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요즘 광고,
어디에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온라인 광고만 해도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포털사이트, 이메일 등 플랫폼과 형태가 다양해 마케터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누구나 다 하는 광고, 비슷한 방식으로는 소비자의 눈길 한번 받기도 어렵다. 하루에 Skip Ad(광고 건너뛰기) 버튼을 몇 번이나 누를까.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요즘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웬만한 건 다 걸러내 버린다.
그런데 이렇게 까다로운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는 광고가 있다. 바로 그래피티 아트 광고이다.
광고 인 듯 아닌 듯 은근슬쩍 눈길을 사로잡는 멋진 그림. 그 스케일에 놀라고, 사람이 직접 그리고 있는 모습에 다시 놀란다. 인증샷 소장각으로 사람들에 의해 자연스레 널리 널리 퍼뜨려지니 그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그래피티 아트 광고란 무엇인가?
그래피티 아트 광고는 시각 마케팅의 한 형태다. 그래피티를 통해 아티스트가 광고 메시지와 시각적으로 즐거운 디자인을 결합한 큰 예술 작품을 벽에 그리는 방식이다.
사실 그래피티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원시시대의 동굴벽화부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범위를 좁혀서 현재 그래피티로 규정되는 스타일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도시의 벽이나 거리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이나 문자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피티는 1970년대 전후로 뉴욕의 브롱스지역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자신의 이름이나 애칭 등을 일반적인 문자 형태로 남기는 형태인 태깅(tagging)이 주를 이뤘다.
호프집 화장실에 가면 꼭 있는 “00 다녀가다.”식의 낙서처럼, 자기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그때나 지금이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다가 문자 형태가 좀 더 장식적으로 변형되면서 버블, 올드스쿨, 뉴스쿨 등의 다양한 스타일이 나타나게 된다.
이 시점부터 그래피티가 본격적으로 글자에서 그림으로 확대됐다. 주제도 단순히 이름이나 숫자 등 개인적인 의미를 담은 것에서 사회에 대한 비판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했다.
더 나아가서 그래피티는 키스 해링과 장 미셸 바스키아와 같은 아티스트를 기점으로 현대미술 한 장르로 확고히 자리 잡게 된다.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바워리 월(Bowery Wall)은 키스해링이 처음으로 그래피티를 그린 이후로 뉴욕 스트리트 아트의 랜드마크가 돼 현재까지도 많은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캔버스가 되고 있다.
뉴욕의 소호, 로어이스트 사이드, 브룩클린, 엘에이 다운타운, 마이애미 윈우드, 런던의 쇼디치 등 그래피티 아트 작품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이들 지역은 일부러 이 그래피티 아트 작품을 보려고 몰려드는 관광객과 방문객으로 북적인다.
브룩클린의 그래피티 아트 명소인 부시윅콜렉티브(The Bushwick Collecti ve)를 중심으로 뉴욕의 그래피티 아트를 둘러보는 상품을 판매하는 전문 투어 업체가 있을 정도이니 그 인기를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피티 아트, 메인스트림으로
이러한 그래피티의 인기에는 사실 인스타그램의 영향이 없지 않아 크게 작용했다.
컬러풀하고 에너제틱한 그래피티 월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기고 이것이 다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되면서 언더그라운드 문화였던 그래피티가 본격적으로 메인스트림으로 등장한다.
소위 말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 mable)한 또는 인스타워시(Insta-wor thy)한 백그라운드로 그래피티가 큰 인기를 끈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곳에 광고가 빠질 리 없지 않은가. 자연스럽게 그래피티는 광고계의 핫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현재 그래피티 아트 광고를 진행하는 전문 업체만도 수백여 개에 달한다.
이 중에서도 런던의 글로벌 스트리트 아트 에이전시(Global Street Art Agency)와 뉴욕의 콜로설 미디어(Colossal Media)가 가장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이미 오래전부터 아마존, 구글, 아디다스,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들과 그래피티 광고를 진행해 왔다.
그래피티 아트와 럭셔리 브랜드
그렇다면 럭셔리 업계와 그래피티 아트는 어떤 관계를 가져왔을까? 사실, 예전 기준에서 본다면 럭셔리 브랜드와 그래피티는 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부유층, 기득권의 상징이었고 그래피티는 소외계층, 저항문화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루이비통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마크 제이콥스는 이미 2001년부터 아티스트 스테판 스프라우스(Stephen Sprouse)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그래피티를 루이비통의 클래식한 디자인에 접목시켰고 이는 브랜드 이미지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면서 그래피티 라인의 품절대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가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덜트(Kidult)는 상업주의, 물질주의가 팽배한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루이비통, 마크제이콥스, 셀린느,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 매장 전면에 스프레이로 자신의 이름을 태깅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렇게 시대가 변하고, 럭셔리 브랜드도 변화했다.
럭셔리 브랜드 주 고객층은 밀레니얼과 Z세대로 한층 영해졌고 힙합, 스트리트 컬처가 익숙한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는 적극적으로 이를 수용하고 변화해왔다.
자연스럽게 힙합의 한 요소인 그래피티는 럭셔리 브랜드의 좋은 콜라보레이션 재료로서 디자인부터 마케팅까지 다방면에 접목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그래피티 아트 포맷을 광고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그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접근, 흡인력 갑
그래피티 아트가 광고로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래피티 아트 광고는 제작기간은 작품 사이즈나 난이도에 따라 대개 하루에서 일주일 정도 소요되며 전시 기간은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가 대부분이다.
건물 외벽에 사람이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100% 수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작업 과정 그 자체로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충분히 끌 수 있는 소재가 된다. 컴퓨터로 찍어낸 빌보드 광고에서는 느낄 수 없는 핸드 페인팅만이 줄 수 있는 경외감과 신선함이 그 이유이다.
직접 또는 소셜미디어 동영상을 통해 거대한 작품이 완성되어 가는 진행을 보면 단순히 광고가 아니라 그 안에 녹아있는 스토리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이를 가장 영리하게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 바로 콜로설 미디어다.
크리스찬 루부탱, 구찌, 샤넬, 지방시, 오스카 드 라 렌타 등 럭셔리 브랜드와도 여러 차례 작업을 진행한 그래피티 아트 광고 전문 업체로 스케치에서부터 물감을 컬러를 만드는 과정, 작가들이 직접 몇 미터 높이의 사다리차 위에서 만들어내는 섬세한 붓놀림까지 모든 과정을 타임랩스로 제작해 브랜드에 제공한다.
이는 콜로설 미디어의 소셜 미디어 계정과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공유되는데 한번 보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광고보다 아트로 인식, 심리적 거리감 감소
광고를 광고로 인식하는 순간 소비자가 느끼는 심리적인 부담감과 거리감은 확연히 증가한다.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과 동일하게 광고 또한 나에게 뭘 팔려고 저러나 싶은 느낌이 들면 일단 한발 물러서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래서 광고는 광고가 아닌 척 정보를 가장하기도 하고 재미와 감동을 강조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서든 그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피티 아트 광고의 장점은 이런 측면에서도 빛을 발한다.
사람들이 옥외 광고를 보면 대부분 ‘어, 광고네.’하고 지나치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그래피티 광고는 1차적으로 그림으로 인지를 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첫 단계에서 느껴지는 광고에 대한 거리감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물론 그래피티 광고도 기존광고에서 사이즈만 키운 채 그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면 그저 그런 여타 광고와 마찬가지로 별 효과를 못 거두겠지만, 비주얼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핸드 페인팅 작품 자체로서의 가치에 공을 들인다면 ‘우와, 저건 뭐지?’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게 된다. 일단 여기까지 오면 반 이상은 성공이다.
구찌의 아트월 시리즈는 이런 면에서 참 잘하고 있는 캠페인이 아닌가 한다. 구찌는 몇 시즌 전부터 아티스트 Marina Abramovic, Ignasi Monreal등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전 세계 주요 도시 외벽을 활용한 그래피티 아트 광고 #Guccci ArtWall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때로는 전시를 홍보를 위해, 때로는 컬렉션 홍보를 위해 활용되지만 정교하게 큐레이트된 광고 이미지는 그 자체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2018년 10월부터 12월까지 마우리치오 카텔란이 큐레이터로 나선 구찌의 전시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된 이 아트월은 유명한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의 오리지널 퍼포먼스 ‘아티스트는 존재한다(The Artist Is Present)’ 광고 캠페인의 재현한 것이다.
또 스페인 일러스트레이터 이그나시 몬레알(Ignasi Monreal)과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지난해 구찌의 광고 비주얼은 여러 고전화풍의 작품들에서 영감을 받아서 제작됐다.
이 중 밀라노의 구찌월을 장식한 작품은 얀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화’와 엘 보스코의 ‘쾌락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이그나시 몬레알이 구찌 스타일로 재해석해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중 일부이다.
물론 호불호가 없지는 않지만 이그나시 몬레알의 고전적이고 초현실적인 회화 스타일은 그래피티 아트 광고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광고 파급 효과 만점
무엇보다 현재 그래피티 아트 광고의 가장 큰 장점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광고 파급효과가 높다는 점이다. 아날로그로 그려지는 그래피티 광고는 디지털의 힘을 빌려 제2의 생명을 얻게 된다.
그래피티 아트 광고의 평균적인 전시 기간이 2주에 그치는 데 반해, 사람들에 의해 재생산되어 소셜 미디어로 전파된 광고는 그 지속기간이 훨씬 길다. 누군가의 여행 인증샷으로, 셀피의 백그라운드로 남게 된 그래피티 아트 광고는 오래도록 SNS 계정에 머물게 되며, 메모리와 스토리가 더해져 더 많은 팔로워들에게 전파된다.
라이터 브랜드인 지포( Zippo)와 스트리트 아티스트 Ben Eine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된 1만7500 제곱미터 사이즈 그래피티 아트는 모든 웹 플랫폼에서 115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67개의 테니스 코트 크기에 달하는 이 그래피티는 하늘에서만 그 전체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 그래피티 광고를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제작 영상이 온라인으로 공개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었다.
글로벌 스트리트 아트 에이전시와 펜디의 또 다른 콜라보레이션은 유튜브에서 400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 그래피티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펜디 헤드쿼터 옥상에 그려졌으며, 6명의 인터내셔널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이 각자 다른 언어로 ‘미래’라는 단어를 그려 넣었다.
작품의 제목은 ‘Ring of the Future’다. 이는 작년에 출시된 디지털 플랫폼 ‘F is For’ 프로젝트의 일부분으로 진행됐다.
이러한 여러 장점을 볼 때 당분간 그래피티 아트 광고의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부터 뉴욕의 스트리트 아트를 기록해온 Unsanctioned: The Art on New York Streets의 저자 캐서린 로리머(Katherine Lorimer)는 그래피티 아트 광고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2010년 소호에서 랙앤본(Rag & Bone)이 처음 스토어 한쪽 벽을 스트리트 아트를 위한 캔버스로 내놓은 이래로 그래피티 아트를 향한 패션 브랜드의 러브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현재 콜로설 미디어 한 곳만 하더라도 소호, 로어 이스트 사이트, 놀리타 지역에 19개의 벽을 임대하고 있으며, 그중 많은 수가 샤넬, 구찌, 디올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광고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타깃 고객이 있고, 그에 수반하는 아트 무브먼트가 있고, 그것을 상업적으로 똑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매개체가 있으니 브랜드에 맞게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