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구분이 사라진다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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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광장시장 내 구제 빈티지 시장이나 동묘 시장에 나가보면 ‘20~30대 젊은 멋쟁이들이 죄다 여기 몰려오고 있나?’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남녀가 손을 잡고 서로의 옷을 골라주는 풍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데이트 코스로도 뜨고 있는 듯하다.

멋진 옷도 득템하고 맛있는 거리 음식도 넘쳐난다. 여기서는 남자와 여자 옷의 구분이 없다. 그냥 몸에 맞고 내 스타일이면 구입한다. 최근 판매되는 많은 옷들의 사이즈를 보면 변화가 감지된다.

여자는 44, 55, 66, 77 남자는 90, 95,100, 105 이런 방식으로 매겨지던 방식이 점차 사라지고 SS, S, M, L, XL, XXL 순으로 변하고 있다. 남녀 구분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외국도 마찬가지. 숫자로 정확하게 드러나는 것은 사이즈 뿐 만이 아니다. 스타일 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감지된다. 최근 70, 80년대 레트로가 인기를 끌면서 80년대 핫 패션 키워드였던 유니섹스가 대세로 떠올랐다.

남자든 여자든 어깨에 큼직한 패드를 장착한 헐렁한 박시 재킷과 디스코 팬츠라고 불리는 헐렁한 투턱 주름바지를 입던 시대. 그것은 패션의 혁명이었다. 성의 경계를 늘 분명히 해 왔던 패션에 대한 도전이었고 젠더 아이덴티티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80년대는 또한 드랙퀸 스타일이 대중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대표적 인물이 컬쳐 클럽의 보이 조지이다. 여자보다 더 간드러지는 목소리와 화려한 의상, 완벽한 메이크업으로 남녀모두에게 환호를 받았다.

반대로 유리스믹스의 애니 레녹스는 시크한 얼굴에 숏 컷 헤어, 블랙 수트에 타이차림으로 새로운 시대의 유니섹스 모드를 이끌었다. 그들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은 그들의 음악과 스타일에 열광했다.

루이비통이 슈프림과 협업하고 버질 아블로가 루이비통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패션계는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았나? 이는 루이비통 여성복 이야기가 아니다.

늘 패션의 메인 라인에서는 한 발 비켜 있던 남성복 이야기라는 것. 패션계에서 남성복 라인에 이런 관심이 집중되었던 건 에디 슬리만이 디올 옴므로 갔던 17년 전 이후 처음이다.

이유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남자들도 자신의 패션과 스타일링에 그만큼 공을 들인다는 것, 즉 소비를 많이 하게 되었다는 의미이고 또 하나는 남성 라인의 구매자 역시 여성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아들이나 남편, 남친의 선물로든 아니면 본인이 쓰려고 하든 말이다.

어쨌든 루이비통은 남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이는 매출이 증명하고 있다. 현재 런던 컬렉션에서 가장 패션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디자이너가 있다. 세인트 마틴 출신의 찰스 제프리.

그가 선보인 브랜드 ‘찰스 제프리 러버보이’는 남녀 패션의 경계를 허무는 요란한 메이크업과 화려한 레드와 블루의 파티를 보여준다. 파티를 좋아하는 그의 열정 넘치는 에너지는 펑크와 퀴어가 엉킨 다양한 세계관으로 승화되어 런웨이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런 독특함으로 그는 2018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유행은 돌고 돌며 사라졌다 등장했다 반복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거대한 물결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이제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은 거스를 수 없는 패션의 흔들림 없는 트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