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가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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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브라운>

<톰브라운>


 

핑클 완전체의 출연으로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TV프로그램 캠핑클럽 한 장면. 프로그램 내용을 어떻게 구성할 지 사전 미팅 자리에 옥주현과 이진이 먼저 카페에 등장했다.

가장 먼저 등장한 옥주현이 막 도착한 이진에게 던진 한마디 ‘야, 너 아빠 옷 입고 나왔냐?’ 이 대목에서 나도 모르게 큭큭 웃었던 건 80년대 후반 병아리 디자이너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였다.


오버 사이즈거나 나노 사이즈거나

시계 바늘을 거꾸로 한 30여 년 쯤 돌려 생각해보니 그때 당시와 지금의 유행이 참 많이 닮았다. 당시 박스나 자루처럼 벙벙한 옷이 유행할 때라 그런 옷들을 박시 스타일이라고 불렀었는데 마치 여자들이 남자 옷을 입은 듯해서 ‘매니쉬 룩’이라고도 불렀다. 즉 박시한 매니시 룩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요즘 용어로 바꾸면 보이프렌드 룩 또는 오버사이즈 룩일 것이다. 그런 내게 어느 날 아빠 옷장에 걸려 있는 커피색 재킷(아마 삼성물산의 ‘갤럭시’로 기억한다) 이 훅하고 들어왔다.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울 크레이프 소재에 헐렁하면서도 적당히 몸에 감기는 맛이 있던 그 재킷을 아빠 옷장에서 훔쳐 입고 도망나오 듯 출근하자 관심어린 덕담들이 쏟아졌다.

“어머 너네 아빠 오늘 출근 안 하셨니? 하하” “너 오늘 퇴근하면 살아남겠니? 큭큭” 상대방의 옷차림을 핀잔주며 인사를 대신하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참 예의 없는 행동이지만(특히 서양에선 아주 절친 사이 외엔 절대 하지 말아야할 행동이다) 이때만 해도 옷차림으로 면박을 주는 건 일상다반사였으니 유행에 민감했던 나로선 별로 신경 쓰지 않고 꿋꿋이 아빠옷장 또는 남편 옷장에서 건져 올린 오버사이즈 옷들을 입곤 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고어(古語)가 되어 버렸지만 80년대 식 BIG 스타일은 또다시 유행의 중심에 있다.

코트인가 이불인가

2018년 어웨이크나 미우미우 컬렉션을 보면 부담스러울 만큼 넓은 어깨 라인과 긴 소매가 인상적이다. 특히 행잉(hanging) 슬리브가 특징인 어웨이크의 롱코트는 바닥에 끌릴 정도. 이런 과장된 오버사이즈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등장하고 있다.

실루엣이든 디자인으로든 다양한 실험 정신을 보여주고 있는 톰브라운은 올 겨울 컬렉션은 물론이고 내년 봄여름 컬렉션에서 조차 과장된 실루엣을 보여주고 있다. 말 그대로 불륨 갑(甲) 스타일. 물론 판매는 클래식한 스타일이 더 우세하겠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확실하게 잡은 듯하다.

스트리트 쪽에서 이런 과도한 오버사이즈는 이미 한계점을 넘었다.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어마어마한 사이즈의 파카, 패딩 그리고 항공모함으로 불리는 빅사이즈 운동화 등은 오래 유행할 아이템은 아닐지라도 자기주장이 강하고 개성을 중시하는 Z세대 또는 밀레니얼 세대들은 이에 열광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의 좋아요 수가 증명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더 이상 시크함과 글래머러스함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똘끼 충만 감성들에겐 특히 그런 듯하다.

이런 거대 사이즈 의상이나 신발들의 인기와는 대조적으로 아주 몸에 꼭 맞는 바디 컨셔스 스타일도 한 편으로 인기 고공행진 중이다.

전 지구를 광풍으로 몰아넣고 있는 레깅스의 유행이 그렇다. 두 달 전 미국을 여행하면서 본 여성들은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어리거나 노년이거나나이불문 체형불문 레깅스를 입고 있어서 놀랐다.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이는 세계적인 트렌드다. 레깅스뿐만 아니라 가슴골이 훤히 보이는 거의 내복에 가까운 슬리브리스 탑이나 니트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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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끄뮈스의 트치퀴토 미니백 / photo 자끄뮈스>

이게 가방이라고? 장난감인가 지갑인가!

옷만 작은 게 아니다. 처음 자끄뮈스 가방을 보고는 장난감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가방이라고 부르기엔 가방에게 미안하기까지 한 이런 초소형 가방의 유행엔 프랑스 디자이너 자끄뮈스가 그 선봉에 있다.

‘시(Poem)’를 판다는 기치 아래 올해 29세의 젊고 잘생긴 디자이너가 이끄는 자끄뮈스는 작년, 스페인어로 꼬맹이라는 뜻의 르 치퀴토(Le Chiquito)라는 미니 백을 선보였다. 그 이후 백의 사이즈는 점점 작아져 이젠 손바닥만큼 작아졌는데 정말 없어서 못 팔 지경. 최근엔 심지어 목걸이처럼 목에 거는 가방도 등장했다.

자끄뮈스 뿐만 아니라 발렌시아가의 폴리싱 미니 쇼퍼백, 알렉산더 왕의 다이아몬드 박힌 미니 숄더백은 1백 만원을 호가함에도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오히려 30~50만원 대 자끄뮈스 가방이 싸게 느껴질 정도. 아이린과 현아는 인스타그램에 이런 앙증맞은 가방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해외 스타들도 마찬가지. 비욘세 부터 킴 카다시안, 켄달제너 까지 앙증맞은 미니백을 스타일링한 사진을 올렸다. 바야흐로 미니백의 전생시대인 셈이다. 핸드폰도 겨우 들어갈까 말까 한 이런 앙큼한 미니백이 왜 유행이냐고 따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왜? 귀엽고 예쁘니까. 게다가 튀니까. 실용성을 논하려면 다른 가방을 알아보시면 되시겠다.

 

출처 :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