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트의 화려한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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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패션의 유행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고프코어 룩, 후디와 스냅백, 어글리 슈즈 대신 패션계가 다시 테일러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는 새로운 스타일로 무장한 슈트의 부활.

어글리 프리티룩이 대세인 요즘 시대에 다시 피어난 슈트의 꽃. 이번 시즌 주목할 만한 트렌드는 전형적인 슈트는 가고 틀을 깨부수는 새로운 슈트가 왔다는 것.

누군가는 슈트시대가 종말을 고했다고 했다. 캐주얼에 비해 활동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입기에도 부담스러운 ‘정장’ ‘포멀웨어’ 그래서 족쇄같은 슈트는 이제 패션 역사에서 가느다랗게 숨 쉬며 겨우 연명할 것이라 했다.

<구찌 컬렉션>

<구찌 컬렉션>

패션의 흐름을 바꾼 산업의 변화

대기업의 젊은 임원이나 성공한 법조인을 연상시키던 보수적인 슈트 느낌이 90년대 톰포드에 의해 제대로 섹시함을 장착한 새로운 시대의 전투복으로 등극해 새로운 슈트의 지평을 연 바 있다. 그러나 슈트의 거대한 물결은 여기까지였다.

90년대를 휩쓴 IT혁명,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패션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90년대 말부터 불어닥친 디지털 혁명과 IT 지식산업에 기반한 산업의 변화는 패션의 흐름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밀레니엄이 10년쯤 지나자 스마트 폰에 대변되는 모바일 혁명은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 오프라인에 기반했던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들과 하이 스트리트 패션, 그리고 수많은 백화점과 패션 스트리트의 대리점과 부티크들이 문을 닫거나 비즈니스를 축소하고 그 자리엔 인터넷 즉 온라인 쇼핑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아직도 건재한 건 H&B, 자라 등의 SPA브랜드들뿐이다. 게다가 산업의 구조와 환경도 확연하게 바뀌었다. 이제 많은 수의 사람들이 회사에 나가지 않는 프리랜서이거나 일인 기업이거나, 서비스업 종사자이거나 하다못해 회사에 다닌다 해도 자유로운 IT 기반 회사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엔 페이스북의 CEO인 마크 주커버그가 자신의 옷장사진을 공개하며 ‘새해엔 뭘 입고 출근할까’라고 코멘트를 달아 화제를 모았다. 그 옷장 사진엔 색상도 디자인도 똑같은 10여 장의 회색 티셔츠가 전부였으니.

고프코어와 클래식의 만남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대엔 슈트가 필요 없었다. 대기업 오너도 티셔츠 입는 세상. 놈코어(하드코어와 노멀의 합성어로 약간의 스타일 변화를 준 미니멀 룩)와 고프 룩(GORP Look. 그레놀라, 오트밀, 레이즌(건포도), 피넛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신조어로 야외활동 시 즐겨 먹는 간식을 줄여 아웃도어 룩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에 이어 최근에는 고프코어 룩이 대세다.

‘고프’는 아웃도어 의류를 지칭하는 ‘고프(Gorp)’와 핵심, 가치, 중심을 의미하는 ‘코어(Core)’의 합성어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핵심 트렌드다.

못생김과 고급스러움의 사이, 최근 불어닥친 뉴트로 열풍은 다소 투박하고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코프코어 룩을 유행시켰고 어글리 프리티, 대디 룩, 오버사이즈 룩이라는 신조어를 양산하며 최근 가장 뜨거운 패션의 핵으로 등장했다.


‘고프’는 아웃도어 의류를 지칭하는 ‘고프(Gorp)’와 핵심, 가치, 중심을 의미하는 ‘코어(Core)’의 합성어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핵심 트렌드다.

못생김과 고급스러움의 사이, 최근 불어닥친 뉴트로 열풍은 다소 투박하고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코프코어 룩을 유행시켰고 어글리 프리티, 대디 룩, 오버사이즈 룩이라는 신조어를 양산하며 최근 가장 뜨거운 패션의 핵으로 등장했다.

오래된 점퍼에 흰 양말을 신고 포멀구두를 신은, 또는 오래된 재킷에 낡은 옛날 운동화를 신은 아저씨의 모습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의 동묘 패션이 파리나 뉴욕의 젊은 디자이너들에게까지 파급되며 화제가 아닌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혁오나 잔나비의 최정훈을 필두로 걸그룹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미 베트멍으로 이런 유행을 선도했던 디자이너 뎀나 바잘리아가 발렌시아가의 디렉터가 되면서 고프코어는 고급 럭셔리 시장까지 세력을 넓혔다. 크리스토퍼 베일이 떠나자 버버리도 이런 트렌드에 가세했다. 구찌는 60~70년대 레트로풍에 이런 코프코어 룩을 가미 시켜 역대 최고 매출을 경신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남성복 디자이너로 힙합 스타 카니예 웨스트의 비주얼 디렉터 출신 버질 아블로가 오면서 클래식과 고프코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이렇듯 경계가 애매한 패션, 쫄쫄이와 오버사이즈를 넘나들고, 캐주얼과 아웃도어, 클래식이 혼재된 세상, 믹스매치를 떠나 믹스 크레이지인 세상에서 다시 슈트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007스카이 폴에서 제임스 본드가 슈트를 입고 날아다니며 고난이도 액션신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톰 포드가 만든 최첨단 하이테크 소재의 신축성 뛰어난 슈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새로운 형태의 슈트 룩

이번 시즌 구찌의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고프코어에 감성이 녹아 있는 다양한 디자인의 슈트를 보라. 캐주얼도 아니고 클래식도 아니고 아웃도어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슈트 룩.

이것도 아니라면 고전적인 이브 생로랑의 턱시도 슈트는 어떤가! 이번 시즌 샤넬, 알렉산더 맥퀸, 지방시 등 수 많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슈트 룩을 발표했다.

각자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다양한 스타일이지만 하나의 코드가 있다면 바로 뉴트로다. 60년대부터 70년대를 관통하는 복고적 감성, 그리고 여기에 기존의 클래식을 살짝 비튼 위트까지!

선택은 이제 우리 손으로 넘어왔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오랫동안 옷장에서 잠자고 있던 낡은 슈트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 스타일링 방식에 따라 새롭고 쿨한 느낌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프코어와 클래식이 혼재하는 이시대의 유행이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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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터 맥퀸쇼의 언발란스 수트(보그 코리아)>

남성복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디자이너들이 주목한 것은 점잖고 말쑥한 슈트가 아니라 날렵한 재단과 모던한 실루엣, 실험적인 세부를 섞은 새로운 옷이었다. 디올 맨, 에르메네질도 제냐, 드리스 반 노튼, 폴스미스 등의 정통적인 슈트 스타일이 아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슈트를 선보였다.쿠튀르처럼 세심하게 공을 들인 옷도 눈에 띄었다.

물론 메종 마르지엘라 아티저널 컬렉션, 알렉산더 맥퀸, 와이 프로젝트, 꼼 데 가르송 등과 같이 정교한 재킷과 코트로 테일러링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 사례도 눈에 띄는 변화다.

젊고 새로운 제냐를 보란 듯이 증명한 에메네질도 제냐의 새로운 디렉터 알레산드로 사르토리의 인터뷰에서 현재 슈트의 미래가 보인다.

제냐의 디렉터 알렉산드로 사르토리는 “최고급 소재와 정교한 패일러링 같은 정통적인 남성복의 문법 위에 모던한 분위기를 덧씌우고, 젊은 스타일링을 접목했다”고 말했다. 쿠튀르적인 요소와 스트리트 패션을 결합하는 것, 스트리트웨어의 감성을 가지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는 것,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분위기를 주되 정통적인 테일러링은 원칙으로 지킬 것, 이번 시즌 슈트가 나가야 할 방향이자 공식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