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 전쟁, 식(食)에서 해답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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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MUJI), 로프트(LOFT), 시부야 109, 츠타야(TSUTAYA), 아코메야(AKOMEYA).

모두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브랜드 혹은 리테일로 도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한 번씩 들르는 곳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라는 점 외에 이 곳들은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이는 최근 일본 유통에서 보이는 트렌드와 연관이 있다. 바로 ‘식(食)’영역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해라

지난 4월에 오픈한 무인양품의 플래그십 긴자점 1층은 슈퍼마켓과 거의 흡사하다.

일본 각지에서 공수해온 야채와 매일 메뉴를 달리하여 만드는 도시락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베이커리에서는 무인양품이 직접 구운 빵을 맛볼 수 있다. 지하에 위치한 레스토랑 무지 다이너(MUJI Diner)에서는 엄선한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할 수 있다.

긴자 무인양품의 맞은편에 위치한 문구 및 생활 잡화를 파는 로프트 긴자점도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식(食) 영역에 힘을 줬다.

로프트의 1층 새롭게 자리 잡은 로프트 푸드 랩 (Loft Food Lab)에서는 커피,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를 즐길 수 있고 옆에서는 쌀, 스낵, 요리에 사용하는 소스 등 식품을 중심으로 상품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

지난해 11월 삿포로 옆에 위치한 작은 도시인 에베츠에 오픈한 츠타야 서점 또한 ‘음식’ 존을 만들어 홋카이도 지역에서 유명한 레스토랑을 유치했다.

카구라자카에 새롭게 문을 연 아코메야도 매장을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공간에 일본차와 음료를 마시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또한 역사가 긴 찻집인 ‘시라타마 살롱 신자부’가 아코야마의 내부로 입점해 있어 소비자들은 전통 있는 일본음식과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식(食)문화

한때는 20대들의 성지였던 시부야109는 어떤가. 시부야 또한 최근 지하 2층에 식품 존인 ‘모구모구 스탠드’를 만들고,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다양한 디저트를 유치했다.

판매하고 있는 디저트들도 색감을 화려하게 만들거나 캐릭터를 사용하여 ‘인스타 그래머블’ 하도록 신경을 쓴 흔적도 엿보인다.

왜 생활용품, 문구, 의류, 책 등을 파는 브랜드 혹은 유통업체들이 식품을 팔거나 레스토랑을 유치하는 것일까?

요즘 오프라인 유통은 누가 더 물건을 많이 파느냐에서 누가 소비자의 시간을 더 점유하느냐의 전쟁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오프라인보다 더 저렴한데다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편리한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물건을 더 많이 팔까’가 아니라, 그 전 단계인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매장으로 불러들이고, 고객들의 더 많은 시간을 점유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고객들의 시간을 점유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식(食)에서 답 찾은 무인양품‧아코메야‧츠타야

고객들을 더 자주 방문하게 하거나, 더 오래 머물게 하거나이다.

즉, 방문빈도를 높이거나 방문시간을 늘리는 방법이다. 의식주 영역 중에서 위의 전략에 가장 적합한 영역은 단연코 식(食)의 영역이다. 우리는 하루에 세 번 음식을 먹고 살고 있다. 누군가를 만나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디저트를 먹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또한 요즘에는 어느 때보다 좋은 재료와 먹는 즐거움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대이다.

무인양품의 1층이 마치 슈퍼마켓과 흡사한 모양인 것은 ‘손님들이 더 자주 오기를’ 노리는 전략이다.

생활잡화와 의류만을 파는 무인양품은 소비자들이 자주 방문해야 일주일에 한 번일 것이다. 하지만 식품을 파는 무인양품은 매일 방문할 확률이 크다. 레스토랑인 MUJI Diner를 만든 것은 소비자들을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의도이다.

아코메야, 츠타야, 로프트의 최근 움직임은 모두 이런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자주 오게 하거나, 더 오래 머물게 하거나, 아니면 둘 다를 노리고 있다.

시부야 109는 일본의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인스타그램을 의식하여 디저트 존을 만들었다고 새로운 시도를 설명하는데, 인스타그램을 통해 화제성을 불러 일으켜 시부야 109에 ‘더 자주 오도록 하기 위함’에 더하여 ‘오래 머무르게 만들기’와도 연관이 있다.

이러한 식(食) 영역의 강화는 ‘유통을 판매장소가 아닌 공간으로 해석’하는 흐름과도 맞닿아있다.

무인양품과 로프트가 판매장소의 관점으로 매장을 해석하지 않고, ‘이 공간에 어떻게 하면 소비자를 더 자주 오게 하고, 방문한 소비자를 더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최근 일본 브랜드들은 이 해답을 식의 영역에서 찾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식 영역의 강화는 방문 고객의 연령층을 확대시키는 효과도 있다. 필자 또한 시부야 109를 5년 만에 방문했다. 물론 옷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였다. 식(食)으로 고객들을 붙잡는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되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출처 : 패션포스트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