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엘엘이이’로 돌아온 이지연 디자이너
디자이너 컬렉션 ‘자렛’은 2009년 론칭 이후 곧바로 신생 브랜드답지 않은 시장성과 완성도로 호평을 얻었다. 젠더 경계를 허물고 남성복과 여성복의 매력을 모두 가진, 아방가르드와 미니멀리즘을 딱 적당하게 소화한 컬렉션은 글로벌 트렌드와도 잘 맞았다.
이지연은 브랜드 론칭 2년 만에 정부, 지자체가 지원하는 신인 패션 디자이너 지원 사업의 대상자로 자주 이름을 올리는 디자이너가 됐다. 난생 처음 참가한 해외 트레이드 쇼에서 현장 수주를 받았고 홍콩, 파리, 뉴욕 등 참가하는 트레이드 쇼마다 꼬박꼬박 오더를 따내고 고정 거래선을 늘렸다.
2015년 3월 열렸던 ‘서울패션위크 201 5 F/W’ 서울컬렉션 참가를 기점으로 그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신인’에서 ‘시장을 읽는 눈이 탁월한 실력파’로 자리매김했다. 서울시가 패션쇼를 지원하는 제너레이션넥스트에 연속 3회 선정되고 난 후였다.
그해 가을, 그리고 2016년 봄까지 이어 컨셉코리아(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디자이너 글로벌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의 12, 13번째 시즌 주역이 됐다. 뉴욕패션위크 여성복 컬렉션 기간 데뷔 패션쇼도 가졌다. 국내 영업을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이 크게 나서 유명 걸 그룹의 무대 의상 디렉터를 맡기도 했다.
그렇게 잘나가던 ‘자렛’은 2017년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나서는 기업쇼로 서울컬렉션을 치렀다. 꽤 열성적인 투자사가 지원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하지만 그 후 한동안 서울패션위크 공식 일정에 ‘자렛’이 올라오지 않았고, 연락도 닫질 않았다.
2년의 공백, 그리고 새 브랜드 ‘엘엘이이’
이지연 디자이너는 작년 10월, 2년의 공백을 깨고 ‘엘엘이이(llee)’로 돌아왔다.
‘서울패션위크 2020 S/S’을 통해 선보인 ‘엘엘이이’의 첫 시즌 컬렉션은 여성복을 메인으로 남성 컬렉션까지 선보였다. 사실 패션쇼를 보기 이전에는 왜 새로운 브랜드를 들고 나왔나, 똑 떨어지는 실루엣이 예뻤던 ‘자렛’의 연장선이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쇼피스 비중이 높은 컬렉션에 적잖이 놀랐다.
이태원 주택가 골목에 낸 아담한 작업실 겸 사무실에서 만난 이지연 디자이너는 “사실 조금 더 준비해서 발표하고 싶었다”고 했다.
“S/S 시즌에는 애슬레저 트렌드를 ‘엘엘이이’만의 감성으로 풀었다. 지금의 애슬레저 룩은 운동할 때만 입는 것이 아니니까 패션성이 있는, 제대로 된 애슬레져 룩을 제안하고 싶었다.
‘엘엘이이’ 쇼에서는 더 완성도를 높인, 예술적 컬렉션을 보여주고 싶다. 무엇보다 원단을 개발하고 싶었는데, 다음 시즌부터는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좋은 캐시미어, 울 공급처도 확보했고 설치 미술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의 폭을 넓히면서 다양성을 가져가는 컬렉션으로 만들겠다. 커머셜한 스타일은 세컨 브랜드로 전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