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타이밍이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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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상품기획 방식의 진화 (上)

기획 타이밍이 빨라졌다.

패션산업에서 상품을 기획하는 최근의 방식은 매우 다양하고 새로워졌다. 예전의 방식은 이젠 더 이상 변화한 시대에 뒤처져 있으며, 소비자의 니즈에 적합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패션에서 전통적인 상품기획 방식을 알아보고 이것이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요즘에는 어떤 새로운 기획방식들이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전통적으로 패션산업에서 브랜드의 상품기획 시작 시점은 상품이 시장에 출고되기 대략 1년 6개월 전이다. 2019년 F/W 상품을 기준으로 본다면 2018년 초부터 상품기획이 시작된다. 이 무렵 컬러, 트렌드, 소재를 다루는 각 정보사는 1년 반 뒤의 트렌드를 예측하여 정보를 제공한다.

이 정보들을 바탕으로 소재업체들은 그에 적합한 소재를 개발하여 소재 전시회에 참가한다. 국내에서 특히 유명한 프랑스의 ‘프리미에르 비죵(PV)’이 대표적인 소재 전시회다.

패션인들과 브랜드들은 이 전시회에 방문하여 소재의 경향을 파악하고 각자의 브랜드에 사용할 소재를 구매하거나 또는 상품화할 원단을 결정한다. 이 시점이 상품이 시장에 선보이기 1년 전이다. 2019년 F/W 상품 기준으로 보면 2018년 가을 즈음이다.

(PV는 특히 국내 여성복 디자이너들에게는 선망의 소재 전시회인데, 디자인실장이나 소재팀장들은 PV에 꼭 참석하고 싶어 한다. PV는 매년 2월과 9월에 진행되는데 그 시점이 우리나라의 설 명절과 추석과 거의 일치한다. 여성 디자이너들은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출장을 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1년 전 이미 소재 구매

자신들이 쓸 소재를 결정한 브랜드들은 시즌에 선보일 상품을 준비한다. 유명 브랜드는 컬렉션을 준비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패션 fair에 참가하여 자신의 상품을 알린다.

명품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브랜드를 4대 컬렉션에서 볼 수 있다. 뉴욕컬렉션을 시작으로 런던, 밀라노, 파리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 컬렉션을 통해 사람들은 유명 브랜드의 새로운 상품을 만날 수 있고, 시즌 트렌드를 느끼게 된다.

이 외의 브랜드들은 다양한 패션 fair에 참가하는데, 남성복 중심(지금은 다양한 복종의 브랜드가 참가하지만)의 ‘pitti uomo’, 아웃도어/스포츠의 ‘ISPO’, 여성복의 ‘who’s next’,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MAGIC’, shoes의 ‘MICAM’ 등이 유명한 패션박람회다.

전 세계에서 유통을 가지고 있는 바이어들이 이 박람회에 참가해 상품을 바잉한다. 위탁 중심으로 발달한 국내 패션산업과 달리 외국의 패션산업은 유통이 상품을 직접 바잉하고 판매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런 컬렉션과 패션박람회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거꾸로 말해 국내는 위탁 중심이기 때문에 이런 컬렉션과 박람회가 발달하기 쉽지 않다)

이곳에서 상품 수주가 이루어지는데 이 시점이 대략 시즌 시작 6개월 전이다. 2019년 F/W 출고 기준으로 본다면 2019년 초에 바잉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상품 수주가 이루어지면 이 이후부터 브랜드는 상품생산에 들어가 2019년 6~8월에 바이어에게 상품을 공급한다.

이 상품들은 2019년 7월부터 10월에 걸쳐 출고되어 소비자들에게 판매된다.

이 과정이 전통적인 패션브랜드의 상품기획 프로세스다. 패션산업은 오랫동안 이 시스템을 유지해왔고, 상품기획자들은 이 구조에 맞춰 상품을 기획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의 패션산업 상품기획방식 1.0 버전이다.

옛날 기획 방식에서 탈피

그런데 최근에 많은 패션기업과 브랜드들이 이 프로세스로부터 탈피하기 시작했다. 정보사가 1년 반 전에 예측한 트렌드를 소비자들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능동적으로 트렌드를 만들어갔고 정보사의 제안은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으며 브랜드는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품기획자들은 당황했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기동력밖에 없었다. 소비자의 판매반응에 맞춰 그들이 원하는 상품을 재빨리 만들어 내어 공급하는 것이다. ‘QR(Quick Response) 강화’가 모든 브랜드의 지상과제였다. 하지만 물리적인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담당자의 개인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브랜드의 현실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변화한 소비자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통적인 프로세스를 벗어나 새로운 기획방식을 시스템화한 브랜드가 출현한다.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 rel)라 불리는 브랜드들이 그것이다.

많은 SPA 브랜드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ZARA와 UNIQLO가 소비자의 변화에 대응한 방식은 기존과 완전히 달랐다.

ZARA의 아만시아 오르테가 회장은 패션의 본질을 이렇게 보았다.

‘옷 장사는 생선 장사와 같다. 유행이 지난 옷은 어제 잡은 생선처럼 신선도가 떨어진다.’

그는 기동력을 중요시했고, 재고최소화를 비즈니스 모델의 주요 요인이라 생각했다. 자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유명 브랜드를 빠르게 카피해서 주 2회 매장에 공급했고, 안 팔리는 제품은 최적의 가격으로 할인 판매해 이익률을 극대화했다.


옷은 생필품이다

반면 유니클로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은 패션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랐다.

“옷이 왜 패션제품이지? 옷은 그저 라면처럼 생필품일 뿐이다. 편의점에 들러 라면을 사듯이, 옷도 필요한 것을 부담 없이 쉽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는 패션을 생필품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기본적으로 필요한 히트텍, 캐시미어 스웨터, 경량다운 등의 상품을 오래 전부터 기획해서 값싸게 만들어 판매했다.

그러나 유니클로의 이러한 생각은 2015년을 이상고온으로 인해 판매가 부진해진 것을 기점으로 변하게 된다. 2017년 유니클로는 ‘아리아케 프로젝트’를 도입하여 브랜드의 성격과 기존 시스템에 일대 변화를 도모한다.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기동력을 갖추고 자라처럼 2주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반응생산 브랜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공히 모든 브랜드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만들어 제공하는 2.0 버전의 상품기획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럼 다음 시간에는 유니클로를 비롯하여 2.0 버전의 상품기획방식을 도입하는 다른 브랜드들을 알아보고 더 나아가 최근의 상품기획방식 경향도 알아보도록 하자.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