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아닌 브랜드를 디자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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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브랜드를 사는 시대다. 디자이너 생활을 한참 한 뒤에야 깨닫게 된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제품 디자인이 전부가 아니다’는 것.

누구나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지만, 막연히 제품 디자인만 생각하기 마련이다. 품질의 차이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같은 제품이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벽이 있다. 즉 갈수록 브랜드 디자인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신규 브랜드를 제대로 기획하는 방법을 잘 모르던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방식으로 많은 브랜드들이 탄생하고 또 사라져 가고 있다. 

‘브랜드 디자인’은 어떤 콘셉트로 소비자와 소통할지에 대한 브랜드 전략의 결과물이기도 하기에, 어떤 수준으로 구성되느냐에 따라서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살아나기도 하고 별 볼일 없는 브랜드로 보이기도 한다.

브랜드 로고, 심볼, 철학 등은 모두 브랜드 디자인에 포함되는 요소다. 모두 알고는 있지만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을 몇 가지 얘기해보려고 한다.

 

시각적 상징

브랜드를 어떻게 ‘인식’ 시킬 지가 중요한 요즘, ‘시각적 상징’은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포장’을 의미한다.

특히 아시아 기업에서는 시각적 상징이 갖는 중요성에 비해 그 의미를 잘 모르고 어려워하기에 다소 소홀히 다뤄지는 게 아쉽다. 심지어 상표의 인지도와 기술적 노하우, 그리고 아이덴티티도 없는 로고와 이름뿐인 빈껍데기 해외브랜드를 라이선스 하는 경우도 많다. 

그 높은 로열티를 지불하면서까지 단순히 로고가 필요했던 것인지, 해외브랜드란 타이틀이 갖고 싶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네이밍, 로고, 심볼 등 제품에 표현되는 시각적 특성의 중요성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기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아무리 라이선스 브랜드라도 아이덴티티가 약할 수 있다. 경쟁을 위해선 광고이미지, 컬러 등 다른 비주얼 요소가 더 요구된다. 이렇게 브랜드는 사업을 하는 내내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임에는 틀림없다.

이런 요소들은 제품이나 브랜드의 아이디어가 탄탄하다면 기업은 젊고 감각있는 디자인 전문가들과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B.I 디자인이 돋보이는지, 한눈에 들어오는지, 브랜드 광고나 이미지도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를 두고 경쟁브랜드들과 많이 비교해야 한다. 

여기에 디자인적 의사결정이라면, 사내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단순히 투표로 결정해서(실제로 이런 경우가 많다) 평범한 결과를 낳거나, 직급이 높은 사람의 느낌에만 의존한다면 좋은 의사결정이 되지 못한다.

<모토롤라 핸드폰>

<모토롤라 핸드폰>

스토리

‘스토리’는 꼭 거창하고 사회적인 이슈와 관계될 필요는 없다. 당장의 브랜드 철학이 없더라도 제품 철학이 일관성만 갖는다면 그것이 바로 브랜드 철학이 될 수 있다.

요즘은 브랜드 스토리가 탄탄한 신규 브랜드들이 계속 출시되고 있다. 기업들이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제품 콘셉트가 분명하고 꼭 필요한 아이템만 전문적으로 개발한다. 

그런 브랜드들은 기성 브랜드들보다 훨씬 쉽게 이해되고, 디자인마저 매력적이다. 물론 예산이 적어 초기 사업 확장성에 애로가 많겠지만, 아이디어만 좋다면 마케팅 방법은 많이 다양해졌다. 브랜드 특성을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면 그 미래가치는 점점 커질 수 있다.

 

규모의 최소화

브랜드가 갖는 콘셉트를 뚜렷하게 전달하려면 군더더기가 많아서는 안 된다. 매 시즌마다 여러 스타일을 진행하는 국내 의류기업에서는 욕심을 버리지 못해 선택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이것이 한국이 아웃도어 브랜드의 세계 3위시장이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개성 있는 전문기업이 없었던 이유다.

최근에는 작지만 꾸준하게 성장하는 실력 있는 브랜드가 하나둘 생겨나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전문성을 갖추고 꾸준히 연구개발하며 글로벌하게 세일즈를 하는 브랜드도 있다.

일례로 모토롤라의 TAC5000, 애플의 아이폰은 바로 단 한 모델로 삼성애니콜, 스카이 등 수십대의 한국폰과 매시즌 상대했다. 그래도 그 스타일 디자인과 매출은 우월했고 모두가 환호했다. 뿐만 아니라, 개발의 효율성도 월등해서 이익율을 비교하면 훨씬 높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삼성도 갤럭시폰 단일브랜드로 개발 및 마켓팅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방향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숫자와 규모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된다.

브랜드는 제품이 갖는 존재 이유를 만드는 일이다. 차별성을 만들어 가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고 많은 시간도 필요하다. 실제로 비즈니스에는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것 역시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기성 브랜드들도 앞으로는 브랜드 정체성 및 전문성을 세련되게 갖춰가며 소비자들을 리드하는 참신한 브랜드가 되길 기대해 본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