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 백의 세대교체 똑똑한 컨템포러리 백이 뜬다

Special

< Jacquemus 미니백 / 출처 : CHRISTIAN VIERIG, GETTY IMAGES >

< Jacquemus 미니백 / 출처 : CHRISTIAN VIERIG, GETTY IMAGES >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잇백의 열풍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 당시엔 모두가 약속이나 한 듯 프라다 나일론 백팩을 메고 다녔다.

그러다 루이비통 스피디백과 펜디 바게트백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잇백의 트렌드를 따라 무리지어 옮겨 다녔다. 그 시절에는 모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압도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그 이후 발렌시아가의 모터백, 지방시의 판도라, 안티고나, 셀린의 박스백 등으로 잇백의 명맥이 유지되었지만, 최근에는 이렇다 할 잇백을 찾기가 어렵다. 물론 매 시즌 ‘넥스트 잇백’이라는 타이틀로 무수히 많은 스타일이 언급되지만, 그 시절의 영광을 되돌릴만한 원픽을 꼽기에는 무리가 있다.

과거의 영광 재현을 위한 시도

최근 디올과 펜디는 과거의 영광을 되살려 보고자 각각 새들백과 바게트백을 다시 선보였다. 오리지널 디자인에서 약간의 터치를 더해 좀 더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스타일이 쏟아져 나왔다.

이와 동시에 인스타그램을 비롯 각종 SNS와 매체를 통해 셀레브리티와 인플루언서들을 통한 홍보가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섹스 앤 더 시티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펜디의 광고 영상에서는 캐리 브래드쇼가 출연해 전설적인 명대사 “이건 가방이 아니에요, 이건 바게트라구요(This is not a bag, it’s aaguette)!”를 외친다.

단순히 제품이 아닌, 감정적인 연대와 스토리가 있는 오브제로, 시대적인 현상으로 기억된 바게트가 그 시절의 향수와 함께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뉴 새들과 뉴 바게트,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아직 데이터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 성공과 실패에 대해 논하기는 이르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만은 못하다는 것이다. 이슈가 되었고, 판매도 늘었다고는 하지만, 오리지널에 비하면 그 명성을 되살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비자의 행동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시절엔 모두가 똑같은 머스트 해브 백을 들고 다니길 원했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알지는 못하지만 센스있고 취향이 있는 사람들은 알아볼 수 있는’ 그런 백들을 원한다.

소비자가 어디에 돈을 쓰는지에 대한 우선순위도 점점 제품에서 여행이나 경험으로 바뀌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잇백이 있던 자리를 스니커즈가 차지하고 있으니 더욱 어려운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lt; 사진 : Staud 창립자 Sarah Staudinger / 출처 : Fobes.com &gt;

< 사진 : Staud 창립자 Sarah Staudinger / 출처 : Fobes.com >

스타우드, 반들러, 쟈크뮈스 승승장구

마켓 리서치 & 컨슈머 트렌드 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NPD에 따르면, 특히 이러한 현상은 세계 최대 럭셔리 마켓인 미국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한다.

2019년 7월까지 전체 핸드백 판매가 전년대비 7%나 감소했으며, 이전에는 다른 가격대의 핸드백 존에서 수익이 떨어지거나 판매가 부진해도,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되었던 명품 핸드백 판매도 이제는 감소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나 다른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은 좀 다르겠지만 작년 기준, 명품 브랜드에 의해 소개된 핸드백의 총 수도 영국에서 24%, 미국에서는 33% 감소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방 브랜드가 있으니 스타우드(Staud) / 반들러(Wandler) / 쟈크뮈스(Jacquemus)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그렇다면 그 이유와 그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잇백 수명 단축의 원인은 인스타그램

소셜 미디어는 고객을 트렌드에 너무 빨리 노출시켜 대부분의 새로운 스타일이 판매 모멘텀을 얻기 전에 흥분이 사라진다. 펜디가 1997년 바게트백을 출시했을 당시, 이 제품의 인기는 수 년 동안 지속되었고, 뉴욕 백화점에 매 시즌 상품이 출고되자마자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적어도 몇 년은 바게트를 들고 다녀도 트렌디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한 투자도 가치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뉴 컬렉션과 동시에 인플루언서들이 백을 들고 인스타그램을 도배하기 시작하면 불과 몇 일만에 또 다른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퍼져나가고 수많은 이미지에 노출된 소비자는 그만큼 빨리 싫증을 느끼게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폭발적인 SNS의 영향력이 오히려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한 시즌도 채 가지 못하는 트렌드를 위해 명품 브랜드 가방에 수백만 원을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짧아진 구매 주기에도 부담없는 합리적인 가격

Staud, Wandler, Jacquemus와 같이 현재 주목받고 있는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은 합리적인 가격대로 좀 더 자주 부담 없이 살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국 브라운즈의 논 어패럴 바잉 매니저 하딩(Harding)은 “이들은 시즌마다 스타일을 업데이트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명품 브랜드에 비해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비싸지 않은 가격에 트렌디 하면서도 퀄리티가 괜찮은 가방, 그래서 부담 없이 다른 스타일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가방, 누가 봐도 다 알 수 있지는 않을 만큼 유니크 하면서도 너무 화려해서 한번 들면 다시 들 수 없는 가방은 아닐 것.

SNS시대를 사는 소비자들의 이런 현실적인 욕구를 스타우드, 반들러, 쟈크뮈스 같은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정확히 파고들었다. 이들의 가방은 전통적인 잇백들에 비해 저렴하고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lt; Wandler 가방과 신발 / 출처 : Lemillinda.com &gt;

< Wandler 가방과 신발 / 출처 : Lemillinda.com >

최근 가장 핫한 미니백 트렌드도 이러한 경향에 힘입어 더욱 확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핸드폰만 들고 다니는 요즘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변화도 있었겠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로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Z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구찌의 로고 벨트가 명품 입문 아이템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린 것과 같은 현상인 셈이다. 미니백 트렌드에 정점을 찍은 브랜드는 ‘쟈크뮈스’다. 마이크로 미니 벨트백과 크로스 바디백이 200~500 달러 사이의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다.

니치 마켓을 공략한 똑똑한 전략

미국에서는 특히 이렇다 할 중간 가격대의 컨템포러리 브랜드가 많이 없었다. 소비자로서의 선택지는 명품 아니면 토리버치, 코치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이거나 자라와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 정도이다. 여기에 혜성같이 등장하며 버킷백의 트렌드를 이끌었던 ‘만수르 가브리엘’이 컨템포러리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며 신발과 의류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해 왔다.

스타우드의 공동 창업자인 세라 스타우딩거는 “이러한 빈틈을 공략해 미니멀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가격대가 조금 있지만 여전히 접근하기 쉬운 브랜드로 포지셔닝해 브랜드를 런칭했다”고 말했다.

다른 아이템들에 비해 가방은 이러한 전략에 정확히 맞았고, 370달러 대의 모로 버킷백(Moreau ucket)과 300~400 달러 대의 문백(Moon Bag)이 매출을 견인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5배 증가한 2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스타우드는 현재 자사 웹사이트 뿐만 아니라 삭스피프스애비뉴, 네타 포르테, 매치스패션 닷컴을 통해 판매 되고 있다.

네덜란드 디자이너 엘자 반들러는 2017년 500~1,200 달러 사이의 가격대를 가진 핸드백 라인을 출시했으며 2년만인 2019년 현재 네타포르테에서 가장 잘 팔리는 컨템포러리 백 브랜드로 성장했다. 메인 가격대는 500~800 달러 수준이며 벨트백, 루나백(Luna), 호르텐시아백 (Hortensia)등 베스트 셀러들을 연이어 출시하면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최근 론칭한 신발 라인 ‘이사 스퀘어 토’ 역시 베스트 셀링 아이템으로 떠오르면서 더 많은 팬을 확보해 가고 있다. 반들러의 접근법은 “럭셔리 브랜드에 근접한 포시셔닝을 유지하면서 되도록 가격대는 합리적으로 가져가는 것, 그래서 고객으로 하여금 가방을 사는 일이 즐겁고 재미있는 일로 느껴지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출처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