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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이 왜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여기다 이걸 왜 만든 거지?”
동춘175 얘기다. 국내 장수 남성 캐주얼 브랜드 ‘인디안’으로 유명한 세정이 용인시 기흥 동백지구 멱조산 자락에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면서 업계가 던진 궁금증이다.
어패럴 제조·유통으로 사업을 일군 기업 이미지 탓인지 세정의 사업영역과는 맞지 않아 보인다는 시각이 지난 1년간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동춘175는 어패럴 제조·유통 사업 법인에서 박이라 사장이 지난 2016년 부사장으로 승진 후 직접 주도한 사업이다. 동춘175가 들어선 부지는 지난해 7월 세정이 1974년 동춘섬유공업사로 창업 당시 1호 물류창고 자리다.
세정의 1호 물류센터로 시작해 2009년부터는 팩토리아웃렛이 운영됐던 곳이다. 부지면적 12만830㎡, 전체면적 9,240㎡ 규모로 건물은 ‘ㄱ’자 형태로 ‘높은 동’ 4층과 ‘낮은 동’ 2층으로 구분됐다. 공간을 새롭게 연출했지만 고스란히 창고 동을 살려 조성됐다.
복합문화공간 이름도 과거 1968년 부산에서 시작한 의류상점인 세정 옛 상호 ‘동춘상회’에서 따왔다. ‘동춘상회’라는 이름으로 이 곳 동춘175에 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도 들여놨다. 브랜드 수만 150여개가 넘는다.
이미 스토어 기능을 갖춘 라이프스타일 유통 브랜드로 확장 가능성까지 보이며 동춘175내에서 충분한 마켓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입점 상품과 브랜드는 동춘175와 동춘상회 사업을 맡고 있는 미래유통사업부 직원들이 직접 접하며 먹고, 사용해본 소위 자체 검증을 마친 품목만 구성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상품 검증은 주로 아이를 가진 여직원들이 맡았다. 까다로운 지역 주부 소비자를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잘 될까 의문을 가졌던 업계 우려와 달리 동춘 175는 개장 1여 년 만에 용인 지역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달 사흘간에 걸쳐 진행된 축제 ‘동춘상상’ 기간에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만 명 이상 방문했는데 축제가 끝난 지금도 방문자수는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게 세정측의 설명이다.
김효민 세정 동춘175 홍보 팀장은 “평일 낮에는 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방문해 시간을 보내고 주말에는 가족 단위로 찾는다. 무엇보다 용인지역 내 동춘175와 같은 공간이 없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이라 사장이 구상한 新사업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셋째 딸인 박이라 세정 사장은 지난 2005년 세정에 입사, 비서실, 브랜드전략실장, 관계사 대표이사 등을 거쳐 웰메이드사업본부, 마케팅홍보실, 구매생산조직 담당임원을 맡아오면서 사업영역 전반을 경험했다.
이 달부터는 ‘웰메이드’와 ‘올리비안로렌’까지도 직접 책임진다. 그러면서 박 사장은 어패럴 제조·유통에서 보다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시도 중이다.
박순호 회장이 어패럴 제조와 유통에 집중했다면 박 사장은 최근 사람을 공간으로 끌어낼 수 있는 일생활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소비재 즉 라이프스타일 상품 영역으로 확대다.
세정에 따르면 동춘175는 박이라 사장이 처음부터 유휴공간이나 다름없는 1호 물류 창고자리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의견에서 나왔다.
한초희 세정 미래유통사업부 ‘동춘상회’ 팀장은 “용인 물류 창고를 활용하자는 의견에 앞서 2년 전부터 사장님과 직원들이 매일 회의를 하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발굴하자고 머리를 맞댔다. 그러면서 의류외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을 들여놔 보기로 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세정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마켓과 테스트 장소가 필요했다. 이때 용인 물류창고자리를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고 지금의 동춘175가 개장을 맞게 된 셈이라는 것이다.
세정 내부에서는 유휴공간이나 다름없다고 판단했던 용인 물류창고 자리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
쉽게는 매각부터 개발까지 여러 안을 놓고 고민할 당시 박이라 사장은 일본식 지역 분합문화공간을 벤치마킹해 용인지역에 적합한 상공간으로 활용 계획을 세운 것이다.
용인 지역 ‘맘(mom)편한 놀이터’
한 팀장은 “처음부터 짜임새 있게 세워가는 기성 방식의 사업 계획과는 조금 다르게 시작됐다. 테스트 장소가 결정 나면서 그 동안 쌓아온 데이터 가운데 먹을 것, 쉴 곳, 다양한 키워드를 적용을 앞두고 용인 지역 조사부터 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일본은 각 지역마다 특색을 고려한 다양한 상업 공간과 명소가 자리하고 있는데다 라이프스타일 전문점 등으로 지역민을 넘어 해외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은 곳이 많다.
반도체 수출보다 관광 수입이 늘었다고 언론에 보도 될 만큼 최근 일본 각 지역 마다 명소가 많다. 세정도 용인 지역의 물류 창고를 활용한 복합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세우고 이 지역 거주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꼼꼼히 분석한 것이다.
타깃은 30~40세 여성(주부)을 택한 것도 세정이 자체 조사한 결과, 용인 동백 지구가 전국적으로 외벌이 가구 비중이 높다는 통계 자료에 근거했다.
이 과정에서 세정은 동춘175를 용인지역의 주부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철저히 기획된 공간으로 설계했다. 내용면에서도 그렇다.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깝지만 이동이 용이 하지 않은 주부들의 라이스타일을 고려해 이 지역에 없던 F&B 콘텐츠와 좋아할 만한 것과 쉴 수 있는 공간을 갖추는데 집중했다.
때문에 매월 진행되는 기획전을 마련해 국내 주요 산지 음식과 특산품, 공예품 등 로컬 상품을 동춘상회에서 선보이며 주부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콘셉트인 ‘쉼이 있는 공간’에 맞춰 공기정화에 뛰어난 식물로 실내 수직정원 ‘나아바’를 꾸며 놓기도 했다. 외벌이 중산층 세대가 선호하는 친환경 식자재와 용품, 유아동 제품 등도 채워 넣었다. 앞으로 새 콘텐츠 도입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한초희 팀장은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의 반응과 지역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계속적으로 추적해 맞춰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 사업 데이터 창고 ‘동춘175’
동시에 세정은 미래 신사업은 동춘175, 동춘상회에서 쌓인 소비자 구매 행동 데이터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 동춘175와 동춘상회 모두 다른 테스트 장소로 추가 점포를 내야 한다.
세정에 따르면 현재 구체적인 시점과 지역을 선정하지 않았으나. 적당한 시기가 되면 2호, 3호점 개장이 열어두고 있다. 용인점과 달리 다른 지역에 출점할 때 역시 지역 트래픽 요건과 거주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알맞은 콘텐츠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춘상회’는 이미 2호점 사업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로 진입한 상태다. 한초희 ‘동춘상회’ 팀장은 “사업 성공 여부가 확장에 근거한다면 과거의 5년차, 10년차 장기 계획에 따라 모듈화 할수 있겠지만 내부에서는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로 기반을 갖추는게 우선이라고 내다보고 있다”며“지금은 더 많은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를 테스트하는 것이 맞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