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투버는 우리 물건을 얼마나 팔아줄까요?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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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인지도 파는 것 아닌

브랜드 정체성 팔아야 성공

유튜브는 광고 채널 중 하나일 뿐

전략없이 접근하면 백전백패​


 

변화무쌍한 시장과 소비자 변화에 대응하려는 패션기업의 선택지는 나날이 복잡다단해진다.

소싱, 유통채널이야 말할 것도 없고, SNS 플랫폼을 통해 ‘만들지 않아도 팔 수 있는’ 시장이 열린 다음에는 더 그렇다. 내가 팔아야할 것이 브랜드 스토리인지, 인플루언서의 명성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상황도 펼쳐진다.

스스로도 선택지가 많아진 소비자들에게 ‘어떤 채널을 통해, 어떤 콘텐츠로, 어떻게 브랜드와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는 패션기업이 있을까.

백화점과 대리점을 주력 유통으로 전개해 온 패션기업은 물론 10년 이상 업력을 쌓은 디지털 네이티브도 예외가 아니다. 잘만든다고 잘 팔기도 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패션기업들이 주목하는 홍보 방법 중 하나가 유튜브 마케팅이다. 그런데 해당 사례를 접하는 만큼 “새로운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해 유튜브 마케팅을 하고 싶은데 아이디어가 없다” “공부를 해봐도 기존 마케팅 툴, IT, 빅데이터 등등을 결합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는 마케터들의 고민은 더 자주 들려온다. 그래서 들여다 봤다. 유튜버는 정말 우리 브랜드 제품을 잘 팔아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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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광고 채널이다

유튜브를 통해 판매촉진을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지만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그냥 하나의 광고 채널로 사용하는 것이다. 일례로 단기간에 파격적 할인행사를 하는 경우, 오직 특정 유튜버에게만 판촉비용을 지출하고 제작된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 자사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으로 소비자를 유입시키는 방법이 있다.

이때 유튜브는 결제가 가능한 직접판매 채널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유튜버의 콘텐츠를 통해 우리 제품이 얼마나 판매됐고, 얼마의 매출이 일어났는지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힘들다. 자사몰에서 판매된 경우 유입 경로 추적을 통해서 우리 제품 콘텐츠를 게시한 유튜버의 계정을 거쳤는지는 파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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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유튜버에게 자체 할인코드를 발행하고 콘텐츠를 시청한 소비자가 구매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때에는 특정 할인코드를 적용했기 때문에 판매건을 추적할 수도 있고 정확한 매출증대 효과도 측정이 가능하다.

LF의 남성 컨템포러리캐주얼 ‘일꼬르소’는 패션 유튜버 최겨울과 협찬 방송을 몇차례 진행했다. 작년 겨울 게시한 코트 품목 콘텐츠의 경우 기획비로 유튜버에게 지불한 개런티는 200만원이었지만 해당 코트는 약 1주 동안 자사몰에서 1억 원 어치가 팔려나갔다.

올 겨울 무신사 단독으로 캐주얼 ‘엔더즌’을 론칭한 동광인터내셔날은 배우 이재욱을 섭외해 H매거진과 스타일 화보, 주력 아이템인 보아 플리스 재킷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촬영했다.

영상 공개 후 정상가 129,000원인 해당 재킷의 초도물량은 순식간에 완판됐다. 정식 모델 계약이 아니라 하루 만에 끝내야하는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판촉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사실 유튜버 판촉이 매번 대박을 터트리는 것은 아니다. TBH글로벌의 캐주얼 ‘마인드브릿지’는 올 11월 유튜버 짱구대디의 채널, 과 협업 콘텐츠를 기획했었다.

슬랙스 판매 시즌이 아니어서 코트 콘텐츠에 제품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유튜버의 기획 의도와 맞지 않아 불발됐다.

고관여 상품인 패션을 다루는 유튜버들은 콘텐츠 생산자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일반적인 광고대행사의 마인드와 매우 다르다. 유튜버가 기업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콘텐츠 기획의 주도권을 타협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무방할 정도다. MCN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경력이 긴 독립 운영자라면 더욱 그렇다.

한 예로 얼마전 꽤 규모가 큰 한 편집숍 브랜드는 모 패션전문 유튜버와의 협업을 추진하다 불발됐다. 1회 방송 개런티를 500만원, 700만원, ‘원하는 만큼’까지 올렸지만 결국 유튜버로부터 “개런티가 문제가 아니라 나의 캐릭터, 콘텐츠와 맞지 않아 못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네임 밸류가 일정 수준에 올라있는 브랜드는 유튜브 채널을 브랜딩 툴로 활용한다. 자체 채널을 가지고 있고, 구독자 수가 많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비용과 시간에 무던한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보편적이지는 않다. 유명 유튜버 대도서관이 꼽는 성공의 기본 조건 중 하나가 ‘2년 이상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콘텐츠 생산 및 게시’다. 그동안 수익이 전혀 없더라도 말이다.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종종 국내 유튜버와 협업을 한다. ‘리바이스’는 올 봄 엔지니어드진 20주년 에디션 출시에 맞춰 스타일가이드 최겨울 채널과 협업했는데, 매장에서 활영을 진행하는 조건으로 500만원의 개런티를 지불했고 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었다고 한다.

유명 유튜버 몸값 ‘묻고, 더블’

누가 어떻게 유명 유튜버가 되어 소비재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지는 단순한 프로세스다. 배우, 가수, 전문모델, 스포츠스타 등 유명인을 모델로 기용해 영상을 촬영하고 지상파TV에 노출시키던 시절과 채널만 변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콘텐츠가 대중의 관심을 모으면 해당 콘텐츠에 등장하는 출연자(반드시 사람이 아닌 경우도 많으므로 출연자로 통칭)의 몸값이 오르는 구조다.

출연자가 곧 창작자(크리에이터)이기도 하고, 창작자와 출연자가 각각 PD와 배우의 역할이기도 하다. 유튜브에서 탄생한 스타도 있고 유명인이 유튜버로 나서는 일도 흔하다. 구독자를 확보함에 있어 유명세는 좋은 무기임에는 틀림이 없으니 말이다.

그럼 매출 파워를 보여준 패션 유튜버의 개런티는 어느정도일까. 패션기업 마케팅팀장은 “마치 경매하듯이, 후발주자가 경쟁자보다 높여 제시하는 금액이 개런티가 된다”고 설명한다.

A유튜버와 보아 플리스 협업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고 치자. B브랜드가 500만원을 제시하고, C브랜드가 1,000만원을 제시한다면 그 순간부터 A유튜버의 회당 협업 개런티는 1,000만원이 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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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으로 이달 초 진행됐던 한 정부지원 행사에서 홍보대사 격으로 참여해 콘텐츠를 기획, 제작한 유튜버에게 지급된 개런티는 회당 1,000만원대. 단순 비교이긴 하지만 이 유튜버가 연초에 기업 협업 당시 받은 개런티보다 4배 정도 오른 금액이다.

현재 국내 콘텐츠를 기준으로 보아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유튜브 스타는 ‘워크맨’ 채널의 방송인 장성규. 올 5월에 시작한 ‘워크맨’은 벌써 구독자 350만명에 이른다.

엄밀하게 따지면 장성규 개인만의 몸값은 아니지만 편당 개런티(직접 광고)가 1억 원인데도 내년 상반기까지 영상 제작 협찬, 광고 협찬을 예약한 기업들로 일정이 꽉 차 있다고 한다. 그가 출연해 매주 다른 직종의 아르바이트 체험을 해보는 예능 콘셉트 채널 ‘워크맨’은 JTBC콘텐트허브가 제작, 소유한 채널이고 장성규 본인도 회사 소속이다.

또 다른 대형 스타는 EBS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펭TV’의 출연자 펭수. 이 채널의 정보 메뉴를 보면 가입일이 올 3월 14일인데 12월 현재 구독자수가 150만명에 육박한다. 펭수와의 협업 개런티는 단독 광고 개념일 경우 편당 5,000만원 선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이랜드월드 ‘스파오’가 출시한 펭수 캐릭터 라인과 같은 의류, 문구류 등 파생상품 영역을 확장하며 이미 캐릭터화가 진행 중이어서 채널의 수익원은 앞으로 더 방대하게 커질 것이 확실하다.

개런티가 오르는 이유

유튜버의 개런티 인상, 그건 아주 단순하게는 수요, 공급의 불균형에 따라 수요자 간 경쟁에서 비롯된 이유가 있다.

유튜브 빅데이터 랭킹 및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러스에 따르면 12월 17일 현재 패션 카테고리의 랭킹(개인 채널, 뷰티 제외) 1위는 2013년 7월에 개설된 ‘디렉터 짱구대디’ 채널이다.

구독자가 466,000명에 전체 게시물(영상)은 1,183개, 총 조회수는 94,870,815회에 달한다. 이와 함께 구독자 수 274,000명, 누적 조회수 66,596,530회인 ‘패션TV-쩡대 코리아’ 채널, 올 1월 구독자수 326,983명에서 50만명 돌파를 정말 코 앞에 둔 ‘스타일가이드 최겨울’ 채널이 3강 체제다.

이들을 제외하면 랭킹 데이터 사이트에서도 패션 유튜버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 약진 중인 스타일리스트 채널도 콘텐츠와 조회 수에서 아직 이들에 미치지 못한다.

한 개인의 재능이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부가가치가 뛰어오르기도 했다. 일종의 매니지먼트 회사인 MCN(Multi Channel Network)이 유튜버 개인과 콘텐츠, 지식재산권 등등을 ‘관리’해주고 방송사와 콘텐츠 전문기업까지 뛰어들어 판을 키운 것이다.

CJ의 다이아TV가 대표적 MCN, 앞서 언급했던 스타 유튜버를 배출한 채널들은 모두 방송사가 만든 것이다. PD, 작가, 전문기술을 가진 스테프가 모여 고가의 촬영, 녹음, 편집 장비를 가지고 제작하는 콘텐츠는 TV CF이상으로 ‘고퀄’이 되고 당연히 제작 규모가 커져서 광고비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뭐니뭐니해도 유튜버 개런티를 올린 가장 큰 요인은 유튜브라는 동영상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많고 그를 통한 정보유통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닐슨코리아가 얼마전 발표한 ‘세대별 모바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이용행태 분석’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 동영상 시장은 모바일 산업 분야 중 가장 빠르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유튜브’라는 걸출한 플랫폼 덕분에 이제는 10대부터 60대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TV보다 모바일 앱에서 영상 콘텐츠를 더 많이 보는 세상이다(관련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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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 세대와 성별을 통틀어 가장 이용비율이 높은 유튜브의 경우 광고주가 비용을 지불한 콘텐츠에 대해 조회수, 영상 시청시간, 시청자 분포 등 그 효과를 정량화, 수치화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을 한다.

그리고 패션 콘텐츠 창작자나 패션기업 모두 눈여겨 볼만한, 답을 찾아야 할 한가지 사실이 있다. 지금 패션 유튜버로 3강 구도를 만든 크리에이터가 모두 남성이고, 기업 협찬 콘텐츠 역시 남성 패션 아이템에 편중되었다는 점이다.

패션업계는 통상 여성이 상대적으로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고 소비하는데 적극적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타 연령대 대비 영상 이용 충성도가 높고 패션브랜드의 현재 타깃이거나 잠재 고객층인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에서도 여성 패션을 다루는 창작자와 콘텐츠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네이버, 영상광고 판 더 키운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진행한 네이버커넥트 행사에서 ‘인플루언서 검색’ 서비스를 발표했다. 네이버하면 떠오르는 연두색 검색창 상단에 별도의 인플루언서 검색 영역을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베타서비스 중이고 정식 서비스는 내년 초 오픈 예정이다.

네이버는 콘텐츠 플랫폼으로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작은 판일지 모르지만 한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국내 검색포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으니 사용자의 검색 기록, 소비하는 콘텐츠 특성 등등을 독과점한 채로 시작하는 상황이다. 이미 네이버에서는 매달 160만명의 창작자가 2천만건 이상의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게다가 사용자에 맞춰 가장 적합한 광고를 가장 적절한 위치에 노출하는 애드 테크 기술을 가지고 전년 대비 광고 성과가 8배 이상 높아졌다고 밝힌다.

네이버는 콘텐츠 시장을 이끌어가는 주역, 즉 창작자의 니즈가 반영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플랫폼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에 무조건 맞추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와 사용자, 광고주가 건강하게 이용하고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든다는 포부. 허나 진짜 비전은 유튜브를 가진 구글에 대적하는 거대 광고 플랫폼의 등장으로 읽히는 것이 사실이다. 창작자에게 다른 플랫폼보다 유리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것을 내세운 것만 보아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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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인플루언서 홈의 보상방식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아프리카TV에서 창작자들이 수익을 올리는 여러 방법을 다 합쳐 놓은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인플루언서 홈의 추천수를 바탕으로 추천수 300명이상부터 홈에 광고를 적용할 수 있는데, 이는 구독자 수를 바탕으로 광고를 삽입시키는 유튜브와 같다.

네이버는 1만명 이상이면 프리미엄 광고, 2만명 이상이면 창작자가 콘텐츠에 적합한 협업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광고주를 직접 연결해주겠다고 하니, MCN + 경영 컨설턴트도 되겠다는 것. 정식서비스는 이용자가 창작자와 직접 소통하고 후원도 하는 기능이 있는데, 후원 방식이 별풍선이 연상되는 ‘포인트’다. 한마디로 “더 큰 보상이 기다리는 광고시장이 열렸으니 이리로 넘어오라”는 것이다.

더 많은 비용을 써야하고 더 많은 아이디어를 짜내야하는 부담은 커지겠지만 소비자에게 브랜드와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패션기업에게 나쁜 소식이 아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 브랜드의 마케팅에 고민이 있다면, 고민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다. 콘텐츠 기획? 인플루언서 섭외 비용? 제품 홍보 시기? 근본적으로 브랜딩 전략 자체의 부재가 문제는 아닌지 말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