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해마다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이후에 출간되는 책 중 가장 관심을 받는 책들이 다음해 트렌드 예측에 관한 것들이고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서울대 트렌드 분석센터의 트렌드2020은 올해도 역시 베스트셀러 1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네요. 2020에 예상되는 트렌드를 10개 발표했는데 그중 특히 눈여겨봐야할 것은 ‘스트리밍 라이프’ 인 것 같습니다.
‘스트리밍 라이프’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강조한 말입니다.
음악 파일 등을 내려받지 않고 네트워크를 통해 물 흐르듯 재생하는 기술인 스트리밍처럼, 점차 집과 가구, 차 등을 소유하지 않고 향유하거나 경험하는 소비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 책에서 김난도 교수는 “욕망은 많지만 충족할 자원이 부족한 젊은이들은 점차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빌려쓰면서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험은 매장에서 구매는 온라인에서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밀레니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에게 경험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체험 마케팅이라고도 부르는 이 경험이라는 요소는 온라인에 비해 오프라인의 유일한 강점이기도 해서 ‘BOPIS’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BUY ON-LINE PICK UP IN STORE의 약자인 이 말은 온라인에서 구매는 하지만 상품 수령은 오프라인 스토어에서 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즉 오프라인 상점에서 실제 제품을 체험하고 경험하는 일이 상품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오프라인만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각 브랜드의 중심고객이 되어버린 밀레니얼들을 매장으로 불러드리는 마케팅의 유용한 수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패션은 사실 경험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스티치픽스처럼 기한을 정해놓고 착용 후 반품을 받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더 흥미를 끌도록 AR(증강현실)을 도입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국내 일부 브랜드들도 AR이나 VR을 이용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들이 고객경험을 주요 전략으로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아 좀 안타깝긴 합니다.
또 다른 2020트렌드 중 팬슈머라는 조금은 낯선 단어도 있습니다. 김난도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팬슈머’는 직접 투자와 제조 과정에 참여해 상품과 브랜드를 키워내는 소비자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상품을 함께 만드는 '팬슈머'
‘내가 키웠다’는 뿌듯함에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동시에 간섭과 견제도 하는 신종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소비자가 생산 과정에 관여해 경험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생산자가 중요해 질 전망이라고 합니다.
용어는 낯설지만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익숙하게 사용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투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상품이 나오면 주요고객들을 모시고 반응조사를 하는 작업은 모든 브랜드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과정이지요.
어쨌든 돌아오는 새해의 경제지표가 안 좋을 것 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소극적인 목표를 운용하는 것도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1년 후 예상 지표가 좋았던 적도 별로 없었거니와 목표자체가 너무나 보수적이거나 소극적이면 결국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뛰는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정량적인 지표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정성적인 것들도 항상 머리속에 담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정량지표들이 좋지 않은 요즘, 더욱더 방향성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편리한 것이 프리미엄 '편리미엄'
‘편리한 것이 프리미엄이다’ 라는 말을 줄인 ‘편리미엄’도 주목할 만 합니다.
편리미엄은 시간 빈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가격이나 품질만큼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편리함을 소비의 기준으로 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풍조에 따라 편리미엄 시장을 공략한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미 손질된 음식 재료를 받아 직접 요리해 먹는 ‘즉석조리식품(RTC·Ready to Cook)’이나 편의점의 세탁 대행과 택배 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편리미엄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사소한 불편함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야 할 일의 절대적 시간 줄여주기, 귀찮은 일에 드는 노력 덜어주기, 얻고자 하는 성과 극대화해주기 등이 편리미엄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성비가 구매의 핵심’이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프리미엄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2017년 트렌드 예측에서는 ‘B+프리미엄이’라는 용어가 있었지요. 그러면서 예를 들었던 것이 모나미의 한정판 프리미엄 153볼펜이나 길거리 음식을 어느새 고급화시킨 삼진어묵이나 고래사어묵을 얘기합니다.
팍팍한 세상에서 스몰럭셔리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겨냥했던 용어였던 것이죠. 몇 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흐름은 유사합니다. 막연한 가격우위 제품보다는 위에 설명한 것처럼 시간과 노력을 아낄 수 있는 편리함이 구매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편리함의 대표적 이미지는 편의점입니다. 편의점은 이미 단순히 제품 판매 외에 택배나 세탁 서비스 등을 도입한지도 꽤 되었죠. 패션브랜드들이 이 트렌드를 어찌 이용해야 할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브랜드마다 성격도 너무 다르고 제품자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유통되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는 것이나 마케팅 포인트도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가격이나 가성비가 이제 더 이상 구매의 핵심고려요소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서요. 참으로 어렵습니다.
세계경기도 여전히 좋지 않고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한국경제가 언제 회복될지 잘 모르겠고 게다가 내년 봄에는 총선도 예정되어 있어서 정치 사회적으로도 매우 혼란스러울 것으로 예상되지 않습니까? 우리 편은 하나도 없는 것 같긴 합니다.
가격은 구매 고려 요소가 아니다
이런 상황이면 정성적 트렌드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트렌드는 변하는 사회모습을 반영하고 있으니 항상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비록 크진 않아도 일정부분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은 하거든요. 미래를 예상해서 제품을 만드는 패션업계는 변동되는 트렌드가 항상 중요한 지침이 되어 왔으니까요.
이 모든 트렌드들이 내가 하는 브랜드들에 정확히 매칭이 안된다고 하더라도 최근처럼 불확실한 요소가 많을 때에는 주변의 변화를 항상 주시해야 흐름에서 밀려나지 않고 그 흐름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매년 어려웠지만 분명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뚝서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그 브랜드의 성공사례를 1년 후 이맘때쯤에는 분석하고 공부하는 경우가 생기겠지요.
언제나 어려웠지만 잘 헤쳐나갔던 것처럼 지금의 어려움이나 예상되는 2020년의 어려움도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너무 보이는 지표만 맹신하지 말고 변하는 사회현상에 따른 새로운 트렌드를 주시하고 우리 스스로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방법도 고려의 대상이 되었으면 합니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