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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패션 브랜드가 테크놀로지 분야, 스타트업 기업 등에 투자를 했다는 소식을 자주 들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물론 그런 것이 필요하지만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패션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분야다. 물류와 판매 방식 등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디자인하고 옷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본적인 부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사실 패션이 현실 타파와 기존에 없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지만 고급 패션 업계란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사회 비판적인 패션을 내놓는다고 해도 가격대를 생각해 보면 그런 개혁적 성향은 일종의 장식으로 소비될 수밖에 없다.
즉, 펑크나 안티 패션 같은 분야도 하이패션 안에 들어오고 나면 자신의 오픈 마인드를 과시하는 수단이 될 뿐 사실 펑크가 만들어진 자리에 있기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부를 소유한 기득권
특히 고급 패션일수록 보통은 부를 상대하고, 그런 부를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지금의 현실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변화는 기존의 주 고객을 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 또한 사회의 커다란 변화는 패션 브랜드의 흥망성쇄도 함께 만들어 낸다.
또한 패션은 전통적인 수공업 등을 바탕으로 한다. 고급 패션일수록 손이 많이 가는 제품이 많고 그런 제품들은 예전의 방식을 보존하고 고수한다. 에르메스나 샤넬 같은 브랜드에서 옷이나 가방을 만드는 장인들은 여전히 중요한데 그게 큰 가치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기계나 신기술의 도입에 아무래도 관심이 덜하다. 이렇게 보면 제작에 있어서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세상은 변화한다. 중국 등 확대된 구매국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고 젊은 구매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도 고급 옷을 구입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 기득권이긴 하겠지만 나라와 문화에 따라 그 양상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
달라진 소비 방식
그리고 스트리트 패션, 기능성 의류 쪽은 예전 장인의 기술을 그렇게 많이 요구하지 않는다. 청바지나 티셔츠를 만들면서 섬유 직조나 프린팅 등에서 수공의 영역을 군데군데 더 넣을 수도 있겠지만 고급 브랜드의 푸퍼 패딩이나 고어텍스 재킷 같은 것들은 딱히 전통의 장인 정신과 솜씨가 느껴져서 더 인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무튼 상당히 빠른 속도로 구매자의 교체와 함께 이 모든 일이 이뤄지는 터전의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젠더 중립성은 패션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을 바꿔놓고, 이에 따라 패션을 보는 방식이 달라진다. 소비하는 방법도 바뀌고 이에 맞춰 파는 방법도, 광고하는 방법도 바뀐다. 경쟁력 있는 라이벌이 너무나 많고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네임 밸류가 아무리 커봤자 시대에 뒤쳐지는 건 한순간이다.
여기에 더해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세상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에코를 고려하려는 소비자들의 의지에 비해 가격이 더 비싼 지속 가능한 제품 소비 사이에 불균형이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빈정거리며 지나갈 일이 아니다. 앞으로 제도와 의식의 전환 등에 의해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다.
쇼핑 플랫폼의 이동
게다가 이런 변화에 대한 대처 방안 중 많은 부분들이 그저 새로운 소비자나 환경 친화적인 측면을 고려해 보겠다는 태도나 마음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보수적인 태도가 기본이었던 패션 브랜드들은 상황의 변화를 조금 더 빠르게 따라가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 속도는 패션 바깥의 본격적인 테크놀로지 기반 기업들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전면적이다. 앞서 나가려는 브랜드들은 이런 부분에서도 빠르게 선두 자리를 점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판매가 있다. 패션은 전 세계에 걸쳐있고 많은 젊은 세대를 상대하는 매우 큰 사업 분야지만 이커머스와 SNS에 있어서는 다른 분야보다 꽤나 늦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동안 사람들의 쇼핑 플랫폼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을 했고 디지털 경험치가 엄청나게 증가한 상황인데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케어링그룹의 경우 디지털 네이티브 기업 수준으로 변화하겠다는 꽤 큰 청사진을 제시했다. 네타포르테와의 협력 관계였던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 2018년 협력을 중단했고, 2019년에 케어링 전 브랜드를 아우르는 플랫폼의 독자 개발을 천명했다. 또한 AI 기술을 이용한 전략 관리, 소비자 체험 증대 등도 계획했다.
테크 분야에 투자 확대
하이엔드 패션 제품을 주로 다루는 온라인 리테일 숍 모다 오페란디도 최근 온라인 플랫폼과 테크놀로지 분야에 1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조금은 앞서 나간다고 평가받는 업체들도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VMH의 경우 이노베이션 어워드라는 이름으로 매년 럭셔리 분야 전반에 걸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제시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선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또 다른 분야는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예를 들어 샤넬 코스메틱의 경우 작년에 지속 가능한 포장재를 내놓은 핀란드의 스타트업 술라팩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자연 분해가 되고 마이크로플라스틱이 없는 포장재를 내놓고 있는 회사다. 또한 친환경적 실크를 만드는 보스턴의 스타트업 이볼브드 바이 네이쳐에 투자를 한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모피나 가죽에 이어 이러한 자연 섬유도 본격적으로 변화를 겪고 있고 이게 패션의 모습을 바꿔놓을 거다.
그리고 세컨 시장에 대한 투자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버버리의 경우 리얼리얼과의 협력을 발표했다. 사실 지금까지 하이패션 브랜들은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닌 중고 시장에 대한 관심이 많지는 않았는데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빈티지, 세컨 시장은 또 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테크 본격 도입 시작
이 경우 문제가 되는 부분 중 하나가 진품 여부인데 LVMH나 케어링 같은 회사 모두 중고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진행해 가고 있다. 파타고니아가 구제품 판매를 권장하면서 이베이 링크 같은 것을 올리다가 이제는 직접 구제품 판매 사이트를 운영하는 곳에서 볼 수 있듯 이쪽 방면은 추후 어떤 식으로 변해갈 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8년, 2019년이 도입과 시행착오의 시기였다고 하면 올해는 아마도 도입의 결과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 생각된다. 과연 AI나 지속 가능성을 염두한 신기술이 패션의 모습과 사람들의 취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만한 지점이 될 것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