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CO걸? E걸? 2019 가장 많이 검색된 암호같은 패션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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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 해도 저물어가고 있다. 우주도시로 여행을 가고,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일상이 될 것만 같았던 상상속의 2020년이 바로 눈앞으로 다가왔다.

2020년이라는 해는 왠지 미래의 상징과도 같은 숫자여서 그런지, 이렇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은 채 다가 온다는 것이 사실 믿겨지지 않는다.

또 2020년이 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2000년대 생들이 벌써 만으로 20살이 된다는 뜻이다. 주민번호 뒷자리 첫 번호가 3, 4로 시작하는 이들이 성인이 된다니, 새삼 시간의 속도와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구글의 ‘Year in Search’ 검색 키워드 순서 / 자료출처 : 구글>

<구글의 ‘Year in Search’ 검색 키워드 순서 / 자료출처 : 구글>

얼마 전 발표된 2019년 구글 서치 키워드 리포트 ‘Year In Search’를 보면 그 속도와 무게가 더욱 확연하게 실감이 된다.

구글의 ‘Year In Search’는 올 한 해 가장 많이 검색된 키워드를 카테고리별로 발표해 그 해 어떤 이슈가 있었고 사람들이 어떤 것에 가장 관심이 있었는지를 보여 준다.

이 키워드를 보다 보면 그 해 가장 임팩트 있었던 문화적 현상들을 짚어볼 수 있어 패션계는 물론 모든 업계에서 주목하는 리포트이다.

2019년 패션 카테고리 키워드를 살펴보면, 아웃핏 아이디어 검색 부문에서는 ‘E걸’ ‘E보이’ ‘소프트걸’이 1, 2, 3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VSCO걸’이 5위를 차지했다. 패션스타일 검색 부문에서는 ‘E걸 스타일’ ‘E보이 스타일’이 각각 2, 3위를 차지했고 ‘VSCO걸’이 9위에 랭크 됐다.

우리는 모르는 틱톡의 용어

패션 스타일 서치에서 1위를 차지한 키워드 ‘Camp’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전시 기금 모음 행사인 멧 갈라(Met Gala)의 올해 주제였기 때문에 당연히 검색이 많았겠지만, 대체 2, 3위를 차지한 E걸과 E보이는 무엇이며, 소프트걸과 VSCO걸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더 재미있는것은 ‘What is a VSCO girl?’이라는 질문이 2019년 구글에서 사람들이 2번째로 많이 물어본 질문이었다는 점이다. 그 의미는 그 만큼 이 키워드에 대한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검색하는 키워드가 왜 이토록 생소한 것일까? 이유는 이러한 용어가 주로 사용되는 플랫폼이 틱톡이기 때문이다.

틱톡은 중국 모기업 바이트댄스가 2018년 8월 립싱크 동영상 앱 ‘Musical.ly’을 인수해 이를 통합하면서 미국에서 데뷔했다. 이후 틱톡은 15억 다운로드로 미국에서 무료 비게임 앱 1위에 올랐다. 이용자는 압도적으로 십대가 많다. 전 세계 틱톡 유저의 41%는 16세에서 24세 사이이다.

필자가 VSCO걸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지난 8월 뉴욕 타임즈의 비스코 걸 관련 기사를 접하면서였다. 틱톡을 다운만 받아놨지 실제로 빈번하게 사용을 하지 않던 터라 VSCO 라는 단어 자체가 무척 생소했다.

물론 기사를 읽고 나서 구글 검색을 해봤고(VSCO girl의 구글 검색 키워드 순위를 올려준 장본인 중 1명) 아니나 다를까 ‘VSCO걸 되기’ 또는 ‘VSCO걸 패러디’류의 유튜브 콘텐츠가 줄줄이 이어졌다.

이 후 관련 후속기사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고 비스코 걸의 영향으로 코스메틱 시장이 큰 변화를 맞고 있다는 포춘지의 기사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다.

몇 달 전 필자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 키워드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이쯤에서 간단히 VSCO걸, 소프트 걸, E걸에 대해 소개를 하고 넘어가자면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lt;비스코걸의 필수 아이템&gt;

<비스코걸의 필수 아이템>

VSCO Girl (비스코걸)

VSCO라는 사진 편집 앱은 익숙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비스코 걸이라는 단어 실제로 이 사진 편집앱에서 나왔다.

Z세대 여성들이 SNS에 사진을 올릴 때 이 앱으로 보정해 #VSCO라는 해시태그를 달아서 올리면서 비스코걸이라는 용어가 퍼지게 됐는데, 이유는 이들이 비슷한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스크런치(곱창 밴드)로 머리를 묶고 박시한 티셔츠에 핫팬츠를 입으며, 피엘라벤 칸켄백을 메고 버켄스탁을 신고 코스타리카 장인들이 만든 푸라비다 팔찌를 한다.

카멕스 립밤으로 내추럴한 룩을 연출하고 거북이를 해양 오염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하이드로 플라스크 물병과 메탈 빨대를 사용한다.

캘리포니아 비치에서 만날 법한 편안하고 내추럴한 스타일이다. 사실 비스코걸이라는 용어가 낯설었을 뿐이지 주변에 이런 십대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들은 믿고 공유하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으며, 대표적인 인플루언서로 엠마 챔버레인을 들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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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에서 #egirl #eboy를 검색하면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girl

E걸(또는 E보이)은 비스코걸에 비해 좀 더 서브 컬쳐적인 느낌이 강한 집단으로 다른 SNS 보다는 유독 틱톡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들은 컬러풀한 염색 헤어에 고스스타일 메이크업을 하고, 초커나 체인 목걸이, 블랙컬러의 밴드 티셔츠를 즐겨 입는다.

사진을 찍을 때는 혀를 내밀고 기괴한 표정을 짓고 눈 아래에 하트나, x표시 등의 작은 모양을 아이라이너로 그려 넣기도 한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의 포장된 이미지에 반대해 그런지(Grunge)한 고스(GOTH)스타일을 추구하며 한편으로는 만화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도 한다. 구글 서치 키워드 뮤지션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빌리 아일리쉬(Bille Eilish)가 이들의 아이콘이다.

재미있는 점은 E걸은 실제 생활에서의 자아와 구분하여 별개로 틱톡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아이덴티티로 인터넷 자아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E걸 또는 E보이 스타일은 니치 마켓이었고 틱톡에 한정되는 경향을 보였지만 그 영향이 더욱 커지면서 주류 패션계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E보이’ 스타일의 틱톡 스타 노엔 이반 노엔 유뱅크스(Noen Eubanks)는 최근 에디 슬리먼이 이끄는 셀린 광고의 새 얼굴이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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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디지털 세상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2019년 한 해 동안 사람들이 구글을 통해 검색한 데이터에 의해 그려진 패션 세계는 거의 전적으로 인터넷 중심이며 밈(meme), 앱, 소셜 미디어에서 탄생한 트렌드가 모든 차트를 지배하고 있다.

틱톡, 인스타그램 및 기타 소셜 플랫폼에서 인기 있는 이런 모든 트렌드는 인터넷 미학이 우리 시대의 지배적인 미학이 되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전의 패러다임에서는 현실 세계가 우선이고 디지털 세계가 그 뒤를 따랐지만 그것은 이제 변하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어떤 아이템이 소셜 미디어에서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될 것이며, 바이어는 이커머스 사이트에서 잘 보여 질 아이템을 바잉하게 될 것이다.

이제 디지털 세상이 현실보다 더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게 될 지도 모른다. 암호같은 키워드들 속에서 우리는 어떤 키워드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