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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팔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재를 만들어주니 책이 팔리더라.”
많은 기업과 브랜드의 벤치마크 사례가 된 츠타야(CCC)의 대표인 마스다 무네아키가 한 말이다. 너무나도 유명한 이 문장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가 되었고, 공간과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냈다.
사람들은 참 신기하다. 제품을 이야기할 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으면서, 제품이 아닌 다른 것을 이야기할 때 비로소 제품에 관심을 보이며 먼저 물어보기도 한다.
사람들은 제품보다도 특별한 스토리에 흥미를 느낀다. 그것이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이라면, 그 스토리가 담긴 제품을 구매한다. 즉, 제품은 브랜드의 가치가 투영된 스토리이자, 브랜드의 콘텐츠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의 일하는 방식을 이야기하다, 모베러웍스
‘놀면 뭐하니’의 김태호 PD와 MC 유재석은 매번 새로운 캐릭터로 다양한 일을 해 나간다. 프로그램 제목 그대로 ‘놀면 뭐하니, 아무 일이나 해보자’라는 식이다. 시작은 미미했지만, 어쩐지 판이 점점 커져 클래식 연주자부터 댄스 가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일을 하게 됐다.
마치 ‘놀면 뭐하니’의 유튜브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모베러웍스’ 역시 일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하며 탄생하게 된 브랜드이다.
시작은 ‘MoTV(모티비)’였다. 브랜드가 론칭되기는커녕, 어떤 브랜드가 될지 정해진 것 하나 없이 일단 영상을 찍어 올렸고,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계속해서 보여줬다.
그리고 마침내 탄생한 브랜드가 ‘MO BETTERWORKS(모베러웍스)’이다.
모베러웍스는 요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한다. 물론 이들은 의류나 제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진 않는다. 그저 그들의 콘텐츠를 담아내는 ‘모티비’를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내는지 끊임없이 공유한다.
이들이 브랜드를 만들어 가듯, 모베러웍스의 구독자들에게도 자신들의 브랜드를 만들라며 ‘누-브랜딩(NU-BRA NDING)’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브랜드를 론칭했다. 우아한 형제 출신으로 유명한 마케터와 디자이너인 ‘이승희&김규림’과 협업한 ‘두낫띵클럽’이라는 브랜드도 있다. 그리고 지금은 프리 워커를 위해 ‘스몰 워크 빅 머니’를 실현할 수 있는 ‘머니토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쯤 되면 여기는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물음표를 새기게 된다. 회사인지, 유튜브 크리에이터인지, 프로젝트 그룹인지 이들을 정확하게 정의 내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기존의 ‘비즈니스 전략’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곳이다. 모베러웍스와 모티비를 만들고 있는 ‘(주)모빌스그룹’은 그들 스스로를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라고 소개한다.
‘프리 워커’로서 더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며,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디자인’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프리 워커들을 위한 옷과 문구류와 리빙 아이템 등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모베러웍스의 방식이 맘에 드는 사람들, 퇴사 후 ‘프리 워커’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티비의 사람들이 입고 쓰는 물건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진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것들에 기꺼이 시간과 돈을 쓴다. 그것이 영상이든, 옷이든, 문구류이든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사고 싶은 것은 ‘모베러웍스’가 담아내고 있는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옷이 아닌 시대의 공감을 팔다, ODG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한 ‘콘텐츠 커머스’가 당연한 시대이다. 사람들은 그냥 옷을 사기도 하지만, 사실 물건 하나 살 때에 수많은 의사결정 단계를 거친다. 그 과정에는 지인 추천, 후기 등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하는데, 브랜드의 ‘콘텐츠’는 제품을 소개하고 구매로 이끌게 하는 역할을 한다.
ODG 역시 ‘콘텐츠 커머스’의 한 부류이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들과는 어쩐지 달라 보인다. ‘옷’에 대한 설명이 일절 없다. 디자인을 강조하는 것도 없다. 어디에도 ‘구매 가능 합니다’라는 흔한 소개 문구 역시 없다.
다만, 영상 속 인물들은 그들의 옷을 입고 특정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때로는 평범한 가족이, 때로는 아이들만, 때로는 연예인과 일반인들이 나와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자극적인 이야기도 없다. 그러나 평범하기에 더욱 공감이 되고 그래서 보는 이들은 영상에 더더욱 몰입하게 된다.
이 브랜드 영상에 서서히 흡수될 때, 내가 마치 영상 속 인물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질문을 곱씹으며 만약 나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영상 끝에는 이들이 입었던 옷이 나온다. 긴 여운과 함께 옷이 눈에 들어온다.
이 옷을 입고 이야기 했던 인물들과 15분가량 함께했던 사람들은 이제 이 옷이 평범한 상품이 아닌, 비범한 이야기 자체임을 알게 된다.
‘You were a kid once’라는 슬로건으로 어른과 아이의 옷을 함께 판매하는 ‘ODG’는 옷 자체보다도 유튜브 채널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역으로 ‘스트리트 브랜드’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들 브랜드는 영상을 통해 표현한 감정, 느낌, 리얼리즘, 분위기 등을 담아 유형의 상품으로 연결하며 아이들에게는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아이템을, 어른들에게는 하나의 위로가 될 수 있는 아이템을 판매한다(출처: ODG 공식 홈페이지).
성인 카테고리의 디자인을 그대로 키즈 라인으로 옮겨와 진행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ODG는 처음부터 성인과 키즈 라인을 동시에 론칭하였고, 이는 유튜브 콘텐츠와도 흐름을 같이 한다. 어쩌면, 콘텐츠의 방식을 아이템으로 가져온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각자의 세계가 아닌, 서로의 세계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영상에서 사람들은 공감하고, ODG의 브랜드에 연대의식을 느낀다. 개인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로부터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ODG는 그래서 더욱 특별한 ‘콘텐츠 브랜드’가 되었다.
소비자가 갖고 싶은 것은 ‘스토리’
브랜딩은 길고 지루한 작업이다. 바로 반응이 오지도 않고, 소비자가 감응할 때까지 핵심 가치를 다양한 채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해서 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공수를 들인 관계는 쉽게 떠나지 않는다. 이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경험하게 할 것인지, 우리는 치밀하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들려주고, 느끼게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모두가 상품을 잘 만드는 시대이다. 그렇기에 상품 자체만으로 차별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모든 마케팅과 브랜딩의 핵심은 ‘잘 만든 상품’이다. 하지만 이를 더 잘 팔리게 하고, 소비자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상품에 담긴 스토리이다. 상품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따라 하기 쉽다. 하지만 가치가 담긴 스토리는 우리만이 만들 수 있고,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브랜드의 강력한 자산이 된다.
유형의 상품 스펙은 소비자가 비교하기 쉽다. 하지만 무형의 스토리는 소비자가 비교할 수 없다. 이 시대에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상품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 시대의 소비자 역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니깐.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