시된 발뮤다 폰은 디자인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필자도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평범하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손에 쥐어보니 그립감이 좋았다.
탑재된 발뮤다 오리지널 앱(스케쥴러, 메모장, 계산기)에 관해서도 설명을 듣고 체험해보니 어떠한 부분에서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려고 했는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테라오 겐 CEO는 패션 스냅(Fash ionsnap)과의 인터뷰에서 “가전 양판점이나 셀렉트 숍 등 판로를 확대해 왔지만, 우리가 직접 관리하는 공간을 오래전부터 갖고 싶었다.
웹사이트에서 아무리 멋지게 보여도 ‘발뮤다 더 토스터’에서 구운 빵의 맛은 전해지지 않는다. 발뮤다가 출시한 폰의 편리함 역시 체험할 수 없다.
‘체험을 파는’ 발뮤다가 그 체험을 실제로 시험할 기회를 전달할 장소가 없다는 것에 딜레마를 느끼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자리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플래그십을 오픈한 장소로 미나미 아오야마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세련되고 차분한 분위기가 있는 미나미 아오야마는 원래 좋아하는 곳이다."
"이번 5월에 미나미 아오야마를 걷다가, 이 공간이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다음날 바로 관리 회사에 연락해 계약을 체결했다."
"플래그십 점포를 내고 싶어 몇 군데 출점 장소를 후보에 올리고 있었지만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곳은 본 순간 감이 왔다.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체험형 점포에는 예술 작품을 설치하거나,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하거나, 아니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등 고객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활용한다.
하지만 발뮤다의 플래그십에는 예술 작품도,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패널도, 역사를 알려주는 사진 등 어떠한 것들도 없었다.
발뮤다 제품이 주인공이 되고 소비자는 온전히 제품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은 마치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의 발뮤다 제품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출처 : FASHION POST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