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구분 없는 기획, 성장가능성 보여준 ‘텐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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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목민경 기획총괄, 함슬기MD, 이희윤 어시스턴트, 박주은 웹디자인, 천경희 웹디자인, 유신영 마케팅>

<사진 왼쪽부터 목민경 기획총괄, 함슬기MD, 이희윤 어시스턴트, 박주은 웹디자인, 천경희 웹디자인, 유신영 마케팅>

 

지난달 17일 론칭, 일주일 만에 판매율 90%에 두 달 분량 물량 소진. 자사몰로 판매 채널이 한정되어 있는데도 주력 상품은 예약판매를 할 정도여서 신제품 출고 일정도 20일이나 앞당겨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올 봄 론칭한 ‘텐먼스(10MONTH)’ 이야기다. 

오랫동안 입어도 트렌드와 멀어지지 않는다

지금 여성복, 아니 패션업계 전반이 코로나19 여파로 생존의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이런 와중에 ‘텐먼스’의 실적은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아무리 물적, 인적 기반이 중소전문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부한 종합패션기업이라 해도 겪고 있는 상황은 동일한데 말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체 분석한 평가 내용은 이렇다. ‘텐먼스’는 브랜드명과 같이 ‘1년 중 10개월 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지향한다. 그러니까 한 시즌 만에 버려지거나 재고가 되지 않고, 계절에 관계없는 ‘필수적 패션’을 만들었다는 것. 이는 4계절, 8시즌, 월 단위 기획과 주 단위 출고 등 여성복 업계의 통상적 상품기획 시스템을 깨버렸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와 함께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디자인으로 활용도를 높이는 대신 소재와 핏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소비자가 기대하는 눈높이를 맞췄다. 그 예로 브랜드 시그니처 품목인 ‘마스터 핏 슈트’를 보면 지향하는 바가 명확하다. 협업한 서완석 입체패턴연구소장은 2004년 정부가 국내 양​장부문 최초로 선정한 대한민국명장 패션디자인 제379호 명장이다(관련기사 입체재단의 ‘사람손길’ AI도 흉내 낼 수 없다).

중심 가격이 티셔츠 3만~5만 원대, 팬츠와 셔츠 각 9만9000원, 원피스 15만9000원 등으로 가격경쟁력도 있다. ‘텐먼스’의 행보는 단순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튀어나온 영리한 온라인 비즈니스 정도로만 보기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업계의 딜레마, ‘철학의 문제를 산업에 적용하는 일이 가능 한가’라는 의문에 조금의 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텐먼스’를 이끌고 있는 목민경 부장에게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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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민경 부장>

아이디어의 출발, 사내 게시판

- ‘텐먼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사내 아이디어 게시판에 직원(디자이너)이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아이디어 발제자는 같은 팀이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4계절이 모호해 지고 있기 때문에 S/S나 F/W 시즌 구분이 없는 상품을 개발해 운영효율도 높이고, 절감된 원가를 더 높은 품질의 상품개발에 투자하자는 취지의 글이었다."

"사내 게시판을 관리하고 있는 전략기획팀에서 아이디어가 채택이 됐고, ‘텐먼스’라는 네이밍의 철학을 잘 살리려면 온라인이 주 채널이 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와서  이커머스 베이스로 사업화가 시작됐다.”

내부에서 자사몰 기반 온라인 전용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이슈는 2년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채택하고 곧바로 실무에 착수해 1년 정도 론칭을 준비했다고 한다. 자사몰인 에스아이빌리지를 운영하는 마케팅담당 이커머스팀이 헤드 쿼터. 회사 차원에서도 플랫폼을 운영하는 이커머스팀이 제조 브랜드 전개에 나서는 첫 시도였다. 

브랜드 총괄 목민경 부장은 17년 경력의 베테랑 기획MD. 삼성물산 패션부문 ‘에잇세컨즈’ 론칭 멤버로 5년 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합류했고, 라이프스타일사업부 ‘자주’팀 소속이었다가 프로젝트 적임자로 꼽혀 차출됐다. 

 

- 모범사례로 연구한 국내외 브랜드가 있나?

“브랜드 철학과 스타일, 그리고 상품 운영방식이 각기 다른 기존 브랜드 다수를 연구했다. 하나의 예를 들자면, 분야가 너무 다르긴 하지만 ‘룰루레몬’의 상품개발 방식을 인상 깊게 봤다."

"‘룰루레몬’에는 10년 넘게 동일한 디자인을 가지고 소재, 디테일, 주머니모양 등을 세심하게 디벨롭 해가는 팬츠가 다수 있다. 아이템 하나를 가지고 소비자 조사와 테스트를 계속 해나간 결과다. 스스로 (경쟁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아이템, 패션에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만들어 낸 시장이 더 오래 지속되고 더 강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기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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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먼스’가 소비자를 이해하는 방법

-사전 시장조사 방법은 어떻게, 그리고 어떤 핵심 소비층을 설정했나? 

“설정한 소비자 모집단이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다. 주력채널, 즉 유통망에 맞는 타깃을 1차 핵심타깃으로 두고 소비자 분석을 철저히 했다."

"에스아이빌리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 타깃을 정교화 할 수 있었고, 그 타깃에게 적중하는 상품 개발을 진행하며 그 소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마케팅 요소를 기획했다. 타깃 정교화 이후에는 착장분석을 깊이 있게 진행했다.” 

 

-타깃 정교화란 어떤 작업인가 

“브랜드 시작 단계에서는 기준점을 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상품기획 책임자로서의 기준점은 ‘에스아이빌리지 안에서 전개한다’는 것이다.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 우리의 1차 핵심타깃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들이 어떤 취향을 가지고, 어떤 가격대에 어떤 아이템을 얼마나 구매하는지 타깃 소비자의 연령대, 사이즈, 구매주기 등을 정교하게 설계했다.”

그렇게 설정된 ‘텐먼스’의 1차 핵심타깃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30대 여성. 그리고 그들이 꼭 필요로 하는 품목을 선정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트렌드조사가 아니라 착장조사로 필요한 아이템을 산출했다. 매년 꺼내 입게 되는 아이템은 무엇인지, 일 년 중 월간, 주간 착장을 분석해 중복되는 아이템을 추출했다. 그렇게 시즌과 관계없이 자주 입는 옷이 무엇인지 찾아내 기획을 시작했다."

"내부 데이터 분석 뿐 아니라,  #데일리패션 #OOTD 등을 키워드로 네이버 키워드 검색 등 외부 데이터를 포함해 실제 착장을 분석하고 아이템을 결정했다. 고객들이 더 필요한 아이템이 무엇인지 비교해 아이템을 압축하기도 했다. 월별로 보면 아이템만 바뀌지 착장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연간 착장을 쭉 늘어놓고 통계적으로 뽑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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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데이터는 배경일 뿐이다

- AI MD 등 패션산업에도 첨단기술을 적용한 업무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어떤 영역에 어떤 방식과 정도로 디지털 툴을 활용했나. 

“현재의 데이터는 배경일 뿐이지 판단근거가 아니다. 방대한 데이터에 어떤 소스 값을 넣어 산출된 결과물은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 나의 가설 아래에서만, 즉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만 데이터 검증이 가능하다."

"현재의 자료는 판단을 빠르고 정교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의 의도가 분명하게 있어야 하고, 그 의도된 데이터는 소비자를 파악하는데 활용한다. ‘텐먼스’는 고객데이터 분석과 타깃고객 정교화로 시작된 브랜드다. 타깃으로 잡은 소비주체의 온라인 구매여정을 그려보고, 그에 따른 어필요소를 끊임없이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준비했다."

"이는 성장하고 있는 에스아이빌리지의 데이터가 있었기에 가능한 실행전략 이다. 향후 고객지향적, 고객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CRM 마케팅을 중점적으로 실행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마케팅도 천천히 오래 갈 수 있는 툴을 쓸 것이다.”

 

‘텐먼스’의 상품기획, 이것이 핵심이다

 

- 여성 소비자 다수가 가진 ‘잘 만들어진 기본템’에 대한 갈증을 잘 읽었고, 체형도 친절하게 이해해 준다는 느낌이다. 바지 길이 선택지를 확대하는 등 온라인 쇼핑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엿보이는데. 

“패션시장은 공급과잉 시대를 맞았다. 그렇다면 더 끈질기게 상품개발은 물론, 구매 이후까지 트래킹 해야 한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동시에 고객관점의 시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의 특성을 살리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우리 팀은 디자인, MD, 마케팅의 업무 영역이 나뉘어 있지 않다. 하나의 상품 디자인과 개발을 하면서 차별요소는 물론 마케팅의 방향까지 결정해 상품을 선정한다. 그 연결고리가 무난히 이어져야만 진행시킨다.”

 

-서완석 명장과의 협업을 이어갈 것인가

“시그니처 아이템 개발을 중요시하고 있다. 신규 브랜드지만 별도의 브랜드 마케팅 보다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브랜딩 하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텐먼스’의 브랜드 철학이 담긴 마스터 핏 슈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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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석 명장>

"10개월 동안 입을 수 있는 적당한 두께감, 구김이 잘 가지 않고  착용감이 뛰어난 소재를 개발했고, 최적화된 핏을 위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입체패턴 명장인 서완석 소장님과 협업해 패턴을 만들어 냈다. 이 슈트는 상의·하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재킷 하나로 슬림팬츠와 와이드팬츠, 스커트와 매치해 다양한 룩을 선보일 수 있는 거다. 만일 한 고객이 봄에 슬림팬츠가 마음에 들었다면, 가을쯤에 새 재킷을 구매하려고 할 때 사계절 지속해서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쇼핑 효율도 높다. 팬츠의 경우 허리사이즈 뿐 아니라 기장에 편차를 둬 옵션을 더 넓게 제안한 것도 장점이다.

국산 소재 사용, 국내 제작이 합리적 선택

- ‘착한 가격’은 어떻게 가능했나

“통합 소싱으로 원부자재 코스트다운이 가능했던 것과 파트너사들의 신뢰가 바탕이 됐다. 파트너사를 세팅할 때는 자가 공장이 있고 카테고리 전문 생산이 가능한 조건이 전제였다. 원래 그런 곳은 소물량을 받아주지 않는데, 대형사에 가지는 신뢰가 있었고 침체된 시장을 환기시킬 수 있는 새 브랜드의 등장에 환영해줬다.”

‘텐먼스’는 봄 상품을 기준으로 원단은 130년 역사를 가진 스펜스브라이슨의 아이리쉬 린넨, 렌징의 텐셀, 세계 5대 실크 명산지로 꼽히는 경상남도 진주産 실크 등을 사용했다. 제작은 한보섬유(스웨터), 명보사(데님) 등 각 품목 별로 최고 수준 기술력을 인정받는 협력사가 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이 없지 않았을 텐데

“데님은 손맛이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국내 원단을 사용, 국내 가공과 국내 봉제를 원칙으로 했다. 감염 확산 이전에 여름 제품은 문제없이 생산이 완료됐고 중국이 봉쇄되면서 가을, 겨울 시즌 원부자재 수급에 애를 먹었다. 중간에 (중국산 원부자재 공급처를 국산으로) 돌리느라 꽤 힘들었다."

"원가인상 요인은 반영해야 하는데 판매가는 고정해야 하니 고단한 과정이었다. 하지만 더욱 굳어진 생각이 있다. ‘텐먼스’와 같은 컨디션의 브랜드는 국내 제작이 퀄리티 컨트롤이 되는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원하는 가격과 품질을 만족하는 국내산이 찾으려고 노력하면 다 나온다. 론칭하면서 진주 실크를 비롯해 대구 소재를 많이 썼다. 앞으로도 국산 소재를 찾아내서 계속 쓰려 한다.”

“특정 아이템을 가져가는 스몰 브랜드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모델 수를 확장하는데 ‘깊이’를 가지고 늘릴 계획이다. 시그니처 아이템인 마스터 핏 슈트를 예로 들면 슈트에 코디할 수 있는 실크 블라우스를 다양한 디자인과 포인트로 가져갈 수 있다. 또 블라우스 핏의 반응이 좋다면 소재를 다양하게 적용해 보는 것이다. 멋있는 비주얼로만 보여주는 여성복이 아니라 ‘텐먼스’만의 철학을 가지고, 만드는 사람도 고객도 재미있게 운영하려 한다.” ​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