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패션 산업 스타일링에서 활로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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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패션과 유통 산업에 관심이 많지만 안타깝게도 패션 센스는 없는 편이다. 중요한 자리가 있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 설 기회가 있을 때면 ‘비용을 지불해도 좋으니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나에게 딱 어울리는 옷, 멋지게 보일 수 있는 옷을 골라 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나의 이런 바람이 현실로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최근 일본에서는 고객에게 맞는 패션을 스타일링 해주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왜 패션 스타일링 서비스인가 

패션업계가 고전을 겪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필자가 이전 호에서도 언급했듯이 일본의 어패럴 시장은 2013년 이후 9조2천억엔에서 9조3천억엔 사이에서 정체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의 가치관은 물건이 아닌 체험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고 의류를 소비재처럼 사용하고 버리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단순히 질 좋고 예쁜 옷을 더 많이 만들거나 가격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일본의 패션 업계는 정체를 타개할 방안의 하나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의 렌탈과 구독 모델을 합친 서비스, 중고 의류를 리폼하여 판매하는 서비스 등 패션과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의류라는 제품에 ‘서비스’를 더하여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패션 관련 서비스는 ‘스타일링’이다. 어패럴 기업뿐만 아니라 유통, 벤처기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패션 스타일링을 통해 패션을 ‘상품’이 아닌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마츠야 백화점의 패션 컨설팅 서비스

먼저 유통업계의 사례를 살펴보자. 마츠야 백화점 긴자점은 일하는 여성을 타깃으로 2019년 3월부터 ‘패션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퍼스널 스타일리스트 자격을 가지고, 매장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프로들이 고객을 위한 패션 스타일을 제안해 주는 서비스이다. 

마츠야는 일하는 여성, 그 중에서도 특히 관리직 여성을 타깃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요금은 5,500엔(첫 이용 시에는 컨설팅 2회를 5,500엔에, 3회째부터는 1회당 5,500엔에 제공)으로 고객은 약 2시간 30분간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스타일리스트는 컨설팅을 받기 전 미리 간단한 설문을 통해 고객의 기본 취향을 파악한다. 컨설팅이 시작되면 처음 30분간은 고객의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질문을 한다. 이후 나머지 2시간은 옷을 선택하고 입어보는 시간이다. 

고객들 중에는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패션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나의 스타일에 대해 알게 되었다”, “스타일리스트와 이야기하는 시간 자체가 즐거웠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전문직 및 관리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옷을 사러 갈 시간이 없거나 패션 관련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면 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패션, 장소에 따라 적합한 패션을 연출하고 싶은 니즈는 높다. 마츠야의 서비스는 이러한 전문직 여성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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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이 귀찮아서 매일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다녔어요. 스타일리스트의 조언으로 나에게 어울리는 브랜드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이후 더욱 다양한 브랜드를 방문하게 되었어요.”(40대, 의사)

“평소에는 바빠서 옷을 살 시간이 없어요. 저에게 맞는 브랜드를 알아보느라 다 돌아볼 필요가 없게 되었어요. 저같이 바쁜 사람에게는 아주 편리한 서비스입니다.”(40대, 대기업 부장)  ​ 


성장 중인 스타일링 AI 프로그램 

다수의 스타트업들도 스타일링을 내세운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의류 서브스크립션 서비스인 에어 클로젯(Air Closet)과 메차카리(Mechakari)는 ‘옷을 소유하지 않고도 좋아하는 옷을 무제한으로 빌려 입을 수 있다’는 서비스와 함께 ‘내 취향에 맞는 옷을 전문가가 골라준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내세우고 있다. 

메차카리는 ‘퍼스널라이즈 스타일링 AI 챗로봇’이, 에어 클로젯은 약 300명에 달하는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고객 한 명 한 명의 취향에 맞는 옷을 골라서 정기적으로 배송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퍼스널 스타일링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새로운 서비스도 등장했다. 드로브(DROBE)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AI 프로그램인 드로브와 프로 스타일리스트가 고객의 취향 및 체형에 따라 옷을 스타일링하여 배송하는 서비스이다. 


 “20대에서 50대의 여성 절반 가까이가‘상품이 너무 많아 고민하다 지쳐 버린다’라고 토로할 뿐만 아니라‘천천히 옷을 고를 시간이 없다’‘나에게 어떤 색이나 디자인이 어울리는지 모른다’‘내 

패션 센스나 지식에 자신이 없다’등의 고민이 있다는 것을 설문조사를 통해 발견했습니다.”(드로브의 야마시키(山敷) 대표)​


고객은 회원 등록 시 자신의 패션 취향이나 체형, 예산 등 약 70개의 질문에 답하고 얼굴 사진이나 소지하고 있는 옷의 사진을 등록한다. 그러면 패션 잡지와 연예인의 스타일링, 매장 판매 등 다양한 경험을 가진 스타일리스트와 ‘스타일링 AI 프로그램’이 협력하여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엄선하여 집으로 보낸다. 

고객이 답해야 하는 70개 항목이 많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창업자인 야마시키 대표는 “철저하게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해야 서비스 이용 시 만족도가 높아진다”라고 설명한다. 

상품을 받아본 고객은 맘에 들면 구입하고 불필요한 상품은 반품한다. 상품 구입 시 궁금한 점이 있거나 구입 후 옷을 어떻게 입을지 고민될 때는 언제든 스타일리스트에게 상담할 수 있다. 

드로브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은 상품 대금만 지급하면 되고, 두 번째 이용부터는 상품 대금에 더하여 1회 스타일링 요금인 2,900엔을 지급하며 반품 시 배송료는 무료다. 드로브 사업의 주된 수익원은 스타일링 요금과 상품이 팔렸을 때 제조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이다. 

드로브 서비스를 이용하면 여성들은 여러 브랜드를 돌아보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집에서 편안하게 전문가가 골라준 패션을 받아볼 수 있다. 또한 스타일링 서비스를 받은 고객의 피드백이 반영되면서 드로브는 더욱 정교한 스타일링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AI기술 발전과 패션 업계의 변화

패션 상품은 트렌드가 빨리 변해 상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고 고객의 취향 또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기반으로 제품을 추천하는 마케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패션분야에서도 고객의 취향과 구매 이력과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AI기술이 발달하면서 패션 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AI 기술을 활용한 제안과 인간의 패션 센스를 접목하는 방법으로 스타일링을 하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AI의 분석 능력이 진화하면 앞으로는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협력하지 않아도 AI 혼자서 모든 것을 판단해서 고객 한 명 한 명의 마음에 꼭 드는 패션을 연출해주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 

 

출처: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