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경영진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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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basic for new culture’콘셉트로 전개되는 브랜드 ‘KOE’가 새로운 개념의 ‘호텔 코에 도쿄’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Photo hypebeast>

<New basic for new culture’콘셉트로 전개되는 브랜드 ‘KOE’가 새로운 개념의 ‘호텔 코에 도쿄’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Photo hypebeast>


경영진이 하는 고뇌와는 다른 색감이다. 패션이라는 상품 특성이 가지는 속성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신속히 접근 가능하고, 반대로 소비자로부터 쉽게 외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잘 팔리는 상품이, 내일 안 팔릴 수 있다는 두려움과 지금 잘나가는 브랜드가 내년에도 호조를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염려가 그것이다. 중기적으로 보면 이 문제를 고민하지 않은 많은 패션 기업이 자취를 감췄다. 그래서 이러한 두려움과 염려를 극복하기 위해 패션 기업 경영자는 늘 변화를 추구한다.

올해 무인양품이 긴자에 호텔을 오픈해 화제가 되었다. 슈퍼마켓과 meal, cafe 로 지속적인 진화를 보이던 무인양품의 야심작이었다. 식품, 레스토랑은 패션과 속성이 매우 유사해서 패션 경영진이 탐내는 영역이다.

유사한 사례로 ‘KOE’라는 브랜드가 있다. 작년에 도쿄 시부야에 오픈한 ‘Hotel KOE’ 라는 시설이 일본과 국내 패션지에 화제가 되었다. 호텔 오픈이 패션지의 기사로 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시설을 개발, 운영하는 회사가 패션기업이기 때문이다.

KOE는 시부야의 상징이던 ‘파르코 Part3’ 재개발로 이루어진 시설이다. 1층은 레스토랑, 카페, 2, 3층은 패션, 상층부는 호텔의 복합 시설이다. 이 시설의 개발 운영 회사는 ‘스트라이프’이다. 스트라이프는 2016년에 변경된 사명이고, 그 이전에는 ‘크로스컴퍼니’ 였다. ‘Earth music & Ecology’ 가 동사의 대표적인 브랜드다. 동 브랜드는 일본형 SPA로 2, 30대는 물론 중년 층에도 가성비 있는 브랜드로 인기가 있다.

1999년 론칭한 동 브랜드는 초고속 성장을 통해 최근에는 매년 100~150점포를 개설해서 일본 국내 점포 수로는 유니클로를 압도하고 있다. Earth music & Ecology의 급성장 비결은 단순하다.

가성비 좋은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매해서 호평을 받고, 그 결과로 백화점 바이어에게 입점 의뢰를 받았다.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면서 디플레 불황으로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이탈하는 고급 어패럴 메이커의 호입지 매장에 대체재로 쉽게 안착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단기간에 강력한 백화점, 쇼핑몰 체인을 갖추면서 독보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

2013년에 매출 1조 원을 돌파하고 현재는 직원 5천 명에 10조 원을 목표로 하는 일본 굴지의 어패럴 기업이 되었다.

일본에서 10조 원을 넘는 어패럴 업체는 현재 유니클로밖에 없다. 그래서 종종 스트라이프를 유니클로와 비교하는 리포트도 등장한다. 왜냐하면 유니클로도 지방에서 시작했고, 버블 붕괴 후의 백화점과 쇼핑몰에 내셔널브랜드의 대체재로 급속히 성장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프의 이 시가 와 대표는 40대 후반부터 유니클로의 야나이 대표로부터 어패럴 점포 경영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얻고 있다고 한다. 야나이 대표로부터 받은 대표적인 조언은 점포의 대규모화다. “비즈니스는 규모로 승부가 좌우된다”라는 야나이 대표의 충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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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매출이 1조 원 정도였던 스트라이프 입장에서 10%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소형점포 1,000개에서 1억 원의 성장을 해야 되는데, 소형 점포의 성장은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유니클로 처럼 대형화를 할 경우, 한 점포에서 100억, 200억 원의 매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10억, 20억 성장을 하면 경쟁사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1조 원 매출을 10조 원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불가피하고, 그 타이밍에 야나이 대표의 조언이 있었던 것이다.

이시가와는 이 조언을 존중하고, 자라와 H&M을 연구하는 팀을 만들어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것이 전술한 KOE 다. KOE는 일본어로 ‘넘어서다, 초과하다’라는 용어다. 소형 점포를 넘어선 대형 점포라는 의미를 영어로 표기한 것이다. 이시가와는 2014년 고향인 오카야마에 KOE 1호점을 오픈했다.

당시는 해외 브랜드, 경쟁사 브랜드를 입점시킨 의류 대형점으로 소형 점포를 넘어선 대형 점포라는 콘셉트에만 충실했다. 그러나 일본과 중국에서 몇 년간의 점포 경험을 통해 호텔과 식음료를 병설한 복합시설로 업태를 넘어서는 변화를 꾀했다. 파르코의 발상지 시부야라는 독특한 상권에 맞춘 결과물이었다.

스트라이프의 변화는 매장의 대형화, 복합화만이 아니다. 어패럴 업계의 상식을 뒤엎는 대담한 서비스도 실행하고 있다. 패션 상품을 렌탈해주는 ‘메차카리’ 라는 서비스이다.


패션상품 렌탈 서비스 ‘메차카리’

타 경쟁사가 특정 상품을 계속 빌려주는 방식, 즉 신상품이 투입되어도 두 번째 유저부터는 중고품을 빌리는 렌탈업계의 상식을 뛰어넘어 항상 신상품을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6,264엔의 월정액을 지불하면 스마트폰으로 마음에 드는 상품을 선택해서, 한 번에 3착까지 렌탈이 가능한 서비스이다. 상품을 받아볼 때의 배달 비용은 없고, 상품 반환 시 복수의 상품이든 단수이든 수수료 410엔만 추가하는 시스템이다.

1개월간 렌탈할 수 있는 상품의 수는 제한이 없고, 상품 반환이 되어야만 추가 상품 렌탈이 가능하므로, 최소 3착을 돌려 입을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소비자에게 항상 신상품을 빌려주면, 반환된 상품을 어떻게 하느냐인데, 반환 상품은 중고품으로 인터넷상에서 파격적인 할인가에 판매하는 구조이다.

새로운 옷을 입어 보기를 염원하는 고객, 옷을 보관할 장소가 없는 고객의 걱정을 덜어주는 모델로 신상품을 올릴 수 있는 것은 ‘Earth music & Ecology’가 가진 가격 메리트와 패션성의 가성비가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프의 또 다른 도전은 2018년부터 소프트뱅크와 함께 투자한 “스트라이프 디파트먼트”라는 실험적인 사업이다. 스트라이프 78%, 소프트뱅크 22% 출자로 시작한 사업은 해외 브랜드를 판매하는 EC사업이다.

미국의 ‘마크제이콥스’, 프랑스의 ‘니나리치’, ‘MM6 MAISON MARGIELA’ 이탈리아의 ‘D SQUARED2’ 등 1000여 개의 브랜드를 취급하는 이 사업은 상품 3착까지 자택에서 시착할 수 있는 서비스, AI를 활용한 스타일리스트 등을 제공한다.

일본의 패션 EC몰은 ‘ZOZOTOWN’이 압도적인 세어를 가지고 패스트 패션 EC를 리드하고 있다. 후발인 ‘스트라이프 디파트먼트’는 하이브랜드를 집적시키면서 조조타운의 1강체제에 격을 달리하는 EC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EC라는 또 다른 세상의 유니클로(조조타운)와 어떤 승부를 펼칠지가 기대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타이밍에 이시가와 대표는 사외이사로 이세탄백화점의 전임 사장이었던 오니시 히로시 씨를 선임한다.

젊은 CEO가 업계의 다양한 경험을 체득한 선배를 사외이사 혹은 고문으로 모시는 경우는 일본 패션, 유통업계의 좋은 관행이며 훌륭한 판단인 것 같다. 고뇌를 같이하고,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선배가 옆에 있다는 것은 그나마 짐을 조금은 덜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소형매장 다점포 체제에서 1조 원을 넘어 대형 점포로 전환하고, 시대적인 열망에 패션 렌탈 사업 ‘메차카리’ 를 전개하고, 조조타운 1강 체제인 EC에 차별적으로 도전하면서 성장해가는 스트라이프를 보면서, 변화하지 않는 것은 경영자의 직무유기임을 다시 실감한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