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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철학과 메시지 담아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는 프랑스어로 ‘커피(Café)’를 뜻하는 말이다. 커피 문화가 이슬람권에서 시작되었으나 오늘날의 카페와 같은 공공시설로서의 출발은 프랑스 파리였다. 17세기부터 사교계에서 알려진 카페는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곳, 새로운 소식을 듣고 사람을 만나는 사교공간이자 예술가들의 아지트, 정치를 토론하는 공론장 등 교류의 장(場)이었다.
한국에서의 카페는 ‘다방’이라는 명칭으로 시작되었다. 커피가 한국에 수입된 것은 조선 말기로 유럽의 카페와 달리, 술이 제공된 서양식 술집으로 인식, 근대문명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1920대 이후 커피문화가 대중에게 전파되면서 다방은 주로 지하층에 위치해 폐쇄적 성격의 공간이었다.
20세기말부터 21세기 초반까지 다방이라는 공간은 대중에게 밀접한 공간으로 된 시기로 인스턴트 커피에 식물성 크림인 프림과 설탕을 가득 넣은 달달한 커피 또는 달걀 노른자를 토핑한 쌍화탕을 즐기는 만남의 공간이자 중매의 공간 등 대중에게 인기 있는 장소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개성 넘치는 독립카페 등장
다방에서 달달한 커피와 쌍화탕을 경험했던 세대로써 다방문화를 추억의 공간으로 만들었던 시기는 프랜차이즈 카페의 도입 이후다. 1999년 한국 최초로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1호점 개점과 함께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카페들과 개성 넘치는 독립카페들의 등장이다. 공간의 분위기가 중요지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확장된 공간으로 우리 삶에 장소성으로 밀접하게 다가왔다.
오늘날, 카페는 넘쳐난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지만 사람들은 커피만 마시러 가지 않는다. 그곳에서 제공하는 공간의 분위기와 경험 그리고 오감을 즐길 수 있는 디테일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공간이 분위기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안락함이 있는지, 그리고 취향에 맞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지 등 서비스 디자인에 따라 카페에 머무르게 한다.
새로운 공간 전개와 브랜드 스토리를 담은 2곳의 공간을 살펴봄으로써 카페공간이 어떻게 다의적 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는지, 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어떤 방식으로 융합하고 있는지 방문자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의 반격
사회초년시절 야간 작업으로 힘들 때, 잠시 멈추어 마시는 달달한 커피믹스의 한잔이 피로를 달래며 다시금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던 기특한 음료였다.
1970년대 동서 식품, 맥심브랜드에서 탄생시킨 커피믹스는 대중적인 음료로 인식되면서 오랫동안 국민 커피로 불리게 되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카페의 증가와 함께 원두커피의 향긋함과 카페공간에서 제공되는 분위기는 커피믹스 소비를 위축시켰다. 위기를 맞게 된 맥심 브랜드는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경험마케팅의 여정을 시작했다.
노란색을 브랜드 컬러로 전면에 내세우며 친숙한 모카골드 커피를 테마로 2015년 부터 제주의 ‘모카 다방’, 2016년 성수동 ‘모카 책방’, 2017년 부산의 ‘모카 사진관’, 2018년 전북 전주 ‘모카 우체국’ 2019년 합정동 ‘모카 라디오’ 등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브랜드의 히스토리와 독창적인 콘텐츠로 공간을 제안하며 인스턴트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20~30대 소비자와도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했다.
반면 2018년 개점한 ‘맥심 플랜트(Maxim Plant)’ 플래그십 스토어는 브랜드 철학과 전문성을 공감에 담았다. 진한 아메리카노로 물들인 듯한 패널로 마감한 상자모양 외관과 내부 공간에 머물다 보면 커피에 대한 브랜드 철학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플랜트(Plant)가 공장과 식물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아 이곳 공간 안에는 커피공장, 로스팅 룸이 있으며 곳곳에 식물들이 배치되어 ‘도심 속 정원, 숲속 커피공장’을 구연했다.
철학을 담은 맥심플랜트
내부에 공간은 전체적으로 여유로운 공간 구성과 식물배치로 편안한 이미지를 준다. 약간의 디테일 부분이 아쉬운 점도 있지만 테이블 수가 적고 층고가 높아 쾌적함을 느낀다.
맥심 플랜트는 지하 4층부터 지상 4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지하2층은 맥심 플랜트의 야심작인 로스팅 룸과 커피 교육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카데미 공간으로 꾸며졌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는 책읽기와 업무에 적당한 문화 공간이다.
3층 ‘더 리저브(The Reserve)’는 자신만의 취향에 맞는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공감각 커피’ 테스트 코너에서 스마트패드로 취향에 맞는 향미, 신미 그리고 로스팅 정도를 선택, 24가지의 블렌딩 커피 중 하나를 즉석에서 제조해준다.
선택한 커피와 어울리는 디자인과 감성적인 글귀를 음미하며 추천 음악까지 이어폰으로 듣게 된다면 나만의 커피와 함께 온전히 오감을 즐길 수 있다.
철강과 커피의 만남, 테라로사
맥심 브랜드는 매장에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넘어 다양한 경험의 가치를 제안한다. 맥심 플랜트 내부를 머무르다 보면 얼마나 공간에 공을 들였는지, 브랜드의 철학과 자부심을 어떻게 담아내었는지 공간 곳곳에 그 흔적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독창적인 커피의 맛과 향 그리고 특별한 공간을 만드는 테라로사(Terarosa)는 2002년 강릉에 처음 문을 열었다. 커피 원두를 로스팅해서 카페와 레스토랑에 납품했던 커피원두 공장이었다. 커피 애호가들이 테라로사 커피공장을 자주 찾자,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 독창적인 커피의 향을 집결시킨 카페를 전국 14개의 매장을 개점했다.
매장마다 인테리어 공간이 모두 달라서 같은 브랜드이지만 지역 특성을 살린 인테리어과 탁월한 감성과 연출 전개로 공간에 머물고 싶은 공간을 만들었다. 테라로사 카페 중 특히 포스코 센터점은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기념한 리노베이션 공간에 ‘철’과 포스코가 보유한 1만 여권의 책으로 둘러싼 압도적인 커피 공간을 선사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1층 공간을 에워싼 1만 여권의 책은 눈으로 놀라고 가슴으로 감탄하게 만든다. 포스코가 보유한 1만 여권의 희귀본 서적부터 사진집, 디자인 여행전문지 등 놀랍고 궁금하게 만들지만 진열목적이라 열람이 불가한 점은 아쉽다.
두번째로 압도적인 공간은 갤러리로 통하는 계단(모티브는 원형극장). 2층에서 내려다보는 계단 밑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높이 6m인 1층과 2층 4m를 공간감을 최대한 살린 것이 인상적으로 이곳에 앉아 있으면 바리스타는 주인공이고 바리스타의 커피를 내리는 유의적 행동과 주변의 책 그리고 주방의 풍경을 바라보는 방문객은 관객이 된다.
오리지널리티로 압도
마지막으로 압도한 것은 공간 디자인이다. 테라로사의 디자인 시그니처는 ‘Originality’이다. 제품도 그러하지만 인테리어 집기 역시 ‘Originality’가 기본방침이다. 계단, 난간, 바닥 및 테이블 등 인테리어 소재로 사용된 철은 모두 포스코의 철이다. 특히 테이블이 철이라는 점에 놀라게 되었는데 미니멀한 사각 테이블부터 빈티지를 강조하는 테이블까지 철강기업의 철이라는 소재가 디자인으로 다가왔다.
테라로사는 차가운 철강의 이미지를 감성적인 책으로 중화시키며 압도적 스케일의 문화공간연출을 보여주었다. 포스코는 테라로사를 입점 시켜 철강을 디자인으로 승화,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어 부드럽고 친근한 기업이미지로 다가왔다.
이들 두 브랜드의 합작으로 시너지 효과는 두배, 서로 어울리지 않을 것과의 조합이 새로움으로 재탄생했다.
입체적 경험이 이뤄지는 곳
커피를 마시며 입체적인 공감각적 경험이 이루어지는 곳이 카페다. 카페는 단순히 사람들이 모이고 커피를 파는 수동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행위가 되었으며 더 나아가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공간이 되었다. 앞서 살펴본 카페 브랜드에서 ‘커피를 즐기다, 문화를 즐기다, 공간을 즐기다’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했다. 공간은 사람이 머무는 곳이다. 우리는 그 동안 경험했던 카페에서 이 세 가지를 즐겨 보았다면 그곳은 이미 성공적이 브랜딩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지고 브랜드 스토리를 공간에 입체적으로 담아낸다면 머물고 싶고 즐기고 싶은 공간이 된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