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만족스러운 경험'이 최고의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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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경험은 절대적이다. 소비자에게 한 번 각인된 어떤 경험에 대한 평가는 어지간한 마케팅 툴로 이길 수 없다. 경험 자체가 상품임을 인지하지 못하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고객에게 무엇을 남길 것인가, 어떤 경험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속였지만, 일본은 꼬셨다

사드 사태 이전, 유커들은 한류에 열광하며 한국을 찾게 됐었다. 하지만 그들이 한국에서 경험한 것은 중국에서도 살 수 있는 명품 브랜드와 역시 중국에도 즐비한 고층 빌딩과 맛집들이었다. 서울만의 개성은 보이지 않았고, 당연히 그들의 만족도는 낮았다. 우리도 해외여행을 하며 내가 사는 곳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풍경과 경험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준비되지 않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자. 몰려드는 유커를 맞이한 우리는 관광자원을 더 잘 활용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려는 노력보다 그들의 부족해 보이는 매너를 논하며 대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인을 상대로 내국인보다 더 비싼 값을 받으려고 2중 메뉴판을 만든 식당이나 외국인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운 택시기사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어떻게 그들을 만족시킬까에 대한 연구, 공부를 제대로 하는 대신 당장 이득을 보기 위해 속임수를 쓰는 쪽을 택했던 것이다.

정확히 3년 전부터 한국과 일본에서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뒤바뀌었다. 유커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이제 불친절한 경험은 SNS로 순식간에 공유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70% 이상이 일본을 다시 찾을 의사가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좋은 경험을 파는 법을 알고 있다. 일본만의 아기자기한 감성과 장인정신이 담긴 재화들, 특유의 친절함에 중국 관광객들은 매료됐다.

동대문 도매시장의 활황기부터 침체기까지 꽤 오래 지켜보았다. 연간 수조 원대 거래규모를 유지하던 소호시장은 몇몇 도매, 온라인 사업자들이 장사의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위기를 맞고 있다.

동대문의 위기, 누군가의 기회

온라인에서는 저렴한 가격만이 경쟁력이라는 확신을 가진 탓인지 저가, 저품질의 제품을 좋은 모델과 좋은 사진으로 포장해 속여 팔았다. 판매자들은 그것이 옳은 줄 알았다.

하지만 수년간 저품질 제품이 유통되고, 가격 딜을 기반으로 한 소셜커머스가 등장하며 ‘온라인 판매 상품=저가, 저품질’이라는 소비자 인식이 고착됐다. 수년간 불편한 경험이 누적된 소비자는 보세 시장 전체를 불신했다. 공급자는 품질을 속였고 소비자는 학습했다.

위기는 누군가의 기회가 된다고 했던가. 동대문에 반대급부의 새로운 플랫폼이 생겨났다. 이 플랫폼은 소비자에게 브랜드 파워와 품질을 담보했다. ‘무신사’라는 이름을 걸고 책임지는 시스템을 실현한 것이다.

지금 동대문 도매사업자들은 브랜드로 진화하는 과도기에 있다. 그 혼돈의 시기에 무신사와 같은 신성들은 준비된 모습으로 기회를 잡아 그들이 만들고, 주도하는 리그를 무섭게 성장시키는 중이다. 실력이란 그런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노력으로 준비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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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브랜드에게 기회는 왔다

국내에서 일본 상품 불매운동의 흐름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금이 국내 패션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던 내수 브랜드의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흐름을 가져온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철저한 준비를 통한 연습이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축구선수처럼, 프로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다. 그들은 상상할 수 없는 꿈을 꾸기에 상상할 수 없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절대 아무나 가져갈 수 없다.

실력은 프로의 세계에서 모두에게 있는 것이고 운이 운인 줄 알아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준비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운은 그저 바람과 같다. 지천에 널려있어도 잡을 수 없다. 준비되지 않은 회사나 사람은 그 기회가 눈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고, 알아보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절박함이 없다. 많은 실패를 경험한 창업자들은 운을 알아보는 안목을 가지고 있다. 절박한 마음으로 기회를 붙잡고, 그에 앞서 기회가 왔을 때 붙잡기 위한 체력을 준비한다.

지금 유니클로의 위기는 국내 동종 업계에 잠깐의 성장경험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왜 고객에게 사랑받았는지 철저하게 학습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기회가 될 수 없다. 잠깐의 시간을 벌어준 것일 뿐 분명 되돌아간다.

최근 지인들 사이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하는 뜻으로 국내 SPA브랜드를 찾았다가 기능성에, 품질에, 응대 등등에 불편했던 경험이 공유되고 있다. 대체제로서의 선택도 받지 못하는 수준이면 분명 기회를 놓친다.

인류는 늘 자연을 두려워했고, 두려워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운과 기회를 즐겁게만 볼 일이 아니라 오히려 두렵게 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보다 뛰어난 경쟁자를 대체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면 고객에게 상품만이 아닌, ‘좋은 경험’까지 더해 팔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일은 고객을 더 깊게 살피는 것이다.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 수십 년 전 추억을 공유하며 그 시절의 경험을 소재로 수백 번도 더한 이야기에 또 다시 즐거워하거나 슬퍼하곤 한다. 그것이 경험이다. 그중 ‘좋은 경험’은 끝없이 재생되고 추억으로 남는다.

이제 우리는 세월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경험을 팔아야 한다. 우리 매장, 우리 브랜드, 우리 상품, 우리 서비스를 경험한 후엔 다른 곳이 불편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브랜드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