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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패션위크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5일, 구글의 유튜브는 공식적으로 YouTube.com/Fashion(이하 /fashion, 슬래쉬 패션)의 론칭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 9일에는 수많은 스타와 패션 관계자들이 유튜브의 새로운 패션 페이지의 론칭을 축하하기 위한 파티에 모습을 드러냈다.
구글이 패션위크 기간에 럭셔리 브랜드 담당자들을 불러놓고 유튜브 관련 세미나를 열었을 때나 데렉 블래스 버그를 유튜브의 패션 & 뷰티 파트너쉽 디렉터 자리에 앉혔을 때 부터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했던 터라 공식발표가 뜨자마자 슬래쉬 패션으로 들어가 구독 버튼을 눌렀다.
뉴욕 패션 위크의 시작과 함께 메이저 브랜드의 캣위크 뿐만 아니라 패션쇼 무대 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은 비하인드 더 썬, 최근 마스터 클래스(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같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온라인 클래스)에도 모습을 드러낸 안나윈투어의 Go Ask Anna 영상, 거기에 나오미 캠벨과 패트릭 스타의 메이크업 튜토리얼 콜라보레이션 영상까지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론 이 채널들이 다 새로 생긴 것은 아니지만, 특별히 찾지 않는 이상 챙겨보지 못했던 괜찮은 콘텐츠들이 비슷한 카테고리 안에 모여 있으니 훨씬 보기 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슬래쉬 패션은 그 동안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던 패션 관련 콘텐츠를 하나의 웹페이지에서 모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저 입장에서도 개별 채널을 모두 구독할 필요 없이 슬래쉬 패션 하나만 구독하면 패션관련 콘텐츠를 엄선해서 한눈에 볼 수 있으니 편리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 입장에서도 개별채널로 노출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유저들에게 노출 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의 패션에 대한 자신감
지금으로부터 약 2년전, 유튜브 본사에서는 패션 & 뷰티 콘텐츠가 게임, 브이로그 만큼이나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현상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실제로 2014년에서 2018년까지 패션&뷰티 크리에이터는 그 전 보다 244%나 증가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패션 인플루언서들이나 패션 관련 디지털 마케팅은 대부분 인스타그램에 몰려있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콘텐츠가 이미지에서 영상으로 이동하고 있고 유튜브는 그에 최적화된 플랫폼인 만큼 패션 뷰티 크리에이터의 유입과 성공이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이었다.
유튜브가 이 점을 놓칠 리 없었다. 유튜브의 로버트 킨클 최고 사업 책임자는 뉴욕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유기적으로 유튜브에서 패션 콘텐츠가 커가고 있다면, 정말 우리가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것은 분명 광고, 명품 브랜드와의 상업적 제휴를 포함한 많은 기회들로 이어질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로버트 킨클의 말처럼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시점, 즉 작년 중순 패션 & 뷰티 파트너십 부문을 신설하고 데렉 블래스버그를 책임자 자리에 앉힌 그 시점이 인스타가 유튜브 대항마로 긴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IGTV를 선보인 바로 일주일 후였다. 두 플랫폼이 패션을 놓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필요성 어필
데렉 블래스버그가 지난해 여름 유튜브로 자리를 옮긴 이후, 그의 주된 관심사는 다른 브랜드, 디자이너, 모델들에게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그는 빅토리아 베컴과 굽(기네스 팰트로의 웰니스 브랜드)을 설득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고 영상 콘텐츠 제작을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설득했다.
또 나오미 캠벨, 알렉사 청, 알렉산더 왕도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셀러브리티 패션 콘텐츠가 더욱 다양하고 풍성해졌다. 데렉 블래스버그는 “내가 유튜브에 들어오기 전에는 패션 브랜드들이 유튜브에 있는 누군가와 접촉하거나 플랫폼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들과의 관계를 엄청나게 변화시켰고, 이 변화는 슬래쉬패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초보자들에게 유튜브를 위한 최고의 사용법, 탐색법, 그리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내부 문서를 작성해 영상 콘텐츠를 시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브랜드와 셀러브리티, 크리에이터들에게 팁을 주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몇 가지 포인트만 짚고 넘어가 보자.
- 유튜브 콘텐츠를 TV쇼로 만들지 말것. 관객들은 이것이 여러분의 채널이라고 느끼고 싶어하고, 여러분에 대한 비디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여러분과 시간을 보내기를 원한다.
- 너무 대놓고 홍보하지 말 것. 브랜드, 위치 또는 이벤트 이름을 반복해서 노출하면 콘텐츠가 그냥 광고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페이드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이 팁은 무시해도 좋다.)
- 깨끗하게 유지할 것. 욕설, 저속한 행동,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 제3자 브랜드 거래가 없으면 동영상으로 많은 조회수를 올릴 수 있다.
또 한 가지 데렉의 인터뷰에서 중요하게 생각됐던 유튜브 비기너를 위한 충고가 있는데, “다른 플랫폼에서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 걷는 예쁜 소녀가 통할 수 있다.
하지만 유튜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내가 사람들에게 한 가장 큰 충고는 ‘너라면 이걸 보겠니?’이다. 아무도 앉아서 광고 한 다발을 보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패션업계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우리는 정제되고 다듬어진 이미지에 익숙하다. 매거진의 화보와 멋들어진 광고 컷, 잘 큐레이트된 인스타그램 피드에 익숙하며, 특히 럭셔리 브랜드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선뜻 엠마 챔버레인(Emma Chamberlain)처럼 과감히 날것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루이비통은 LVTV라는 이름의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섹션을 유튜브 채널을 추가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루이비통은 돌란 형제, 엠마 챔벌래인과 같은 유튜브 스타와 함께 컬렉션 참관기 영상을 찍었다. 이 영상들은 각각 2백만에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물론 엠마 챔버레인이 직접 찍고 편집한 영상은 1천 만 뷰에 달하니 그 효과는 훨씬 더 배가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유튜버 스타와 콜라보레이션 하는 게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왜 똑같은 엠마의 루이비통 컬렉션 참관기 영상이 루이비통에서 만든 것과 엠마가 직접 만든 것에 차이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절대적인 구독자 수에 차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타일에 차이가 있다.
루이비통이 제작한 영상은 엠마가 나오고, 엠마가 이야기를 하지만, 엠마의 스타일은 아니었다. 18세의 그녀가 단 2년 만에 800만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게 된 이유는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중화되었지만, 우스꽝스럽게 왜곡되고 찌그러진 얼굴을 만드는 효과는 그녀의 시그니처 편집 스타일이며 여기에 솔직한 입담과 꾸밈없는 모습이 더해져 그녀의 콘텐츠는 차별화된 매력을 갖게 되었다.
모든 브랜드가 컬렉션 영상을 보여주고, 컬렉션 비하인드 씬을 보여주고, 메이킹 스토리를 보여주는 건 사실 그다지 의미가 없다. 이제는 콘텐츠 싸움이다. 하루에도 수 만개 씩 올라오는 패션 콘텐츠들 사이에서 어떤 콘텐츠로 어떤 스타일로 어떤 스토리로 차별화 하고 어필할 수 있을지는 유튜브/패션 시대를 살아가는 브랜드에게 남겨진 중요한 숙제이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