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최근 패션업계서 온라인 채널은 누가 뭐래도 가장 핫한 영역이다.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은 물론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까지 패션산업 트렌드의 중심에 서있다. 제도권 패션 기업들이 할 수 없는 젊은 감성과 온라인을 활용해 국내 패션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이들의 행보가 의미가 있는 것은 단순히 국내 시장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함께 성장해온 온라인 브랜드부터 동대문 상품을 기반으로 한 소호몰까지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심지어 내수보다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브랜드도 있고,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자본의 힘도 없고, 업력도 길지 않은 이들이 왜 해외로 판매채널을 확대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인지도와 매출을 이렇게 빨리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
한류 열풍으로 찾아온 기회
무엇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영화, 케이팝까지 한류 콘텐츠 열풍의 영향이 크다.
한류 연예인을 가장 잘 활용해 해외에서 빠르게 성장한 대표적 브랜드가 아크메드라비다. 론칭 3년차 브랜드가 연매출 500억 원 이상을 기록하며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면세점 매출과 해외 소비자 매출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멀리서 봐도 알아볼 수 있는 커다란 베이비 페이스 프린팅 티셔츠와 중국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에 협찬이 이뤄지면서 시너지가 났다.
구재모 아크메드라비 대표는 “사람이면 누구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좋아한다. 그래서 베이비 페이스를 생각했고, 한번 노출이 되도 각인이 될 수 있도록 티셔츠 앞면에 빅 사이즈로 프린팅한 것이 유효했던 것 같다. 외부채널에 입점해 판매를 하기 보다는 연예인 협찬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자사몰과 오프라인 직영매장으로 고객을 유입시켜 소비자 직접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크메드라비는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월 중국 현지 유통 파트너인 대련본드스트리트와 3년 200억 원 규모로 중국 대련지역 독점 홀세일 계약을 체결했다. 직진출보다 중국 기업이 보유한 유통 채널과 마케팅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로맨틱크라운도 연예인 협찬을 통해 빠르게 중국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다. 10년 넘게 로맨틱크라운만의 콘셉트와 스타일을 확고히 해온 것.
중국의 유명 오프라인 편집숍 IT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아 2017년부터 중국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중국 1선 도시에 위치한 IT 매장 30여개에 입점해 판매 중이다.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 홀세일 비즈니스로 중국 사업을 전개 중이며, 지난해 전체 매출 중 중국 매출이 32%에 달한다.
일본 소비자, K-스타일 선호도 커져
일본 시장에서도 국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편집 형태의 유통 구조가 많은 일본 패션 유통시장에서 최근 자국 브랜드가 직접 온라인 커머스를 시작하거나 오프라인 직영 매장 운영을 시작한데 따른 콘텐츠 부족 현상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 일본 한큐백화점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기반의 유니섹스 캐주얼 ‘오이오이바이오아이오아이(5252byO!Oi)’의 팝업 매장을 열어 현지 시장에서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여기에 일본의 10~20대 젊은 여성 고객층이 국내 스트리트 무드의 브랜드를 선호하면서 동대문 기반의 상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소호몰이 인기를 얻고 있는 현상도 두르러진다. 일본에서 국내 소호몰 브랜드 기반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디홀릭이 대표적이다. 10년 전 일본시장에 진출해 2016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 원을 넘겼고, 지난해 매출액 1400억 원을 기록했다.
널디도 일본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도쿄 하라주쿠 라포레백화점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 이후 지난해 11월 널디 하라주쿠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국내 온라인 시장의 한계
국내 온라인 커머스 시장의 생태계의 한계도 이들의 해외 시장 진출을 부추겼다.
무신사, W컨셉, 29CM 등 몇몇 온라인 패션 쇼핑몰에 치우친 커머스 채널 구조와 유사한 콘셉트의 브랜드간 판매 경쟁은 결국 극단적인 가격 정책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정희 스튜어트(앤더슨벨 전개社) 대표는 “국내 유력 온라인 패션몰 입점 브랜드 상당수가 비슷한 제품을 내놓고 가격 경쟁에 치우쳐 있다. 오리진을 찾아볼 수 없는 브랜드도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확실한 콘셉트를 갖춘 디자인과 제품력으로 박리다매 구조의 국내 온라인 패션몰 시장을 넘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앤더슨벨은 지난해 글로벌 온라인 편집숍 네타포르테에 입점, 품절대란을 일으키며 이슈가 됐다. 지난 달에는 영국의 유명 럭셔리 백화점인 리버티 백화점에 입점하며 글로벌에서의 인지도를 인정받았다. 일본, 중국, 미국, 영국 등 홀세일러 50여 곳을 확보해 홀세일 컬렉션을 위한 팀을 별도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패션포스트 / www.fpost.co.kr