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골든트리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린다.
골든트리는 서울에 있는 소규모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입니다. 인쇄 매체를 주로 다루지만 특별히 매체에 제한을 두고 작업하지는 않습니다. 멤버의 구성도 유동적이고요. 초기 멤버는 총 3명(김나무, 안효진, 김민수)인데 최근에 다른 두 멤버가 독립하여 본인의 스튜디오를 운영하게 되면서 골든트리는 프레스로서의 면모를 강화하려 계획 중입니다. 출판 외에 커미션 작업이나 프로젝트는 독립한 기존 멤버들, 또는 다른 스튜디오나 프리랜싱 디자이너와의 간헐적 협업을 통해 진행합니다.
2.어떤 것을 추구하는 곳인가?
저희의 주된 관심사는 ‘문화, 예술, 사회의 영역에서 그래픽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입니다. 따라서 주로 문화, 예술 분야의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며 사회·문화적 이슈에 대한 리서치 프로젝트와 전시 및 출판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3.이곳에서 했던 작업들을 간단히 말해줄 수 있는가?
최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SK아트센터 나비, 아르코아트센터, 수원시립미술관, 페리지 갤러리, UN평화기념관의 전시 그래픽디자인 커미션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파리장식미술관(Les Arts Décoratifs)과 국립현대미술관의 그래픽디자인 전시에도 참여했습니다. 때때로 주변 문화·예술계 동료들의 모노그래프 디자인이나 출판을 하기도 하고, 소규모 출판사와 협업하여 문학 서적 디자인을 하기도 합니다. 연말에는 자체 프로젝트인 한 권의 포토 에세이 북—Life with Life within Life—과 한 권의 번역서—The Form of the Book Book—를 출간할 예정입니다.
4.인쇄매체(포스터, 매거진 등)들이 불황이다. 이것에대한 견해를 알고싶다. 예를들어 수요 공급에 불안정에 관련된것등등.
매체의 성쇠는 기술의 발전과 그 궤적을 같이 합니다. 즉, 중요한 것은 ‘콘텐츠'이지 ‘매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물론 올드 미디어도 그 나름의 매력은 분명 존재하지만, 대중적으로 소비되지 않는다는 점이 이를 반증합니다. ‘인쇄 매체가 올드 미디어다'라고 규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수요는 분명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쇄 매체만의 매력을 이해하고 이를 잘 살려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인쇄 매체의 생명력은 더욱 강해질 테고 희소성은 높아질 것입니다. 마치 ‘레코드'가 그런 것처럼 말이죠. 제 주변에는 여전히 ‘스크래치 노이즈'의 미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5. 디자인을 하고있고 하고싶어하는 사회 초년생이나 학생들에게 간단한 이야기나 조언을 해달라.
요즘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 또는 ‘미생 디자이너들’을 옆에서 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은 쉽게 포기하거나 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분명 그런 분위기는 있습니다. 저희가 디자인 교육을 병행하고 있어서인지 조금 해보고 힘들면 ‘적성에 맞지 않는다’, ‘감각, 또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 등의 얘기를 많이 듣곤 합니다. 맬컴 글래드웰이라는 기자 출신의 작가는 본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누구라도 하루에 3시간씩 10년을 노력하면 한 분야의 천재가 될 수 있다는 법칙입니다.
이 개념에 이견을 제시하는 연구도 많지만 저는 이 말을 꽤 신뢰하는 1인입니다.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10년은 해봐야 ‘내가 감각이 있는지 없는지’, ‘내가 이 분야를 정말 좋아하는지 아닌지’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제외하고 제가 디자이너로 활동한 지 이제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비로소 드는 생각이 '이제서야 조금 할만하다' 입니다.
만약 그 10년의 투자가 너무 비생산적이라 생각된다면, 그리고 정말 재능이 없다고 느낀다면, 학부 과정 중에 단 한 번만이라도 ‘올인'해보고 그 뒤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냥 ‘올인'이 아닌 ‘나는 이 이상 더 노력할 수 없다'고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올인'입니다. 혹여라도 이 말을 믿고 재능이 없는 것 같은데도 정말 미련하게 10년을 집중했다면 그 결과가 성공적이든 아니든 10년간의 축적된 경험이 ‘무언가' 값진 경험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주춧돌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6.더도어 웹 매거진 두번째 이슈 아트북 & 아트페이퍼다. 당신이 생각하는 아트북 아트페이퍼란?
아트북이나 아트페이퍼는 여전히 국내에는 생소한 개념입니다. 현실적으로 독자층이 좁은 것도 사실이고요. 그럼에도 수요는 꾸준히 있었고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문화와 예술의 향유가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인식한 독자들도 분명 늘어나고 있고요. 다만 질적인 발전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제작자나 편집자, 디자이너의 창작욕을 해소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만들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즘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색깔이 분명하고 깊이 있는 아트 북이나 페이퍼들을 꽤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스 흐레먼과 페트라 스타바스트가 제작한 ‘Fw:photography’나 ‘뜻밖의 창조성'을 다루는 피터 빌락의 ‘Works That Works’ 매거진, 덱스터시니스터의 ‘Bulletins of The Serving Library’등을 참 좋아합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아트 북과 페이퍼를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
7.우리나라는 갑자기 디자인 힘을 알게되는 추세이다. 그것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다.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는 카피에 관한거다. 이것에 대해 간단 견해 부탁드린다.
카피라는 테마는 디자인 분야뿐 아니라 모든 창작 분야의 뜨거운 감자라 생각합니다. 최근의 이슈인 신경숙 작가의 표절 문제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저희의 견해는 간단합니다. 창작자 본인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서 비롯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환경 탓도 분명 있을 겁니다. 빨리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기에 ‘카피'만큼 보장된 방법도 없지요. 그럼에도 본인이 창작자라면 한 번 정도 스스로 되물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해서 말이죠. 돈과 명예가 우선인지, 창작자로서의 진정성이 우선인지 디자이너 스스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릴레이 인터뷰 동참 해주실 수 있나? 그래주실거라 믿는다. 다음으로 인터뷰 하실분을 추전해달라.
요즘 핫한 미디어 아트 팀. 노드클래스의 신믿음 & 이재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