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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가 올해 하반기 첫번째 전시로 ‘Fred Sandback’의 국내 첫 개인전을 개최했다. 전후 미국 현대미술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미니멀리즘 작가 프레드 샌드백은 국내에서 몇 차례 전시가 열린 바 있지만, 데뷔시절부터 말년의 대형 작품까지를 한 자리에서 조망하는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갤러리 현대는 유족과 함께 이번 전시를 준비하였는데, 그들은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의 전통 색들인 오방색(청, 적, 황, 백, 흑색)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선보인다. 주제에 맞게 이번 전시에서는 오직 오방색을 사용한 작품들로만 구성되어있다고 한다.
프래드 샌드백은 실을 가지고 공간을 분할하고 조각하는 조각가로, 덩어리가 있는 불투명한 조각들이 아닌 내부가 없는 조각을 원했던 작가의 고심끝에 실이 선택되었다. 초기 작업에서는 실 조각이 아닌 철사, 고무줄, 밧줄 등으로 제작을 하였으나 이후 점차 아크릴 실을 사용하여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무한대로 확장시킨 추상적 조각을 시도하였다.
이 ‘실 조각’들은 보는 이들의 움직임과 방향, 공간의 구조에 따라 시시각각 모형을 바꾸는 가변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준다. 이를통하여 작가가 말한 “단순히 하나의 면을 이룰 뿐 아니라 자신의 경계선 밖의 모든 것을 규정한다”고 말한 ‘실’의 의미를 경험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프래드 샌드백의 1996년경 작품 ‘Untitled (Broken Line Polygon)을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을 그의 뉴욕 작업실에 오랫동안 걸려 있던 다각형의 작품으로 최초로 외부에 공개되고 있다. 흰색 실에 검은색과 노란색 아크릴 물감을 교차하여 칠한 후 5개의 꼭짓저을 찍어 벽에 설치한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직접 채색을 한 특별한 작품이라고 한다.
전시는 실 조각 19점을 비롯해 드로잉과 판화 등 모두 29점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다. 대형작품은 물론 에스파스 루이비통(파리), 무담 룩셈부르크(룩셈부르크 시티), 유맥스미술관(맥시코 시티), 베니스비엔날레(베네치아) 등 유명 미술관 출품작도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 현대는 한옥 레스토랑인 두가헌과 이웃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는 두가헌의 앞마당에서도 볼 수 있다. 처마와 툇마루, 댓돌 사이사이를 길게 오간 실가닥들은 묘하게 한옥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또 하나의 특별한 볼거리를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