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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위한 도전, 몽클레르 지니어스… 밀레니얼 세대 관통
166개 나라 200여개 매장…1조 9천억 원 거둬들여
홀세일 방식에서 D2C로 전환 성공
패딩의 계절이 돌아왔다. 그 중심에는 패딩의 대명사,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몽클레르(Moncler)’가 있다.
최근 글로벌 패션업계가 지루할 틈이 없을 만큼 비즈니스 방식이 변화무쌍하다.
이 가운데 럭셔리 시장에서 요즘 가장 화제의 협업 프로젝트로 몽클레르의 ‘지니어스(Ginius) 프로젝트’가 꼽히고 있다.
몽클레르가 지난해 2월 시작한 지니어스 프로젝트는 ‘하나의 하우스, 다양한 목소리’라는 모토 로 외부 디자이너그룹과 새롭게 해석한 몽클레르 컬렉션을 선보이는 방식이다.
몽클레르가 일종의 허브,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며 매 월 다른 형태의 컬렉션을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매장을 확대하 고 있다. 지난해 기준 166개 국가 200여개 매장에서 1조8,236억 원을 벌어들였다.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시작 하면서 전년대비 19% 상승한 실적이다. 몽클레르 기업 가치도 12조1천억 원(시가 총액 기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몽클레르 성장을 분석해보면 다양한 이유가 포착되지만 무엇보다 외부 크리에이터와 협업을 통해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선보인 몽클레르 지니어스도 디지털 시대의 빠른 속도에 맞춰 컬렉션을 운영하기 위해 비즈니스 프로세스 까지 조정했다. 물류와 배송 분야에도 투자에 나설 만큼 대형 프로젝트다.
단발성 협업 캠페인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의 핵심이 되는 모델로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강력한 플랫폼이다.
디지털 환경에 맞춘 마케팅 전략과 홀세일 중심에서 D2C 방식의 리테일 비즈니스로 전환을 위한 기폭제 역할로 초기 기획 단계부터 단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일 년에 두 개의 시즌 단위로 출시하는 컬렉션을 대체할 수 있는 강력한 프로젝트로 럭셔리 패션 업계의 가장 설득력 있는 행동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매일 소비자와 소통해야 한다”
몽클레르의 CEO인 레모 루피니는 지니어스 프로젝트 론칭 직전 직원들에게 “6개월마다 고객들과 컬렉션을 놓고 대화할 수는 없다. 매일 대화해야 한다. 몽클레르 지니어스 컬렉션으로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 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실제 시작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지니어스 프로젝트가 주목 받고 있는 것도 젊은 고객층 유입 증가에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지니어스 컬렉션은 몽클레르 총 매출액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몽클레르 구매 고객 중 40%가 지니어스 컬렉션 출시 이후 밀레니얼 세대로 전환되는 효과를 봤다.
또 지니어스 컬렉션을 구매한 소비자 가운데 절반이 처음으로 몽클레르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지니어스 프로젝트 시작 1년 만에 젊은 층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7년 기준 전체 매출의 23%가 이탈리아에서 발생했다. 기타 유럽지역은 34% 비중을 차지했으나 올해 기준 이탈리아가 12%, 기타 유럽은 29%로 감소한 반면 아시아(43%), 미주(16%)지역에서 매출이 증가했다.
유럽에서 벗어나 시장 규모가 큰 아시아와 미주 시장에서 젊은 고객층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레오 루피니의 전략이 먹혔던 것이다.
몽클레르는 이탈리아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사실 프랑스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퀼팅 소재의 침낭이나 텐트 등을 생산했다. 이후 고지대 공장 노동자들이 방한을 목적으로 구스다운(거위털)으로 옷을 만들어 입는 것을 보고 몽클레르는 세계 최초의 퀼팅 다운 재킷 ‘리오넬 테라이를 위한 몽클레르(Moncler pour Lionel Terray)’ 라인을 내놨다.
몽클레르 살려낸 레모 루피니는 누구?
‘68년에는 프랑스 활강 스키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됐기도 했다. 이 일을 계기로 ‘80년대에는 라이프스타일웨어로 영역을 넓히면서 패션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디뎠다. 여가를 즐기는 상류층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문제는 다음이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몽클레르의 몰락이 시작됐다. 푸퍼 재킷 등 뻔하고 식상해진 패딩 제품에 치우친 몽끌레르의 인기는 급격히 시들해졌다.
매출도 급감했고, 생산라인까지 멈추면서 1999년에는 파산 위기까지 겪어야 했다.
재정상태도 엉망이라 몽클레르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리는 건 시간 문제였다.
이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레모 루피니(Remo Ruffini)가 몽클레르를 인수해 12조 원대 기업으로 키우게 된 것이다.
루피니가 몽클레르를 살려낸 전략은 간단했다. 디자인에 집중했다. 모든 몽클레르 제품은 프랑스산 거위 털을 사용해 유럽 내에서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품질 관리에도 각별하게 신경 쓰는 한편, 핏과 실루엣을 잡았다.
그리고 외부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확대했다.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에 앞서 ‘글로벌 다운 재킷(Global Down Jacket)’ 프로젝트로 주로 남성용이었던 다운 재킷의 고객을 여성까지 확대하는 계기를 얻게 됐다.
이후 협업을 통한 성장을 경험하면서 외부 디자이너들과 몽클레르를 살리는데 집중했다. 2003년에는 니콜라스 게스키에르, 준야 와타나베 등 유명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했고 그 이후로는 펜디, 꼼 데 가르송 유명 브랜드를 비롯 일본 디자이너 사카이, 비즈빔의 히로키 나카무라 등과 지속적으로 ‘몽클레르’의 부족한 컬렉션을 채워나갔다.
시대 분위기도 놓치지 않았다. CEO인 레모 루피니는 인스트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이용자를 분석했다
지니어스 프로젝트, 리테일 구조까지 바꿔
또 SNS에서 소비자들에게 몽클레르에서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수시로 물었던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직접 소비자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간파해 사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스트리트캐주얼과 같은 드롭 방식의 발매가 아닌 매월 희소성 높은 협업 방식의 컬렉션을 기다린다는 점을 파악한 셈이다. 바로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의 론칭 배경이다.
몽클레르는 장기적으로 계절 단위의 컬렉션 발매를 줄이기 위한 과정에 착수했다는 해석도 있다.
외부 크리에이터 그룹 즉,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통해 매 월 발매 목록을 세워 한정판 캡슐 컬렉션을 내놓는 방식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몽클레르는 1년 동안 끌고 온 지니어스 프로젝트로 홀세일 구조에서 D2C 방식의 유통 채널을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까지 확보했다.
지난해 10월 뉴욕과 도쿄에 ‘지니어스 하우스’의 첫 매장을 열었고 전 세계 주요 도시 32개 매장과 백화점 168개 점포에 팝업 매장을 열면서 홀세일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
지니어스 컬렉션이 전체 매출에 기여하는 수준은 아직 미미하지만 젊은 소비자들이 직접 몽클레르 매장으로 줄을 서서 찾게 되면서 단독 매장을 확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그리고 오프라인 판매 매출까지 덩달아 상승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보게 된 것이다. 철저하게 온라인 판매 비중은 지니어스 컬렉션도 전체 발매량의 20~25%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홍보하는 디지털 마케팅 비용만 지난해 1천 300억 원을 쏟아 부었다. 지니어스 프로젝트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젊은 고객을 매장으로 발길을 돌리기 위해 SNS 콘텐츠 개발에 적극 투자한 것이다.
프로세스 혁신…공급과 물류망까지 교체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위해 선정한 디자이너 구성도 남달랐다.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그레노블, 크레이그 그린, 느와 케이 니노미야, 히로시 후지와라, 팜 엔젤스, 시몬 로샤 모두 밀레니얼, Z세대 남성과 전문직 여성들과 같은 다양한 계층에 호소력 있는 디자이너 중심으로 모았다. 때에 따라 유명 포토그래퍼, 스타일리스트를 팀으로 꾸리기도 했다. 몽클레르는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아예 공급망 물류 인프라도 교체했다.
월별 컬렉션 발매, 외부 디자이너와 공동 작업 등 까다로운 작업 조건에 맞춰 프로세스도 개선한 것이다.
평균적으로 각 디자이너와 9개월 전부터 컬렉션 발매 준비를 시작하면서 몽클레르 소속 정규 디자이너팀과 협력해 사용가능한 원료를 공유하고 마케팅과 물류까지 사업에 연계해야하는 복잡한 구조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몽클레르는 루마니아 자가 공장에서 전문화된 기술을 가진 인력을 추가 고용했다. 현재 20개 생산라인 가운데 2개 라인을 지니어스 전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지니어스 컬렉션은 발매 시점부터 판매가 종료 될 때까지 원단 공급자에서부터 SNS 콘텐츠 개발 담당자와 매장 세일즈 매니저까지 제품 수명 주기를 관리한다. 디지털 마케팅이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매장에서 지니어스 컬렉션을 경험한 소비자가 전체 컬렉션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점검하고 있다.
기획에서부터 제품 생산 마지막으로 디지털 콘텐츠와 마케팅 등 모든 프로세스가 예정된 시기별로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도 데이터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루마니아에 자동화, 인공지능, 품질 관리에 역점을 둔 두 번째 제조 공장도 설립한 상태다.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위해 제조 프로세스와 인프라까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몽클레르에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내고 있는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몽클레르는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제조 프로세스의 혁신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몽클레르의 전략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우선 지난 2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두 번째 지니어스 컬렉션을 공개한 뒤 몽클레르의 SNS에서 전월대비 352% 수직 상승한 바이럴 효과를 얻었다.
해당 수치는 지니어스 프로젝트의 참여 디자이너들과 몽클레르의 SNS 계정을 포함한 것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몽클레르 지니어스는 강력한 가격 결정권과 디지털 시대 소비자가 오프라인 매장에 반드시 나올만한 명분을 줘 세계적인 럭셔리 브랜드로 발돋움하는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다만 젊은 여성 고객층 확보가 생각보다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몽클레르는 여성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컬렉션을 만들어 낼수 있는 강력한 몽클레르 지니어스 크리에티브 그룹을 찾는 것이 남은 과제다.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