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에서 B2B로, 온라인 미디어 비즈니스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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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 베키오 궁전에서 열린 ‘콘데나스트 럭셔리 컨퍼런스’ / photo 콘데나스트>

<이탈리아 피렌체 베키오 궁전에서 열린 ‘콘데나스트 럭셔리 컨퍼런스’ / photo 콘데나스트>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사실 패션 매거진은 늘 전성시대였다. 명품 브랜드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내고 패션지 1면에 광고를 실었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모두 지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온라인과 모바일 혁명이 이어지고 신세대들에게로 구매 패권이 넘어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요즘 세상에 누가 그 무겁고 두꺼운 패션 매거진을 읽겠는가!

그에 반해 B2B 시장은 그에 비해 상당히 약진하고 있다. 일단 정기구독을 베이스로 한 유료 콘텐츠 비즈니스이므로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다.

모든 지식산업 기반 기업들이 다 그렇겠지만 패션 기업들 역시 요즘엔 정보력과 트렌드 파악이 사업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안정적인 구독회원만 모집하는 데 성공한다면 해볼만 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이 정기 구독회원사 모집이 또 비즈니스 모델의 성패를 좌우하는 키워드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패션 매거진들, 이를테면 바자, 보그, 마리끌레르, 엘르 등등 이런 패션지들은 대상이 주로 패션에 관심이 많은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렇게 회사와 개인 간의 서비스를 B2C라 한다면 이와 달리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들은 B2B미디어라고 하는데, 패션 분야에서 보면 글로벌 매체 중에 비즈니스 오브 패션, WWD, 패셔니스트 등등이 있다.

올 초에는 보그, 지큐, 글래머 등을 보유한 미디어 그룹 콘데나스트가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를 선언한 데 이어 글로벌 온라인미디어 ‘보그비즈니스’를 론칭한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콘데나스트 측에 의하면 보그 비즈니스는 다가오는 2020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런던을 기반으로 패션 비즈니스에 포커스를 맞춘 미디어 보그 비즈니스는 패션 뷰티, 럭셔리 산업에 대한 글로벌 시각을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미디어로 기획된 웹사이트와 뉴스레터 등으로 나누어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중국부터 미국에 이르기까지 29개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독립적인 편집팀과 함께 독자적인 기관으로 운영되며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미디어로 발전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은 자사의 모든 잡지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패션계, 럭셔리 전문가, 업계 리더 및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콘데나스트의 온라인미디어 보그 비즈니스 출시로 경쟁관계에 있는 BoF과 WWD의 매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콘데나스트 그룹은 한때 WWD를 소유했다가 2014년 미국의 디지털 미디어 펜스케 미디어에 매각했다.

패션과 럭셔리 브랜드의 소비자 광고가 수입의 대부분인 보그, GQ와는 달리 보그 비즈니스는 전체적인 콘텐츠의 중요 키워드로 리서치, 트렌드 분석, 조언과 같은 관련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편집장인 로렌 인드빅은 “저널리즘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비주얼, 데이터 중심의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에 본사를 두고 중국, 일본, 대만, 인도, 러시아,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독일, 영국, 멕시코에서 운영되고 있는 콘데나스트 인터내셔널은 30개 브랜드를 출판하는 것 외에도 17개 시장의 지역 파트너들과의 라이선스사업, 레스토랑 사업, 럭셔리 컨퍼런스와 여러 교육관련 벤처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 공룡격인 콘데나스트의 비즈니스 모델의 성패에 따라 B2C에서 B2B 비즈니스로 눈을 돌리고 있는 패션 미디어들의 앞으로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찻잔 속 태풍일지 거대 쓰나미가 될지는 내년이 되면 밝혀질 것이다. 미래 미디어의 먹거리 시장이냐 아니냐!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패션 전문지는 업계가 보는 미디어인 만큼 B2C 매체와는 성격을 달리해 왔다. 실질적으로 패션 기업들이 정보를 습득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내용 위주로 구성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지들의 위상은 현재 많이 떨어진 상태다. 전문 매체 비즈니스도 매출이 없다면 운영이 힘들기 때문에 수익을 쫓다 보니 제대로 된 매체로서의 저널리즘을 펼치지 못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수익적인 측면에서 기업을 출입하고 기사를 작성하다 보니 내용은 편중되고 독자들은 서서히 떨어져 나갔다. 온라인 매체의 물결 속에 오프라인 매체들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었고 패션 업계의 중심에 서있는 기업들을 움직이는 임원진과 오너들은 전문 매체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패션 기업들의 실질적인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고 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매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당장의 수익과 매출만을 따라가다 보면 패션 저널리즘은 사라지고 업체에 도움도 안 되는 불필요한 뉴스만을 생산하다 보면 패션 매체 업계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다.

변화하는 미디어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에만 취해 안주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이제 패션 전문 매체들도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진정 패션 기업들이 원하는 정보는 무엇이며 정말 패션 기업에 도움이 되는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 오프라인 중심의 패션 기업들과 유통은 현재 격변의 시대를 겪고 있고 나름대로 살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어떻게 가야하는 지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 가운데 패션 전문 매체들의 역할은 이미 분명하게 나와 있다. ‘남들이 그러니까 나도 그렇게 해도 되겠지’라는 생각보다 독자적인 기조를 유지하며 패션 기업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등대 같은 매체가 필요하다.

패션 기업들보다 한발 앞서 가며 업계에 필요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전문 매체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