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라이더 재킷의 라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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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식스 데이즈 트라이얼 대회에서 챔피언 새미 밀러와 그의 팀이 입고 있는 벨스타프의 트라이얼마스터 슈트 / photo 구글>

<스코틀랜드 식스 데이즈 트라이얼 대회에서 챔피언 새미 밀러와 그의 팀이 입고 있는 벨스타프의 트라이얼마스터 슈트 / photo 구글>


패션에서 클래식이라는 단어는 여러 상황에 매우 높은 빈도로 등장하는 단어입니다.

패션전문 자료사전에는 [고전의, 모범적인, 전형적] 등의 의미로 본래는 고대 그리스, 로마를 모범으로 하는 예술이나 문학을 말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더불어 특히 패션에 있어서는 두 가지 해석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고대 그리스, 로마풍이나 그것을 모범으로 한 엠파이어 스타일 등이라는 해석, 다른 하나는 [전통, 기본적, 정통파]의 뉘앙스를 갖는 시대를 초월해 이어져 변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해석입니다.

오늘날 패션에서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후자 쪽이 더 보편적인 듯 합니다. 클래식(classic)이라는 말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 할 수 있는 우리말은 고전이라고 생각하는데 고전이 예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는 문학예술 작품이라면 클래식 패션은 다음과 같이 정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는 의복이나 복식의 형태”

정의야 어찌 되었든 클래식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시간과 싸워 이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어떤 옷이 동시대에는 불멸의 고전이 될지 바람처럼 지나가는 유행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시간과 싸워 이겨 살아남는다면 우리는 그때 비로소 그 옷을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이번 호에서는 시간과 싸워 이기고 그 뒤로도 수많은 브랜드의 제품에 영향을 미친 클래식 라이벌들에 대해서 써볼까 합니다. 더 나아가 주제를 조금 좁혀 제가 사랑하는 모터사이클의 클래식 라이벌들에 관해서 얘기 해 보겠습니다. 라이더 재킷으로 유명한 바버의 인터내셔널 재킷과 벨스타프의 트라이얼 마스터 재킷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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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 인터내셔널 재킷 / photo 구글>

바버와 벨스타프

바버사는 1894년 잉글랜드 북동쪽에 위치한 사우스 실드에서 존 바버가 설립했습니다. 1936년부터 영국 인터내셔널 모터 레이싱팀에 거의 독점적으로 옷을 공급하다가 2차 세계대전 때 바버는 모터사이클 의류 디자인을 수정해 잠수함 승무원들을 위한 어설라(Ursula) 슈트를 제작하게 됩니다.

이 어설라 슈트를 약간 수정한 재킷이 1947년에 새롭게 선보인 그 유명한 바버의 인터내셔널 모터사이클 재킷입니다. 당시 영국에서 열렸던 식스 데이스 트라이얼 모터크로스에 참가한 많은 선수들이 이 옷을 착용했고 사랑했습니다.

한편 바버 인터내셔널 재킷의 최대 경쟁자는 벨스타프의 트라이얼 마스터 재킷이었습니다.

벨스타프는 1924년에 영국 스태퍼드셔 주의 스토크온트렌트에서 엘리 벨로비치와 그의 아들 해리 그로스버그에 의해 설립되었고 특유의 천연 기름을 사용한 왁스 코팅의 원단으로 야외 활동 시 마찰이 적고 방풍과 방수 기능이 있는 옷을 주로 만들었습니다.

면에 왁스 코팅한 원단은 방수 기능이 유지되면서 동시에 통기성이 극대화되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트라이얼마스터 모터사이클 재킷도 바버의 인터내셔널 재킷 못지않게 1950년대와 60년대에 많은 프로 모터사이클 선수들로부터 인정받았고, 트라이얼스 챔피언인 새미 밀러는 우승할 때 마다 대부분 트라이얼 마스터 재킷을 입고 있었습니다.

이 두 재킷의 특징은 왼쪽 포켓의 각도가 비스듬하게 붙어 있는데 이것은 모터사이클을 타는 중에 오른손으로 물건을 꺼내기 편하게 하기 위해 고안된 디자인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유독 이 두 재킷을 애용했던 사람들 때문인데요, 인터내셔널 재킷은 크로스컨트리 바이커이자 할리우드 스타인 ‘스티브 맥퀸’이 입으면서 50~60년대에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았고, 벨스타프의 트라이얼마스터 재킷은 우리에게 혁명가로 잘 알려진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가’ 그의 오토바이 ‘포데로사’와 함께 남미를 횡단할 때 입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쇼트

오토바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토바이와 관련된 두 가지 클래식 재킷을 더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오토바이와 함께 한 수많은 패션 화보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 가죽 라이더 재킷인데, 하나는 라이더 재킷의 원형으로 알려진 쇼트(Schott)의 퍼펙토(Perfecto)이구요 다른 하나는 락커즈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루이스 레더스(Lewis Leathers)입니다.

쇼트의 유명세는 러시아 이민자의 아들, 어빙 쇼트(Irving Schott)가 퍼펙토라는 가죽 재킷을 만들면서 시작됩니다.

1928년 롱아일랜드에서 할리 데이비슨을 유통하던 벡 인더스트리가 어빙 쇼트에게 할리 데이비슨 라이더들을 위한 튼튼하고 바람을 막아줄 재킷을 의뢰했고 클라이언트의 의뢰에 어빙 쇼트는 코도반 가죽을 사용하고 전면 지퍼를 사용한 상남자 재킷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당시 모터사이클 재킷들은 버튼 사양밖에 없었음) 스스로 만든 이 재킷이 너무 자랑스러웠던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쿠바산 시가(Cigar) ‘퍼펙토’에서 이름을 빌려와 이 재킷에 같은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

영국의 루이스 레더스

미국에 쇼트가 있다면 영국에는 루이스 레더스가 있습니다. 루이스 레더스는 1892년 D.Lewis에 의해 런던에서 설립되었고 1900년대 초엔 모터사이클 의류뿐 아니라 전투기 파일럿들을 위한 보온성과 통기성이 좋은 가죽 재킷을 만들었습니다.

루이스 레더스 마크에 비행기 날개 모양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1930년대 부터 영국의 오토바이 산업이 발달하면서 루이스 레더스의 라이더 가죽 재킷도 인기를 얻게 되는데 미국과 영국의 바이커들은 오토바이를 즐기는 모양새가 좀 달랐습니다.

미국의 라이더들은 넓은 땅덩어리를 횡단하며 가슴을 쫙 펴고 할리 데이비슨에 앉았고 영국의 라이더들은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 오토바이 탱크를 가슴으로 안고 허리를 숙이는 자세로 노튼이나 트라이엄프를 타는 카페 레이서들이었습니다.

바람의 저항을 덜 받도록 타이트한 가죽 재킷을 선호하는 영국 라이더들의 특징 때문에 루이스레더의 라이트닝은 퍼펙토 보다 훨씬 핏이 타이트합니다.

라이더 재킷의 원형이 퍼펙토에 있다고 하지만 수도 없이 많은 브랜드가 비슷한 형태의 라이더 재킷을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그 디자인을 보며 퍼펙토를 카피했다고 얘기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클래식을 차용하면 크로스오버가 되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재즈로 연주하거나 재즈에 강렬한 록비트를 섞어서 연주하면 크로스오버 뮤직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이유에서 디자인할 때 동시대의 제품을 카피하기보다는 클래식과 오리지널에 관해 공부해 보고 클래식이 되어 버린 제품의 원형과 이미지를 존중하면서 미적 융합을 꾀한다면 훨씬 근사한 작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