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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1월이면 한국의 서점은 트렌드 열풍에 휩싸인다.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를 시작으로 언제부터인가 트렌드란 이름을 단 책들이 매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트렌드 책을 읽는 것이 트렌드가 된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해마다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이 많지 않다. 대신 경제 신문인 닛케이(Nikkei)에서 매달 발행하는 잡지인 닛케이 트렌디 (Nikkei Trendy)에서 다음 해의 히트상품 및 서비스를 예측한다.
필자도 트렌드를 소개하며 트렌드에 뒤지지 않기 위해 일본의 ‘2020 트렌드 예측’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한국의 트렌드 관련 서적들은 거시적 관점에서 사회문화적 흐름과 소비 트렌드를 읽는 반면 닛케이 트렌디는 미시적 관점에서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는 차이점을 이해하고 시작해보자.
체험 강조한 新서비스 등장
우선 14위는 저산소 트레이닝이 가능한 피트니스 센터이다. 저산소 트레이닝은 말 그대로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 운동하는 것으로 원래는 운동선수들이 지구력과 심폐기능 향상을 위해 사용하던 방법이다.
저산소 트레이닝은 일반적으로 고지대에서 행해지므로 산소가 적어짐과 동시에 기압도 낮아져 두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최근 평지의 기압을 유지하면서 산소의 양만 줄인 특별 시설인 저산소 피트니스 센터가 등장하면서 저산소 트레이닝이 일반인에게 확산되고 있다.
저산소 트레이닝은 일반적인 운동에 비해 4배까지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30분 운동에 최소 1~2시간 정도의 운동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식스(asics)를 포함해 저산소 피트니스 센터에 참가하는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3위는 ‘인간 능력 확장 기어 (Gear)’이다. 대표적인 제품이 ‘작업 보조 슈트’ ‘머슬 슈트 (Muscle Suit)’라고 불리는 제품으로 머슬 슈트를 가방을 메는 것처럼 착용하면 슈트가 힘을 보조해줌으로써 무거운 물건을 쉽게 들어 올릴 수 있게 된다.
몇 년 전부터 간병, 건설, 농업 등 일손 부족이 심각한 업계를 중심으로 사용이 확산되고 있으며 최고 25kg 정도의 무게 보조가 가능하다.
이 머슬슈트가 11월 신제품 ‘Every’를 출시했는데 이름 그대로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1백만 원대로 낮추고 무게도 줄여서 여성이나 고령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기존 제품을 주택에서 간병용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으나 한화 약 500만 원이라는 가격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는 사람이 많아 일반인도 구입 가능한 가격대의 슈트를 개발한 것이다. 가격대가 확 낮아진 것으로 인해 일반 가정, 중소기업 등 다양한 장소에 확산 될 것으로 예상한다.
7위는 소니가 개발한 레온 포켓 (Reon Pocket)이다. 스마트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이다.
전용 셔츠의 목덜미에 위치한 주머니에 디바이스를 넣어 착용한다. 디바이스의 온도는 스마트폰을 통해 5단계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 소니의 실험에 의하면 디바이스 착용 후 피부 표면 온도가 13도까지 내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여름에도 슈트을 입어야 하는 비즈니스 맨을 대상으로 개발했으나 의외로 스포츠 관람, 건설 현장 등 다양한 곳에서 사용하고 싶다는 고객들의 니즈가 높다.
3위는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세계 최초로 오픈 예정인 슈퍼 닌텐도 월드 (Super Nintendo World)이다. 닌텐도의 마리오 시리즈는 기네스가 인정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국경을 넘어 사랑받고 있다.
도쿄에서도 마리오 분장을 하고 마리오 카트를 타고 시내를 질주하는 외국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사상 최대 금액인 600억 엔을 넘게 투자해 마리오를 포함한 다양한 닌텐도의 캐릭터를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슈퍼 닌텐도 월드는 약 11조 7,000억 엔의 경제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닌텐도가 출시한 피트니스 게임인 ‘링 피트니스 어드벤처’(19위), 식물성 고기/대체 고기 (15위), 노이즈 캔슬링 와이어리스 이어폰 (12위), 필자가 지난호의 칼럼에 소개한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의 전망대인 ‘시부야 스카이 (Shibuya Sky)’가 5위에 랭크됐다.
소유가 아닌 체험의 가치 ‘고토소비’
그럼 필자는 이 리스트들을 통해 무엇을 보았을까. 일본에는 상품을 소유함으로써 만족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나 체험에 가치를 두는 소비 경향을 일컫는 ‘고토소비’라는 말이 있다.
2020 히트 예측 리스트를 보면서 고토소비가 대세가 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상위 20위 중 상품은 7개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경험, 오락, 시설, 이벤트와 같은 ‘일련의 체험’이다.
다음으로 물건은 기능성이 극대화된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전문가들이나 사용할법한 제품들이 기술의 발달과 함께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면서 일반인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저산소 피트니스 센터와 머슬 슈트가 좋은 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대망의 1위를 발표할 시간이다. 닛케이 트렌디가 예측한 2020 히트 상품 예측 1위는 ‘2020 도쿄 올림픽’이다.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을 앞두고 현재 일본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1위는 정확히 말하면 ‘도쿄 올림픽’이 아니라 ‘퍼블릭 뷰잉 (Public viewing) 올림픽’, 즉 경기장이 아닌 곳에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응원하는 것을 말한다.
9월 일본에서 개최됐던 럭비 월드컵도 전국에 공식적으로 설치한 중계 장소에서 100만 명 이상이 모여서 럭비를 관람했다. 일본 정부는 사람들이 모여서 응원하고 올림픽을 즐길 수 있도록 더 많은 수의 중계 장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5G 기술 및 NTT가 개발한 입체영상 기술은 마치 경기를 눈앞에서 보는 것 같은 중계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 2시간 이내로 올 수 있는 도쿄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경기장이 아니더라도 도쿄 이곳저곳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내년 여름 도쿄에서 올림픽을 응원하는 열기를 함께 느껴보면 어떨까. 날씨가 더우니 소니의 레온 포켓을 지참하자.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