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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동안 계속된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단계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체제 준비에 돌입했다.
유통가는 그동안 억눌렀던 대면 활동에 대한 욕구 즉 ‘소비자 마음’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며 다양한 이벤트와 공간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고객 방문 및 이용이 현저하게 떨어진 업계일수록 고객들이 한꺼번에 오프라인 매장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분주한 모습이다.
거리두기 전면 해제를 계기로 여행업계를 비롯한 각종 브랜드,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업들은 그동안 집콕 중심의 소비 활동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소비자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경험 마케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시대, 오프라인의 반격이 시작되나
우리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킨 팬데믹은 일, 소통, 소비 등의 모든 영역에서 온라인 비중을 확대했다. 기업은 첨단 기술 도입을 크게 앞당기며 브랜드 재정비에 나섰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디지털 인프라·기술을 적극 도입, 경쟁력을 높이면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이했다.
팬데믹 시대와 IT 발전을 발판 삼아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는 럭셔리 브랜드들에 새 시장을 열어주었다.
브랜드들은 NFT를 통해 메타버스 속 상품의 유일성을 확보하고 쇼룸이나 협업 제품을 선보이는 등 소비자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팬데믹 기간 동안 브랜드는 온라인에서만 성장한 것일까.
소매 기술기업 니어스트릿의 공동설립자 CEO인 닛 블랙큰버리는 최근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쇼핑 과정에서 가장 편리한 마지막 종착지는 점포형 매장”이라며 팬데믹이 하이브리드 소비시대를 앞당겼음을 언급했다.
하이브리드는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소비자가 직접 매장에서 픽업하는 방식으로 소비자가 최상의 쇼핑을 위해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경험하는 소비방식이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두 채널은 각각 저마다의 역할이 있으며 중요도 역시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온라인 쇼핑을 확장하고 사용자를 늘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따라서 앞으로 다가올 엔데믹 시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채널이 더 성장할 것인가를 따지기보다 온오프라인 모두 최적의 쇼핑 채널로 만들어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브랜드가 살아남을 것이다.
기존의 소비문화가 다시 회복되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된 2년 동안 우리의 일상은 자유롭지 못했다.
일상의 탈출구로 여겼던 해외여행이 막히고, 마음껏 누렸던 공간 활동에 제한이 따르면서 생활 방식이 크게 바뀌어 집콕 생활과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 비대면에 익숙해졌다.
문화일류학자 칼레르보 오베르크는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에 진입할 때 기존의 익숙한 문화가 깨지면서 불안감을 느끼고, 1~2년의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새로운 문화에 적응한다”라고 말했다.
즉 그동안 비대면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엔데믹으로 전환했다고 바로 대면 소비를 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디지털 시대, 소비자의 숨어있는 욕망을 겨냥한 오프라인의 귀환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디지털 채널의 편리함 이면에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충족시켜 줌으로써 소비자의 신뢰를 얻은 브랜드들이 있다.
경험을 팔면 제품도 팔린다
팬데믹 위기 상황에도 브랜드들은 고객의 섬세한 니즈를 고려해 다양한 전시공간을 제시했다. 특히 브랜드가 지향하는 방향성을 공간 속 콘텐츠로 나타냄으로써 고객이 좀더 감각을 자극하고 감성 혹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의미 있고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젠틀몬스터는 코로나 불황에 오히려 공간에서 해답을 찾았다. 젠틀몬스터는 퓨처 리테일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하우스도산 1층을 매장이 아닌 전시공간으로 꾸며 아이웨어 제품이 아닌 ‘콘텐츠’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또한 브랜드를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실험정신을 담은 베이커리 ‘누데이크’와 향과 촉감을 전달하는 코스메틱 브랜드 ’탬버린즈’ 등 여러 브랜드를 집약시켜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 가치를 제공했다.
시몬스 침대는 2019년부터 침대 없는 침대 광고로 큰 화제를 모았을 만큼 자사 제품을 드러내지 않는 브랜딩으로 주목받아 왔다.
제품이 아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이색 콘텐츠로 가득한 팝업스토어 공간을 꾸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슈퍼마켓이나 정육점 콘셉트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를 청담동에 문을 열어 MZ세대에게 ‘시몬스’라는 문화 콘텐츠를 전달했다.
오프라인 생존전략을 명확하게 설계한 브랜드 공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 라네즈는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몰입형 인터렉티브 전시회 LIFE OASIS 2.0을 운영했다.
이는 새롭게 선보이는 회복크림(워터뱅크)을 홍보하기 위한 전시지만 제품보다 감각적인 경험과 영감을 자극하며 관람객에게 여운을 남겼다.
8개의 주제로 구성된 공간 중 대부분이 미디어 아트, AI 등 디지털 관련 주제로 꾸며 디지털 채널에 익숙한 MZ세대에게 비일상적인 경험을 선사했다.
이태원에 자리 잡은 바이닐앤플라스틱은 현대카드에서 운영하는 공간으로 얼마 전 <마블: 더 리플렉션> 팝업 전시를 열었다.
마블 작품을 소재로 진행한 이번 전시는 그래픽 아트의 화려한 색감과 디지털 요소로 마블 브랜드와 마블 작품 세계관, 각 히어로의 스토리를 관람객에게 공감각적으로 전달했다.
바이닐앤플라스틱은 음악을 보고 듣고 소유하는 플레이그라운드 체험형 공간으로 마블 청음 존을 마련해 마블 시리즈를 청각적으로 새롭게 경험하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했다.
결과적으로 이들 브랜드는 제품보다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가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성공적인 브랜딩은 물론 매출로도 큰 성과를 거두었다.
오프라인의 역할은 진화한다
팬데믹으로 인해 쇼핑 트렌드는 빠르게 전환됐고 기업은 소비자와 온라인 접점을 늘리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디지털화와 함께 쇼핑의 모든 과정이 신속하고 편리해졌음에도 경험과 소통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적인 경험은 디지털 세상에서는 채울 수 없는 가치이며 오프라인 매장이 존재해야 할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경쟁력 제고와 더 나은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오프라인 재정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지난해 오프라인 매장을 적극적으로 개점한 더현대서울은 오프라인 유통가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 경험을 중시하며 쇼핑을 통한 힐링(리테일 테라피)을 앞세워 온라인 유통가에 반격을 가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새롭고 특별한 부티크와 팝업스토어 등 적극적인 공간 마케팅으로 고객 경험을 늘리고 있다.
앞서 서술한 브랜드들 역시 제품과 서비스보다 브랜드 체험과 고객 경험의 가치를 제공하는 방식을 선택해 코로나 불황에도 성공을 거뒀다.
특히 거리두기 해제 전후로 공개된 공간들을 보면 대체로 회복, 힐링, 무의식적 편안함, 몽환 등 코로나19로 지친 소비자들에게 판타지, 힐링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은 어떤 콘셉트와 역할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해야 할까.
잘 채워진 공간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구매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얼마만큼 영감을 주고 의미 있는 시간과 경험을 제공하는가에 더 큰 가치를 둔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다양하고 유익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충성고객으로 이어지고 제품 소비로 연결된다.
잘 채워진 공간은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트렌드와 취향을 발견한다. 즉 브랜드가 경험을 팔면 당연히 제품도 팔린다.
출처 : FASHION POST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