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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과도 연관돼 있는데, 실제로 과거 유행했던 디자인이 수십 년 뒤에 다시 유행하는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레트로가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다시 꺼내 그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같은 과거의 것인데 이걸 즐기는 계층에겐 신상품과 마찬가지로 새롭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치 시간을 되돌려 놓은 것 같은 물건과 소품으로 인테리어 한 카페나 음식점들이 젊은이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pmg 지식엔진연구소의 시사상식사전 발췌>
최근 일 년 사이 유행어로 급부상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뉴트로라는 신조어가 그 주인공이다. 가히 열풍이라 할 만큼 거의 모든 미디어 매체나 패션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이렇게 마구잡이로 사용되다보니 그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남용되고 있는 듯 하다.
가장 큰 문제점은 레트로와 뉴트로를 혼돈해서 과거 패션에서 차용한 스타일을 몽땅 뭉뚱그려 뉴트로라고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사전에서의 의미와 같이 뉴트로가 레트로와 분명히 다른 지점은 바로 그 유행을 즐기는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즉 레트로든 뉴트로든 과거의 패션이나 스타일을 그대로 차용하거나 거기서 아이디어를 차용해 발전시킨 것을 말한다. 여기서 그 레트로 그 자체가 ‘옛것에서 온 복고풍’이라는 걸 제대로 알고 온전히 즐긴다면 그건 레트로다.
반면 뉴트로는 같은 복고풍 제품을 보고도 그 원래 제품이 과거 어느 시대의 것에서 모티브를 따왔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아주 신선하고 새롭다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즉 70년대 80년대 스타일을 전혀 접해보지 못한 제트(Z) 세대들이 당시 복고풍을 보고 완전 새롭고 쿨하다고 느껴 자기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것을 말한다. 즉 즐기는 주체가 누군지 어떤 방식으로 즐기는 지에 따라 이것이 뉴트로 또는 레트로로 명명되는 것이다.
사실, 칼라가 넓은 꽃무늬 셔츠를 입은 민머리의 혁오는 촌스러운 복고 스타일 이라기보다 쿨하디 쿨한 언더뮤지션의 반항과 개성을 표현한다고 여겨져 수많은 추종자와 아류를 양산했고, 최근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잔나비의 최정훈도 70년대 장발느낌 헤어스타일과 아버지 옷장에서 몰래 꺼내 입었을 법한 ‘어깨뽕’ ‘가죽재킷’ 등으로 뉴트로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뉴트로 열풍을 주도했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자. 같은 스타일을 보고도 퀸에 열광했던 부모세대들은 향수에 젖어 복고스타일을 즐긴다면 그 자녀세대들은 본인의 힙합룩이나 스트리트 캐주얼에 70년대 복고를 녹여내는 방식으로 복고를 즐긴다. 즉 2019년 최신식의 패션과 70년대 감성이 만나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부모세대 들이 즐겼던 온전한 복고풍 즉 레트로와는 분명한 차별점이 있다. 그래서 뉴트로는 과거 패션에서 차용해왔으나 젊고 신선하며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장년층에겐 향수를, 20대에겐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신선함을 준다.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 ‘아크네’는 이런 레트로를 캐주얼하게 풀어냈고, 펜디는 60년대 미니멀 패션을 모티브로 뉴 모던 레트로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몇 년 전부터 80년대, 60년대 스타일을 감각적으로 풀어낸 스타일에 럭셔리를 가미한 ‘샤넬’은 어머니와 딸이 함께 입을 수 있는 에이지리스 제품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다
뉴트로가 세계적인 트렌드의 열풍에 중심에 선 배경에는 이태리 브랜드 ‘구찌’를 빼놓을 수 없다. ‘구찌’의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그가 처음 ‘구찌’를 맡았을 때부터 70년대 히피룩을 선보였으며 지금까지 몇 년에 걸쳐 다양한 뉴트로 스타일을 여러 버전으로 꾸준히 선보여 최고의 브랜드로 거듭나게 했다.
한편 이와 반대로 ‘구찌’의 딜레마가 이런 열풍에 있기도 하다. 그 이유는 이런 뉴트로 열풍이 시들해질 경우 ‘구찌’와 그 디자이너인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인기도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기인한다.
뉴트로의 인기가 수그러들 즈음 현재 가장 디렉셔널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구찌’의 향방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뉴트로의 열풍이 오히려 독이 될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소비시장의 변화와 매출이 부진해진 패션계가 자꾸 자기복제 또는 카피를 통해 과거에 인기 있었던 아이템을 반복 재생산하는 문제이다.
이는 패션계뿐 아니라 식품업체에서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식품업체들은 불황을 이유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대신 인기가 검증된 기존제품을 변형하거나 단종된 제품을 뉴트로 열풍에 태워 속속 출시하고 있다.
과거 인기제품을 다시 출시하는 방식으로 장년층 소비자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밀레니얼 세대나 제트세대에게는 새로운 감성과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지만, 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투자보다 기존 제품의 명성으로 구매를 유도하는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장기적 측면에서 이는 식품업계 전체의 발전을 저해할 ‘독’이 될 우려가 크다.
이는 패션업계에서도 고민해야할 지점과 일치한다. 과거의 영광을 계속 반추하는 자기 복제 또는 이미 검증된 스타일로 안전한 방식만을 고수한다면 변덕이 심한 소비자들은 얼마지나지 않아 등을 돌릴 것이기 때문이다.
<조명숙 패션칼럼리스트>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